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기업들이 왜 '꿀벌 살리기'를?…꿀벌 위기와 기업의 ESG

728x90

이인형 객원기자 

 

꿀벌이 살아야 인류도 지속가능

한화, 태양광 이용 탄소저감 벌집 '솔라 비하이브' 공개

KB금융, 본점 옥상에 'K-BEE' 양봉장 조성

곤충의료 업체 바이오포스, 꿀벌 면역력 강화제 개발

꿀벌은 유엔이 지난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 및 유엔지속가능개발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제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7개 항목 중 16번 평화와 정의, 17번 '목표를 위한 연대'를 제외한 무려 15개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엄밀히 말하면 식량위기를 초래한다면 결국 평화와 정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쩌면 지속가능개발목표 (SDGs) 17개 목표 전 항목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할 수 있다.

2017년말 슬로베니아는 ‘세계 벌의 날’을 제안했고 유엔은 만장일치로 이를 수용해 5월 20일을 벌의 날로 지정했다. 유엔이 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꿀벌이 식물의 수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꿀벌의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봉 농민들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상여를 매고 꿀벌폐사 농업재해 인정 및 직불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꿀벌을 지구생명체의 핵심 생물로 인식하고 꿀벌 생태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포르쉐는 독일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 내 132만㎡ 부지에서 300만여 마리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한해 꿀 400㎏ 정도를 생산해 라이프치히 고객 센터 매장에서 판매한다. 국내에서도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소재 대모산에 꿀벌 정원을 조성했다.

롤스로이스 역시 2017년부터 영국 웨스트서식스주 굿우드에 약 25만 마리의 영국 꿀벌이 서식하는 양봉장을 만들었다. 롤스로이스는 자사 라인업인 ‘팬텀’ ‘레이스’ 등의 이름을 붙인 6개의 벌통에서 수확한 꿀을 ‘아틀리에 스위트’나 본사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제공한다. 벤틀리도 영국 본사 공장에서 약 30만 마리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고객과 꿀벌 사랑을 통해 SDGs 에 동참하고 ESG 경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구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다양한 꿀벌 관련 프로젝트에 나섰다.

금융기관인 하나금융그룹 역시 꿀벌농장 조성 사업에 나섰고 더 나아가 ‘양봉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 양봉가 육성 및 고용 등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또한 ①지역 주민 대상 도시양봉 체험 교육 ②가족 주말 체험 농장 활용 ③지역 기반 소셜 벤처 협력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등 꿀벌을 ESG 경영의 한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4월 국민은행 본점 옥상에 'K-Bee' 도시 양봉장을 조성했다.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첫 수확도 마쳤다. 이를 통해 야생화 꿀 약 60kg을 채집한 후 약 230여 병의 ‘K-Bee 벌꿀 기념품’을 완성했다. 

KB금융은 강원도 홍천 및 산불피해 지역인 경북 울진에 밀원 숲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계열사인  KB손보는 사천연수원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꿀벌 서식지를 확보하고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밀원숲을 조성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1사 1촌 협약 마을인 충북 증평군 정안마을에서 직접 양봉한 꿀을 구매해 행사에 참여한 다문화가정에게 전달함으로써 최근 기후변화로 꿀벌 개체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봉농가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결국 기업은 도시 양봉이나 양봉장 사업을 통해 꿀벌을 키우고 생산된 꿀로 소비자와 만남을 시도하면서 ESG 경영과 연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을 통한 꿀벌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한화는 꿀벌들에게 최적화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고자 스마트 양봉에 참여하고 있다. 양봉산업의 현대화 측면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 벌집인 ‘솔라 비하이브(Solar Beehive)' ( 사진=한화 제공 )

한화그룹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탄소저감 관련 캠페인을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UN 세계 꿀벌의 날(5월 20일)'을 기념, 지난해 5월 19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 벌집인 ‘솔라 비하이브(Solar Beehive)’를  공개했다.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솔라 비하이브'에는 약 4만 마리 꿀벌들이 살며 교내 실습용 과일나무와 주변 지역 식물의 수분에 도움을 준다. 한국농수산대 관계자는 “솔라비하이브는 꿀벌의 발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해충 등의 위험 요인을 즉시 감지할 수 있어 꿀벌의 개체 수 증식 및 종 보존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꿀벌들의 생육 및 활동 데이터는 꿀벌 개체 수 관련 연구에도 활용된다. 구체적으로 '솔라 비하이브'라는 시스템은 꿀벌들의 생육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벌집과 벌집에 전력을 공급하고 제어하는 외부 설치물로 구성되어 있다. 벌집 내 온도와 습도, 물과 먹이 현황 등 내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어 기후에 민감한 꿀벌들에게 최적의 내부 조건을 유지해 줄 수 있다. 신선한 당액과 수분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설계돼 있어 꿀벌이 이 벌집 안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밖에 나가 생산적인 수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시 양봉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도시 건물 옥상이나 공원 등에서 양봉을 하는 것이다. '어반비즈 서울'이라는 도시양봉 업체는 사회적 기업이다. 양봉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도시에서 꿀을 생산하여 시민의 친환경 경각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이다.

양봉관련 벤처기업의 새로운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한화가 '솔라 비하이브'라는 벌집 관련 솔루션 업체라면, 바이오포스라는 벤처기업은 꿀벌의 면역력 강화를 주 타깃으로 하는 곤충의료 바이오 업체다. 성형외과 원장이 대표로 있다.

곤충의료 업체 '바이오포스'가 개발한 꿀벌 면역력 강화제 '비해피'.

이 업체는 꿀벌의 면역력 약화가 꿀벌 산업의 취약점으로 보고 꿀벌의 면역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제품을 개발, 이미 시판하고 있으며 조달청을 통해 양봉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자체 기술로 연구 개발하여 이미 친환경 제재로 동물용 의약품과 꿀벌이 먹는 면역강화 제품들을 시판하고 토종 꿀벌이 아닌 양봉 꿀벌에 치명적인 응애 퇴치용 제품도 개발했다. 중국산에 비해 맹독성이 없는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2023년에는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입주하여 서울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개발능력도 키우고 양봉농가들과의 제휴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꿀벌 산업의 미래로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꿀벌산업에 대한 기업의 제휴와 참여가 활발해 지고 있다. 곧 양봉철이 다가온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꿀벌들이 생태를 위협받을 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기상 이변이 예사롭지 않은 요즘 꿀벌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절실하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