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형 객원기자
카카오 매수가 15만원 적용시 가상 손해액 490억
주가 상승 예상되는데 보유물량 절반 110만주 처분
하이브 매수가 12만원 이하에 40%(86만주) 매도
![](https://blog.kakaocdn.net/dn/bJxymg/btr2ZCwtveJ/mvRWmGxVmLf3VHuVIi6onk/img.jpg)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간 지분 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이 달아오르면서 SM주가가 한달 만에 83%나 급등했다. 8일 종가는 15만8,500원을 찍었는데, 2월 1일 종가 대비 82.8% 상승한 것이다. 7만 5,000원을 오르내리던 1월 초 대비로는 SM주가는 무려 2배가 넘게 올랐다.
하이브의 주당 12만원 공개매수에 카카오가 주당 15만원 공개매수로 반격하는 ‘쩐의 전쟁’과정에서 개인과 기관들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이 와중에 보유 중인 SM주식(8.9%)의 절반 가량(110만 4,513주)을 2월에 처분했다. 그것도 대부분(매도물량의 78%)을 하이브가 공시한 공개매수가(12만원) 이하로 팔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17일 SM주식 27만 4,000주를 매수해 지난해 연말 기준 총 213만2,822주(8.9%)를 갖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2월 처분 물량을 8일 SM주식 종가(15만8,500원)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조기 매도에 따른 가상 손해액은 무려 583억원에 달한다. 카카오가 지난 7일 제시한 공개매수가 15만원을 적용했을 때 가상 손해액은 489억원이다.
![](https://blog.kakaocdn.net/dn/teRj9/btr22OJn1w3/rYk6vL07kPvxKEE2g9gJF0/img.jpg)
아무리 기금 운용의 안정성 측면을 고려한다해도, 하이브와 카카오·SM 현 경영진간 지분 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하이브 공개매수가 이하로 대규모 물량을 처분한 것은 더욱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하이브의 최초 공개매수 공시는 2월 10일이고 20일간 공개 매수가 진행돼 매수 수량은 600여 만주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심지어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한 이후인 2월 13일에도 11만6,000원(종가 기준)에 24만993주를 팔았다. 공개매수 공시 직전인 2월 7일과 2월 9일에는 각각 29만5,435주와 32만1,772주를 종가기준으로 9만100원과 9만8,500원에 매도했다. 하이브 공개매수가 이하로 판 물량은 모두 85만 8,200주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보유 물량의 40%에 해당한다. 하이브 공개매수가 이상에서 판 물량은 2월 21일, 24만6,000주(종가기준 12만3,50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2월에 매도한 SM주식을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를 적용해 가상 손해액을 추정해보면 위 표에서 보듯 158억원이 넘는다. 국민연금은 '쩐의 전쟁'에서 최소 158억원을 더 실현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마지막으로 매수한 8월 17일(종가 7만300원) 기준으로 보면 물론 9만원대 매각했더라도 차익 실현이긴 하다.
하지만 국민의 연금 재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되 수익 극대화가 기금 운용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주가 상승이 명백하게 보이는 ‘쩐의 전쟁’ 국면에서 하이브 공개매수가 이하로 SM주식을 처분한 것은 누가봐도 어처구니 없다.
특히 ‘쩐의 전쟁’의 본질적 배경은 SM이 보유한 막강한 음원 IP(지식재산권)에 있기 때문에 카카오나 하이브 한쪽이 쉽게 물러나기도 어렵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있고, 그 만큼 상당한 주가 상승 작용 요인이기도 하다.
기관투자가들이 항상 이익을 본다는 보장은 없지만, '카카오-하이브' 쩐의 전쟁에서 보인 국민연금의 행동은 ‘호구 짓’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영 평가손실금은 80조, 운용 수익률은 -8.22%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역대 최저였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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