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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규의 정치 맥점을 짚다 / 윤석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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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민주당, 악순환이냐 개혁이냐?…강경파 제어 못하면 수렁

 

역대 최소 표차 패배가 당 개혁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

후보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시도들은 당 분란의 씨앗

강력한 지도력과 유연함 갖춘 인물이 이끌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1. 2017 대선 패배후 자유한국당 수습방식 반면교사 필요

선거는 전쟁과 달라서 진다고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후일을 도모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재대결 기회를 갖는다. 잘하면 후일을 앞당길 수 있고, 잘못하면 더 늦춰진다. 모든 것은 선거 패배를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에 달려있다. 2017년 탄핵과 대선 패배이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패배수습 방식은 좋은 반면교사다. 2018년 지방선거의 패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조국사태를 겪고도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총리인 황교안을 당대표로 세우고, 친박을 중용하고, 태극기 부대에 주파수를 맞춰 당을 운영했다. 반성과 성찰은 단 한구석도 없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몇 가지 개혁조치를 취하면서 겨우 살아났다. 

이제 민주당 차례다. 과거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 대처했던 사례를 살펴보면 잘한 때도 있고, 못한 때도 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여당에서 넘어온 손학규 대표에게 당 수습을 맡겼다. 정동영 후보 및 측근 세력은 자의반타의반으로 당 주변으로 물러났다. 책임을 진 것이다. 바투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선 참패를 피할 수 없었지만 민주당에 이전과 다른 색깔을 입히는데 일부 성공했다. 그 성과를 토대로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반격을 시작했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2012년, 대승을 점치던 총선을 일부 계파의 전횡으로 망치더니 2012년 대선 패배 이후에는 지리멸렬의 연속이었다. 당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추진위원회와 합당하지 않았다면 2014년 지방선거 선전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2012년 패배의 책임이 적지 않은 문재인 의원이 친문과 586그룹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로 복귀했다. 당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렀고, 당은 분란에 빠졌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분열로 위기를 맞고도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것은 거의 전적으로 상대방의 실책 덕이다. 2017년 대선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2. 무거운 과제 원내대표 겸임 비대위원장이 감당하기엔 벅차
    단순관리자 아닌 강력한 지도력에 합당한 인물 등장해야 

대선 패배의 수습은 보통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단 송영길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대선 다음날인 3월 10일 오후 일괄 사퇴했다. 마땅한 일이다. 다음 순서는 오는 지방선거를 이끌고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회(이사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고, 당 구성원들의 반성과 성찰에 입각한 당 개혁이 그 다음이다.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의 구성을 통해 민주당이 진정으로 성찰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기존의 당 주류가 당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비대위 구성을 좌지우지한다면 성찰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통상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비대위의 위원장은 원내대표가 겸하곤 했다. 송영길 당 지도부는 사퇴하면서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결정을 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기기로 했다는 걸 보면 윤 원내대표가 임기를 마친 후에도 정기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없지 않은 586그룹에 속한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국민들 눈에 민주당이 변화하려는 노력의 모습으로 비칠 리 만무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고위 회의에서 윤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겼다. (사진=뉴스1)

민주당 비대위가 단순 관리자에 머물 정도로 지금 상황은 한가하지 않는다. 우선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 새 대통령 취임 후 21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매우 힘든 선거임이 분명하다. 둘째로 전당대회 전까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대선결선투표제 도입, 선거제도 개혁 등 여러 정치개혁안을 내놨다. 선거에서 졌다고 이 약속을 깨면 신뢰를 잃는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어 국회 핑계도 댈 수 없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좋다. 이런 무거운 과제를 감당하려면 단기간 운영되는 비대위지만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수이고, 그에 합당한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비대위원장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2013년 1월,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후 지도부가 총 사퇴하고, 박기춘 원내대표가 임시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박 원내대표는 당의 상황이 위중하다고 느껴 문희상 전 의장을 당 중앙위원회 추인을 거쳐 비대위원장으로 세웠다. 일단 사퇴하는 최고위원회 결정으로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었지만, 더 중량감있는 인물에게 양보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전례를 따른다면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 등이 거론될 수 있다. 경선 후보였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복당했고, 비주류이며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한 정동영이나 천정배 전 의원 등도 가능하다. 

3.  당 안팎 강성논리 활용 악순환 고리 끊느냐 여부가 바로미터

대선 결과는 역대 최소 표차였다. 이재명 후보의 선전은 역설적으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사퇴한 당 지도부가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이라는 관행적 결정을 내린 것도 작은 차이로 보이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최소 표차가 민주당에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점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후보 본인과 당내 주변 세력이 선전을 근거로 차기를 내다보며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그만두기에는 너무 젊다’는 이 후보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대선 다음날은 3월 10일 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중에 복귀했지만 92년 대선 패배이후 일단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동영 후보도 그랬고,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의 선택도 같았다. 일단 선거패배의 책임은 후보가 지는 것이다. 영향력 유지를 위한 어떠한 시도도 민주당 분란의 소지가 된다. 

