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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동훈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은 헌법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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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동 기자 

헌법 96조 "행정각부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법제처, 직무범위 법률 규정 '행정조직 법정주의'는 헌법 원칙

법제처 "법률 근거없는 권한 위탁은 '행정조직 법정주의' 위반"

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게 될 인사정보관리단을 한동훈 법무부장관 아래 두는 대통령령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각부의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시행령으로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행정조직 법정주의’ 헌법 원칙 위배  

헌법 제96조는 “행정 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에서는 각 행정부서의 직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의 사무 관장 범위는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것이다. 대통령 인사와 관련된 정보수집이나 관리 등 검증 업무는 법무부 장관 소관이 아니다. 정부조직법(22조의3)에는 공무원의 인사 사무 관장은 국무총리 소속 기관인 인사혁신처장의 권한이다.

윤석열 정부는 인사혁신처장의 권한을 법무부장관에게 넘겨주기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행정기관 사이의 ‘권한 위탁’이라는 편법을 사용했다. 법률로 정해야 할 법률 개정 사항을 시행령 개정으로 해결했는데, 이 때문에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2021년 법제처의 '법령입안 심사기준'에 따르면 헌법(96조)의 “행정 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조직법(2조1항)에서도 “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는 “이를 ‘행정조직 법정주의’라고 한다”고 밝혔다.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나 조세법률주의(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한다)처럼 ‘행정조직 법정주의’도 헌법상 원칙이라는 것이다.

법제처는 또 법률 근거 없는 권한 위탁 역시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제처 법령입안 심사기준은 “중앙행정기관의 직무는 법률로 정해지는데, 행정 권한을 위탁하는 것은 그 권한을 가진 자를 변경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 권한을 위탁하게 되면 헌법상 ‘행정조직 법정주의’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고, 특정 기관의 장이 특정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법률의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법제처 2021 법령입안심사기준 483p)

결론적으로 법제처의 법령입안 심사 기준에 따르면, 시행령으로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바꾸는 것은 헌법 원칙 위반인 동시에 정부조직법에 위배된다. 법제처는 법령입안 심사기준에 대해 “정부에서 법령을 입안하거나 심사할 때 원칙적으로 따라야 하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법제처 통과의례 심사, 법제처장과 윤 대통령 특수관계 영향?

한동훈 법무부장관 아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관련된 대통령령 개정안 입법예고는 지난 24~25일 이틀이었다. 바로 다음날인 26일 법제처는 자신들이 만든 '법령입안 심사기준'에 따르더라도 명백한 위헌 소지와 정부조직법 위반 논란을 안고 있음에서 심사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관련 기관들의 반대 의견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심사도 없었다. 

법령심사 업무를 관장하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79학번)와 사법연수원(23기) 동기생이다. 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시절 정직 2개월 징계와 관련한 징계처분취소소송을 할 때 1심 대리인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법제처장의 특수 관계는 법무부내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관련한 법령 심사가 겉핥기 통과의례가 돈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것과 관련, 권한 집중 우려가 제기되자 직접 나서 "미국도 다 법무부(FBI)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사 검증의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한 이번 개정에 반대한다”면서 “법무부에 인사 검증을 맡겨야 하는지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고, 관련 대통령령을 단 1주일 만에 개정하는 등 내용과 절차 모두 부당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둥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뉴스1)

한동훈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안 국무회의 통과

앞서 공직후보자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장관 직속으로 신설하는 안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혁신처장 권한인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과 ‘법무부 직제 개정령안’을 상정, 의결했다.  

인사정보관리단은 국장급 단장(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 1명과 사회 분야를 담당하는 1담당관과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2담당관 직제아래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수사와 정보, 감독기관 공무원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다. 

인사정보관리단은 그동안 인사혁신처 권한이었던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관리와 주요 공직후보자에 대한 성과 및 평가 자료 등 심층 정보 수집, 공직후보자 발굴 및 조사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인사 정보를 빌미로 한 정보 수집 등의 권한 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법무부, 사실상 검찰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을 부여하면, 법무부와 검찰의 정보기능을 강화시켜줄 뿐이다”면서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싶다면 대통령령 등을 개정할 일이 아니라, 직접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과 관련한 법률의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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