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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기자수첩] 한동훈 장관님, '불편한 질문' 전화 차단 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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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혁수 기자 

 

한 장관, '검언유착 의혹' 채널A와 공동대응 묻자 전화차단

윤·한 불편한 '고발사주 보도' 뒤 인수위·대통령실 출입 거절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언론으로부터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대통령실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말이다.

한 장관의 말이 참 반가웠다.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직결되는 만큼 한 장관 발언은 박수칠만 하다고 생각했다. 한 장관에게 질문할 것도 산더미였다.

기자는 지난 2월 한 장관에게 채널A 사건 관련 질문을 하려다 '차단' 당한 바 있다. 당시 한 장관에게 질문했던 카카오톡 메시지는 여전히 읽지 않음 표시가 돼 있다.

한 장관의 말을 듣고 27일 아침 부푼 마음으로 한 장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한 장관이 어제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만큼, 기자의 전화번호 차단을 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첫 신호음 뒤 곧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라는 음성이 나왔다. 기자의 전화번호는 여전히 차단 당한 상태였다.

혹시나 해서 두 차례 더 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역시 차단 당한 상태였다.

그러고보니 고발사주 사건을 첫 보도할 때도 뉴스버스는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차단당한 적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아, 마침 연락이 된 김건희 여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전달했는데, 윤 대통령은 그 뒤부터 전화를 차단했다. 이후 뉴스버스는 요건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입을 신청했지만, 인수위 문을 닫은 지금까지도 가부 설명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신청한 대통령실 출입 등록 역시 두 달이 넘도록 답이 없다.

지난 2월 한 장관을 취재하려던 이유는 고발사주 사건의 발단이 된 채널A 사건 수사기록에 한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채널A와 공동대응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가 끝난 뒤 기자실에 들러 업무보고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버스가 확보한 채널A 사건 수사기록에는 2020년 3월 31일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전후 한 장관과 채널A 기자들이 공동대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다수 담겨있다.

당시 채널A 법조팀장이었던 배모 기자는 2020년 3월 30일 오후 3시 36분쯤 검찰 출입기자인 B기자에게 "오늘 한동훈 검사장에게 장인수(MBC기자)가 전화한 모양"이라며 "한동훈 검사장이 3차례 전화 안 받은 상태. 문자로도 취재할 게 있다고 통화하고 싶다고 했는데 답변 안 하고 있대"라고 말했다.

배 기자는 같은날 오후 5시 19분 당시 채널A 보도본부장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라젠 취재 중에 검사님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녹취록을 입수했습니다. 이에 관하여 여쭙고자 합니다. 반론 없으시면 방송은 반론 없이 나가게 됩니다. 연락부탁드립니다"

MBC 기자가 한 장관에게 보낸 메시지가 배 기자를 통해 채널A보도본부장에 전달된 것이었다. 

배 기자는 또 2020년 3월 30일 오후 6시 24분 MBC 기자가 한 장관에게 보낸 인터뷰 요청 문자를 보도본부장에게 공유했다.

배 기자가 2020년 4월 2일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에게 대응 상황을 보고한 카톡문자에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한 장관과 공동대응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해당 보고에 따르면, 배 기자는 3월 31일 MBC 검언유착 보도 전까지 한 장관과 10차례 넘게 통화했으며, 4월 1일 한 장관의 요청으로 보도본부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한 장관이 보도본부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자신에게도 전달해왔다고 적혀있다.

MBC 검언유착 의혹 리포트가 보도 전 한 장관에게 미리 전달된 정황도 포착됐다. 2020년 3월 31일 C기자가 MBC가 준비하고 있던 검언유착 의혹 리포트를 입수했고, 이를 배 기자와 공유했다.

배 기자가 "난 한동(한동훈 장관)의 늪에 빠져있어. 본부장 뵙고 왔는데 한동(훈)한테 잘 얘기하라고ㅠㅠ 한동(훈)에게 달달 볶이는 것은 내가 죗값을 치르는 거라고 ㅜㅜㅠㅠㅠㅠ"라며 한 장관을 응대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자, 강 기자가 "한동훈한테 제가 보내드린 거(MBC 리포트) 카톡으로 걍 보내드리세요. 기사 보면 좀 덜 난리치겠죠"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2020년 4월 1일에도 MBC의 검언유착 사건 후속보도 리포트를 채널A가 미리 입수해 한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됐다. 배 기자가 4월 2일 오후 8시 8분 보도본부 부본부장에게 보고한 메시지에는 "(한동훈 장관과) MBC가 보도예정인 리포트 내용에 대해 서로 교환"이라고 적혀있다.

기자는 지난 2월 17일 한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한 장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대신 카카오톡으로 질문을 보냈다. 

위 수사기록에 나온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하는 내용이었고, 채널A 법조팀장 배 기자와 관련 대화를 나눈 이유를 묻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서 기자의 전화번호는 한 장관으로부터 차단됐다. 이 카톡 메시지는 지금까지도 '읽지 않음'으로 표시돼 있다. 물론 카톡을 읽지 않았으니 답변도 없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인 지난 4월 15일 검찰 수사권 축소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검찰을 두려워 하는 건 범죄자뿐이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이느냐"

기자가 한 장관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언론을 피하는 건 도덕적·법적으로 드러나선 안 될 일을 한 사람뿐입니다. 2020년 3~4월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자 전화까지 차단합니까?" 

불편한 질문을 받겠다고 공언한 만큼 위 질문에 답변 받을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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