본문 바로가기
문화

LPGA LA오픈 윌셔CC 가보니…할리우드 간판 향해 샷

by 뉴스버스1 2022. 4. 11.
728x90

 

LPGA LA오픈 22일 개막 앞두고 3년 만에 미디어데이

103년전 개장한 코리아타운 인근 명문 코스

한국선수들 우승 없고, 2001년 김미현 2위가 최고성적

추위가 지나가고 코로나 바이러스 광풍이 사그라드는 시점에 발맞춰 미국 시민들의 야외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코리아타운 인근 윌셔 컨트리클럽(파71ㆍ6,506야드)에서 거행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LA오픈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팬데믹 후유증에서 벗어나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을 초청했다.

지중해식 디자인으로 건축된 윌셔CC의 유서 깊은 클럽하우스(오른쪽)를 배경으로 한 윌셔CC 9번홀의 전경.(사진=봉화식 LA객원특파원)

LA오픈은 22일 이곳에서 티오프하며 29일에는 남쪽 팔로스 버디스GC에서 제1회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이 이어진다. 2주 연속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대회가 열리며 오랫만에 많은 한인 갤러리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입장객없이 선수들끼리 공허한 분위기에서 경쟁을 벌여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LPGA는 대회때마다 한국선수들이 수십명씩 참가하지만 올해의 경우 7개 이벤트 가운데 지난달 싱가포르 홍샹뱅크 챔피언십에서 고진영(26ㆍ솔레어)이 유일하게 정상에 올랐다. 예년보다 출발이 다소 부진한 편이다. 

LA오픈은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25만명의 최다 한인 교민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열리지만 윌셔CC-한국선수들의 인연은 우승과 거리가 멀다. 2001년 오피스 디포 챔피언십이란 명칭으로 열린 대회 연장전에서 김미현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게 분패해 2위에 그친 것이 최고성적이다. 파3인 17번홀(141야드)에서 플레이오프를 시작, 벙커에 볼을 빠뜨린 ‘수퍼 땅콩’은 보기를 범하고, 소렌스탐은 무난히 파를 세이브 하며 명암이 엇갈렸다. 당시 김미현의 부친 김정길씨는 “쇼트홀에서 골프 연장전을 치르는 경우가 어디 있나. 미친 놈들”이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회 스폰서는 휴젤ㆍ에어 프리미아에서 올해부터 DIO 임플란트로 바뀌었다. 모두 한국기업들이다. 

1919년 개장한 윌셔CC는 노먼 맥베스가 디자인했으며, 유태인 부동산 개발업자 게이로드 윌셔의 이름을 따왔다. 104에이커(약12만5,000평) 규모의 회원제 코스로 행콕파크·라치몬트 빌리지 부촌에 자리잡고 있다. 골프장 가입비는 7만달러에 매달 725달러씩 내야한다. 라이벌인 베벌리힐스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 클럽(파71ㆍ7279야드) 가입비 25만달러와 비교하면 저렴한 셈이다. 그러나 내년 US오픈 개최지인 LA컨트리클럽의 2만5000달러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미국내 1만6,000여 골프 코스중 최상위권으로 인정받는다.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은 작고 빠르며 페어웨이 굴곡도 경사가 가파르다. 내륙지역이라서 캘리포니아 코스가 자랑 거리로 꼽는 태평양은 볼수 없지만 그 대신 유명한 산꼭대기의 할리우드 입간판을 바라보며 샷을 날릴수 있다. 윌셔CC 멤버들은 라운드 도중 반드시 남자 캐디를 동반해야 하며 식음료도 클럽하우스에서 해결해야 한다. 골프장에 딸린 수많은 종업원들의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한 방침이다. 상의 또한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바지춤 밖으로 빼내 입을수 없다. 캐디외에는 반바지 차림도 권장되지 않는다. 

3년 만에 재개된 미디어데이는 하루뒤 개막한 제86회 매스터스 토너먼트 주간에 열린 탓에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으로 출장간 기자들은 오지 못했다. 아멘코너를 포함, 매스터스 TV중계에서 들리는 오거스타의 새소리는 방송국에서 연출한 가짜 음향 효과다. 그렇지만 윌셔CC는 야자수와 소나무, 다람쥐와 새떼의 지저귐 등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 흘러간다.

윌셔CC의 미디어데이에서 멀리 할리우드 간판을 뒷배경으로 필자(가운데)와 브라이스 시버 PGA 홍보 담당(왼쪽), 맥스 데스페인 기획 담당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봉화식 LA객원특파원)

2주뒤 공식대회가 벌어지는 탓에 잔디 보호를 위해 카트사용이 금지되고 걸어서 18홀을 소화해야 했다. 35도 폭염 햇살을 뚫고 3.7마일(약6km) 산악코스를 등반한 셈이다. 그린 읽는 일이 버거워 버디 기회도 모조리 놓치고 스코어도 엉망이었지만 색다른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했다. 그렇지만 타이거 우즈(46)가 “골프 스윙 자체보다 험난한 오거스타 언덕코스를 4일동안 걸어서 끝마치는 일을 더 걱정한다”는 말이 생생히 와닿았다.

한국ㆍ일본ㆍ중국계 은행가ㆍ부동산업자 등 고급 회원이 많은 덕분에 클럽하우스 식당의 아시아 요리는 최고수준이다. 일반적으로 3~4개에 불과한 대부분의 골프장과는 달리 30개 이상의 다양한 메뉴 선택을 제공했다. 스테이크 버거ㆍ불고기ㆍ참치ㆍ연어ㆍ닭꼬치ㆍ마늘 국수ㆍ돼지갈비ㆍ스파게티ㆍ새우ㆍ푸딩 등 대부분 한인들의 입맛에도 어울리는 식단이었다. LA오픈 기간에는 한인기업들의 홍보관과 상품 전시가 홀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윌셔 골프장은 평소 커뮤니티 VIP들이 모여 친교하는 곳이기도 하다. 약혼ㆍ결혼식에 졸업 파티와 돌잔치도 열린다. 연중 온화한 날씨로 1년 내내 다양한 행사 유치가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이 스폰서를 맡은 LA오픈에서 고진영ㆍ박인비ㆍ전인지ㆍ김효주ㆍ홍예은ㆍ안나린과 같은 한국 선수들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현장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