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정국 진짜 뇌관, 잼버리 책임 아닌 ‘국방부 외압·백현동 의혹'

뉴스버스1 2023. 8. 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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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진짜 뇌관, 잼버리 책임 아닌 ‘국방부 외압·백현동 의혹'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잼버리’와 ‘쌍방울’, 여론 구도에 큰 변화 일으키진 않아

'채 상병 사망 책임' 장성 비호 의혹, 이념 초월 민감 사안

'백현동 의혹'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내년 총선 최대 변수

현재 거대 양당의 악재로 꼽히는 것은 ‘잼버리 실패’와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이재명-이화영 의혹’이다. 하지만 이 사안들이 구도를 크게 바꾸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잼버리 실패,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층이 부정평가 강도를 더 높이게 만들고 국민의힘의 확장을 틀어막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해,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붕괴되고 있지는 않다.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집단항명 수괴'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 출석 거부 입장을 밝힌 뒤 국방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대북 송금 의혹도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뒤흔드는 것은 아니다. 이 의혹은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크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이 대표 방북 성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하는 것도 이 대표에게 부담이다. 다만 변호인단 일부인 법무법인 덕수에 대해서는 이 전 부지사가, 법무법인 해광에 대해서는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와 민주당이 불신을 보내는 등 상황이 어지럽다. 다수 대중에게는 여전히 선뜻 판단하기가 힘든 사안이다. 

오히려 정국의 뇌관이 될 만한 사안은 따로 있다. 하나는 해병대 수해복구 중 고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또는 그 윗선이 해병대 수사단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오는 8월 17일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소환하려는 사안으로, 백현동 개발 의혹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간부가 수해 현장의 위험을 알고도 수색을 압박했다며 과실 치사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단은 지난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고 이 장관은 결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후 ‘잠시 대기’ 의견을 냈고,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조사 내용을 경찰에 이첩하자 사건 서류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국방부는 관련자들의 혐의를 보고서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수사절차 훈령에 따른 이첩보고서 양식에는 ‘범죄 혐의’가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박 대령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에게 대대장 이하로 혐의를 한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또 국가안보실에게 수사 자료를 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선 군사경찰의 독립적 수사를 침해한 것 자체로 직권남용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며, 나아가 만약 이 일련의 상황이 대통령실의 개입으로 이뤄진 일이라면, 정권 차원의 장성 보호 작전이라고 규정될 수 있다. 

군대 문제는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라 이념을 초월한다. 채 상병 또래의 청년층과 병사의 부모세대에게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벌써 채 상병 사망과 임성근 사단장을 드라마 <D.P>에 빗대는 지적이 나온다(나도 이 드라마에서 현봉식 씨가 연기한 대대장을 떠올렸다). 가령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해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국민조차, 이 문제는 달리 볼 수밖에 없다. 해병대 수색 지휘자들 몇몇이 처벌 받더라도,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불거졌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을 웃도는 충격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재명 대표를 엄습하는 ‘백현동 의혹’은 ‘대장동 의혹’에 비해 줄거리가 간단하다. 대장동 의혹에서 이 대표의 배임을 입증하려면 그가 수익 배분에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규명되어야 하는데, 대장동사업의 구조에서 수익 배분은 성남도개공의 일이었다. 성남도개공 실세였던 유동규 씨가 이 대표로부터 어떤 지시나 회유, 압박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배임 입증의 실마리가 풀린다.  

반면 백현동 개발의 사업 주체에는 성남도개공이 빠져 있어 성남시 관계자들의 책임으로 곧바로 조명이 쏠린다. 로비스트 김인섭 씨와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라던 정진상 씨의 주장이 백현동 사업 전후인 2014년 4월~2015년 3월 두 사람이 115차례에 걸쳐 통화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로 격파되면서 의구심이 크게 증폭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는 도중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백현동 의혹으로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순간, 총선으로 가는 1차 관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구속이 된다고 유죄인 것도 아니고, 구속영장이 기각된다고 무죄인 것도 아니지만,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장기화했고 총선은 총선대로 다가오는 시점이기에, 유권자들도 어떻든 중간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는 유죄 또는 무죄 선고에 필적하는 파장을 만들 것이다. 이 대표가 기각을 이끌어내려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배임 등의 혐의는 양형이 높고, 이런 경우 혐의가 소명되었다는 판단만으로도 영장 전담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 거꾸로, 혐의가 소명되지 않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에서 기각된다면,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이 퍼질 것이다. 수사 지휘자로 인식되어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받을 타격도 클 것이고, 여당이 그를 총선에 차출할 일도 없게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민주당에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올 것이고, 총선을 앞두고 혼돈과 내분이 극심해질 것이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여권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반사이득으로 쓸 수 없게 되고 역풍까지 받는다. 결국 총선을 가장 크게 좌우할 변수는 영장 실질심사 결과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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