둘째, 강경론을 주도한 당 안팎의 인사들이 책임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당 안에는 윤석열 후보 추대위원장이란 평가를 받은 추미애 전 장관과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최민희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 밖에는 민주당 강성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끊임없이 오도된 논리를 제공해온 김어준 등의 방송인, 열린공감TV 등 친민주당 유투버들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생태탕 선거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쥴리와 무속선거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당의 한편에서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재명 후보가 득표차를 좁힌 것을 자신들의 공으로 내세운다면 원만하게 대선패배를 수습하는 것은 힘들다. 

셋째, 민주당 강성 당원 및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패배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그들 가운데 일부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완주한 것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매우 아쉬운 패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성찰이 먼저다. 아쉬움이 아무리 큰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2016년 문재인 후보가 문자폭탄을 민주주의의 양념으로 합리화해준 이래 지금까지 민주당은 당내 강성 당원 및 지지자들의 눈치를 봤다. 그들의 일탈을 눈감아 주었다. 일부 정치인들은 심지어 이를 부추기고 당내 정치에 활용했다. 만약 그들의 행태가 대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답이 없다. 비대위와 앞으로 선출될 당 지도부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민주당 부활의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4.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 '대장동 게이트' 수사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장동 등 이재명 후보 관련 사안에 대한 사법절차와 울산 시장 선거부정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발생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민주당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것이다. 위 사안들은 친여 검찰의 눈치 보기와 이재명 후보 측의 강변으로 아직 진실이 가려지지 않았지만 화합을 명분으로 묻어버리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치보복과 야당탄압이란 수사로 대응할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을 때 민주당이 취한 행동을 상기하면 된다. 지난 대선 패배 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가 진행될 때 자유한국당이 보인 대응과 판박이다. 

2008년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 후 정치자금 차떼기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야당탄압을 내세워 항변하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너무도 분명해 저항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여당 인사들의 불법정치자금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함께 이루어졌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막지 않았던 것도 또 하나의 배경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은 구속돼 실형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던 주역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으로 확인되었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여야, 법조, 언론을 가리지 않고 불법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데,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나 야당탄압이라 항의한다면 성역 없는 수사를 원하는 중도층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내로남불 세력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민주당의 성찰과 쇄신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에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5. 사안별 협조와 반대 등 정무적 유연성 발휘 필요

민주당은 정권을 내놓지만 180석 가까운 원내 제1당의 지위를 향후 2년간 유지한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가운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은 모두 막을 수 있다. 당장 50조에 달하는 소상공인 지원예산을 집행하려면 국회의 추경동의가 필요하다. 국무총리를 임명하려면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자민련 대표를 총리로 지명했을 때는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않는 동안 서리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인 총리역할을 했고, 결국 여론의 압박에 밀린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지만 지금은 서리제도가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안철수 대표가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민주당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여성가족부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장관은 임명동의 절차가 없어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의견을 내도 문재인 정부가 한 것처럼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정치적 부담은 생긴다.  

민주당의 국회지배력은 민주당이 정국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수단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자신의 힘을 믿고 모든 것을 반대하다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경우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중도층의 지지를 받으려면 사안별로 협조와 반대 가운데 취사선택을 잘해야 한다. 유연하고 정교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문제는 민주당의 강성 의원들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정확한 반성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지도부가 강성 의원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민주당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어쩌면 민주당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고, 전략적 판단을 요구할 사안은 윤석열 정부의 협치 제안이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반복적으로 대선 후에 야당과 협치할 것을 약속했다. 다만 ‘이재명의 민주당세력’ 심판이 우선이라 했다. 선거용 구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윤석열 정부가 실제로 민주당에 협치를 제안하고, 총리 추천 및 입각을 제안하면 민주당에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의 상황과 유사하다. 박근혜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과 함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미 노무현 정부가 힘을 잃기 시작하던 때라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임기 초에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결정이 간단하지 않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에서 무슨 결정을 내리든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고 당을 한 방향으로 이끌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질 것이다.  

6. 누가 패배 수습과 쇄신 이끌 것인가…김부겸 적임자 거론

민주당의 정기 전대는 2022년 8월이다. 비대위가 관리형에 가까울수록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비대위가 당 쇄신 과제를 일정수준 감당한다면 더 연장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사안을 감안할 때 당 대표 선출을 미루기 어렵다. 

친 이재명 그룹은 대선 과정에서 만들어진 연합군이므로 전당대회에서 단일대오를 갖추고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586그룹은 송영길 대표의 퇴진과 함께 영향력이 이전만 못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민주당의 주류는 친문이다. 다만 범친문은 크게 네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우원식 의원 등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그룹, 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로 구성된 친위그룹, 박주민 의원 등 친(親)조국 그룹, 홍영표 의원 등 과거 부엉이 모임을 이뤘고 이번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밀었던 그룹 등이다. 

앞의 세 그룹은 대선 패배로 아무래도 발언권이 많이 약화될 것이다. 홍영표 의원 등 전 부엉이 모임 그룹이 대선 패배 수습 및 차기 지도부 구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 그룹에 속하는 전해철 행자부장관의 당 대표설이 돌지만 전면에 나설 명분도 약하고, 당내에서 앞서 말한 산적한 과제를 감당할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홍영표 그룹은 당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신들과 관계도 무난하고, 역량을 갖추고, 이미지도 괜찮은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부겸 총리가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해 보인다. 이미 대선 기간 중 대선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가진 의원들 내에서 김부겸 총리가 대선 패배 후에 민주당을 살릴 대표 적임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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