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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권력 외압에 KT 소액주주들 '뭉쳤다'…윤경림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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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KT 새 대표 내정자 윤경림 과연 살아남을까?

대주주 연합 vs 외국인·소액주주 표대결 불가피

윤 내정자 임명 尹 측근 '방탄용' 인사들은 사임

윤경림 KT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뉴스1)

여권이 '콕 찍어' 때린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루게 될 이달 31일 KT 정기 주총을 앞두고 전날(13일)부터 전자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윤 내정자의 생존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구현모 전 대표 연임을 반대한 정부와 여당이 구 대표 측 인물로 꼽히는 윤 내정자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KT 등 기업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통한 회장 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발언하자,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이 '구현모 때리기'에 동참하면서 구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결국 연임을 포기하고 사퇴했다. 

이후 이 자리에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내고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외부 인사 18명이 지원했지만 전부 탈락하고, KT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했다. 윤 전 장관은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러자 여권에선 본격적인 KT 압박에 나섰다. 내부 인사 4명 압축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KT 전·현직 임원 4명만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로 통과시켰다"며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공격했다.

특히 윤 사장에 대해선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며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윤 사장을 겨냥해 '구현모의 아바타'라고 맹비난했지만 KT는 지난 7일 오후 4명의 후보 중 윤 사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같은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KT는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이라는 발언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강수를 뒀다. 대통령실은 다음 날 KT를 지목해 '카르텔' 발언이 나온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았다. 

급해진 윤 내정자는 바로 다음날인 8일 방어를 위해 윤석열 캠프 경제특보였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KT 사외이사로, 9일 윤 대통령 충암고 4년 선배인 윤정식씨를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 내정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을 포진시켜 '방탄'을 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각각 10일과 12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여당과 KT의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KT와 윤 사장이 대통령실과 여권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뻔히 '방패 막이'역할 기용으로 읽히는 자리를 두 사람이 덥석 받을 리는 없었다.

서울 광화문 KT 사옥. (사진=뉴스1)

정치권 압력 vs 뿔난 소액주주들…결과는?

KT 대표이사 선임안 주총 안건 통과 여부는 결국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표가 얼마나 모이는지에 달려있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12%)은 구현모 전 대표에 이어 윤경림 내정자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KT는 지난해 9월 7,500억 상당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과 같이 윤 내정자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대표나 사외이사 선임 등 중요한 안건은 이사회가 대주주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의견에 따라 표결을 하겠다는 의미여서 반대로 기운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의 입장은 검찰이 KT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현모 대표의 쌍둥이 형인 구준모씨가 운영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2021년 7월 현대차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윤 내정자(당시 현대자동차 부사장)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고발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나 현대차가 윤 내정자 선임을 반대하더라도 상황이 정부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는 14일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내정자를 차기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들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글래스루이스가 ‘찬성’ 의견을 내면서 기류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KT의 외국인 지분 비중은 44%다. 이들이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을 얼마나 받아들이냐에 따라 표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수는 또 있다. KT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분 모으기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주주 1,000명, 지분 1.9%에 해당하는 500만주를 모아 주총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윤 내정자 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인증글을 올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21분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주총까지는 아직 2주가량이 남았지만 소액주주 1,450명이 모였고, 동참의사를 밝힌 주식수는 339만 5,000주가량이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약 1.3%에 해당한다. 이들은 "민영화된 KT의 대표이사 선임에 정부와 정치권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결국 새 KT 대표이사 선임은 31일 주총에서 대주주 연합 대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 동맹간 표대결로 결판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하나 관전 포인트는 윤 내정자가 소액주주의 결집에 힘입어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되더라도 과연 권력의 압력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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