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뇌관1 대장동 특검] 수사 범위와 특검 방식 어떻게?
여야, 특검 수사 범위·추천방식·시점 놓고 동상이몽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50억클럽·특혜 제공 세갈래 의혹 다 규명해야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는 민주당, 특혜 의혹은 국민의힘 특검 추천 방식도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대선 기간 중에 여야 대선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들의 처리는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둘러싼 특검 논의 움직임이 있고, 대선 기간 동안 수사를 유보해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고발 사주' 수사를 재개했다. 두 사안에 대한 쟁점과 전망을 짚어본다. / 편집인 주
① [정국 뇌관1 대장동 특검] 수사 범위와 특검 방식 어떻게?
② [정국 뇌관2 고발사주 수사] 윤 당선인 불기소냐, 시한부 기소중지냐?
검찰은 지난해 9월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장동 개발 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하지만 더 큰 의혹들이 남아 있고, 여야 모두 의혹 해소를 위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대장동 특검'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남은 의혹은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 전환 과정 특혜 및 추가이익환수 관련 불법행위 의혹 ▲‘50억 클럽’ 법조인 금품 로비 의혹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다.
여야 모두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지만 특검 수사 대상과 범위, 특검 추천 방식, 수사 시기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1. 수사 범위 초점, 민주당 '윤 당선인' vs 국민의힘 '이재명'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양측이 각각 국회에 제출한 ‘수사요구안’과 ‘특별검사법안’의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수사요구안의 정식 명칭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대출‧부실수사‧특혜제공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23일 국회에 제출한 특검법안의 명칭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여야가 특검을 도입하려는 목적부터 다른 셈이다.
민주당의 수사요구안은 윤 당선인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2011년 윤 당선인이 대검 중수부 중수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주임 검사를 하면서 대장동 사업 불법 대출을 눈감아줬다는 의혹 규명이 핵심이다. 또 윤 당선인 부친과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가족 간 부동산 매매를 둘러싼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윤 당선인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특검법안은 이재명 전 후보의 대장동 개발 사업 전반에 걸친 직권남용, 횡령 및 배임 등 불법행위 등을 특검 수사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인허가 최종 승인권자였던 이 전 후보의 특혜 제공 및 직권남용 의혹과 배임 의혹 등의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양당이 주장하는 대장동 특검은 겉모습만 ‘특검 수사’로 같을 뿐 수사 대상이 전혀 다른 별개의 특검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 규명할 게 아니라, 윤 당선인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과 법조인들의 비호 의혹(50억클럽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검과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의혹 등 양갈래의 규명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장동 개발업자에 대한 부산저축은행의 대출은 대장동 사업의 출발점이자 입구이고,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초과이익은 결과이자 출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 당선인이나 이 전 후보 모두 대장동 특검 실시를 공개적으로 동의한 상태이므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반대할 명분도 없다.
양당의 합의로 세 갈래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검을 발족하면 논란이 없겠지만, 수사 대상을 둘러싸고 양당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및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선 민주당이 특검 추천을 하고 특혜 제공 의혹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특검을 추천하는 쌍특검도 고려해볼 수 있다.
2. 특검 방식, 민주 '상설특검법' vs 국민의힘 '별도 특검법'
특검은 여야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에 특검을 도입할 때마다 특검 임명 방식을 둘러싼 대립도 반복돼 왔다.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은 교섭단체대표 간 협의를 통해 1명의 특별검사 후보를 추려내고,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인선됐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특검 임명은 대법원장에게 2명의 후보 추천을 의뢰해 대통령이 두 후보 가운데 한명을 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특검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국민의당)이 합의한 2명의 후보군을 대통령에게 제시하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장동 특검 역시 양당이 서로의 유불리를 반영한 특검 추천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임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발의한 별도 특검법에 따른 특검 임명을 주장한다.
상설특검법상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여야 추천 각 2인, 당연직인 법무부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국민의힘은 추천위원 7명 중 4명이 '민주당측 인사'라고 주장하면 반대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민주당의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인선 주장을 ‘꼼수’라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검법안 상의 후보추천 방식은 대한변협에 4인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1차 추천권을 주고, 여야 교섭단체가 대한변협이 추천한 4배수 후보를 2배수로 추려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2명 가운데 한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쌍특검을 하되, 양당이 각기 주장하는 수사대상에 따라 각기 2인씩 특검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특검 1인씩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수사의 공정성 시비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3. 특검 임명권, 문 대통령 vs 윤 대통령
여야는 특검 임명 시기와 수사 착수 시기에도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대장동 특검을 도입한다면 마음이 바쁜 쪽은 민주당이다. 여야가 특검 임명 방식과 수사 대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특검 수사 개시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별검사제도의 시작인 지난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로비 의혹 사건 특검부터 최근의 드루킹 특검까지 총 13개 특검이 여야 합의 이후 수사 착수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5일이다. 13개 특검 가운데 여야 합의 이후 가장 빠르게 수사를 개시한 BBK 특검도 수사 개시까지 30일이 소요됐다.
민주당의 시간표대로 이달 안에 특검 도입 합의가 이뤄지면 수사 개시는 4월 말쯤이다. 새 대통령 취임 직전 특검 정국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법안에 따를 경우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추천 의뢰를 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특검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 한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늦어도 4월 말 이전에는 특검안을 처리해야 문 대통령이 특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다. 여야 합의가 지체돼 4월을 넘겨 특검안이 합의될 경우엔 상설특검법에 따르든, 법 통과 이후 8일 이내 후보자추천을 완료하도록 정하고 있는 국민의힘 발의 특검법안에 따르든 특검 임명권은 윤 당선인이 쥐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5월 9일 자정 만료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