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인간의 뇌에 외계인 죄수 감금 상상 신선했지만...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1부, 마블로 높아진 눈높이에는 부족한 판타지와 SF
<외계+인>(1부)은 판타지와 SF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판타지 영화의 특징인 마법(도술)은 신비롭지 못했고, SF 영화의 매력인 첨단 기술은 낯설지 않았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시각적 이미지는 엉성하고 느슨했다. 이미 마블 영화(슈퍼 히어로)로 인해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현대로 와서 본격적으로 펼쳐진 이 후부터는 몰입도가 높아졌다. 외계인이 그들의 죄수를 지구인 뇌에 가둔다는 상상도 신선했다. 2023년 <외계+인> 2부 개봉이 기다려진다.
여러 장르적 속성의 혼합
우리나라 영화의 특성상 장르 구별은 무의미하다. 보통 한 영화에도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외계+인>도 액션/판타지/SF를 내세우고 있지만, 코믹하고 무협적인 요소가 섞여 코미디 장르의 성격도 강하다. 최동훈 감독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초반부 고려시대 배경에서 무륵(류준열)과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도술은 이 영화의 리듬감과 톤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 오랜시간 동안 인간의 뇌에 외계인이 죄수를 감금하고, 이런 외계인이 풀려나서 지구를 그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려는 계획과 이런 코믹한 부분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적 요소를 영화에 담으려는 노력은 고맙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맞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두 신선(도사)의 무기(거울, 부적, 피리)에 대한 설명 장면은 불필요했다. 나중에 이런 무기들의 사용에 대한 복선으로 볼 수 있지만, 관객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은 족자(簇子)에서 사람이나 동물이 나오는 상상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전우치>(2009)에서도 전우치(강동원)와 그의 개 초랭이(유해진)를 그림 족자에 가두고, 후에 다시 그들을 불러낸다. 이번에도 <외계+인>에서 무륵(도사)은 족자 속의 두 고양이(좌왕과 우왕)를 불러내고, 자신의 힘이 커지자 족자에 갇힌 검도 끌어낸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 영화의 성공요인을 <외계+인>에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전우치>와 이 영화를 모두 관람한 관객은 플롯의 유사성을 느낄 수 있다.
다채로운 캐릭터의 등장
화려한 캐릭터는 최동훈 감독 영화의 특징이자 장기이다. 그의 영화는 다채로운 캐릭터로 인해 주연으로도 손색이 없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타짜>, <도둑들>, <암살> 참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김우빈은 1인 2역(가드와 썬더의 인간 모습)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천둥의 신으로 알려진 이안(김태리)이 총을 쏘고 피하는 장면에서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의 그녀의 연기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외계+인> 1부에서는 줄거리 상 김우빈을 제외하면 두드러진 연기는 없었다. 2부에서 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1부 마지막에 자신 속 악당의 존재를 깨달은 무륵(도사)이 2부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무척 궁금하다. 1부에서 이안과의 관계도 있고, 이제껏 착한 편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림 족자에서 튀어나온 두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검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알고 싶다.
시각적 이미지의 아쉬움
또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어디선가 본 듯한 외계인과 우주선 모습이다. 익숙하면서 생경하지 않다.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파편적 기억을 모아 재건한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세련된 판타지/SF 장르에 충실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특히 영화 첫 장면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늘이 열리고 차량이 고려시대로 들어오는 장면은 SF/판타지 영화로 보기에는 좀 품격이 떨어진다. 탈옥한 죄수를 잡는 가드의 복장과 행동은 아이언맨의 복장과 행동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여주려다 보니 생긴 갭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죄수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그들의 공기(하바)를 싣고 와서, 일부를 터트린 상황은 의외의 전개였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시간대를 바꾼 것과, 외계인과 이안이 고려시대에 생존하는 방법도 좋았다. 현재의 지구에서 외계인과 가드의 싸움 장면도 굉장히 현실감 있고, 사실적이고 규모도 굉장했다. 2부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영화를 집 근처의 메가박스에서 관람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극장에서 한국 영화들은 A4 크기의 1장짜리 홍보물을 보기가 어려웠다. 다른 영화관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유사한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한산>과 <헌트>의 홍보물이 다른 할리우드 영화 홍보물과 함께 눈에 띄었다. 다시 한국 영화가 제자리로 돌아온 모양새이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가능한 많은 한국 영화(독립영화 포함)를 극장에서 관람했으면 한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