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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상민, 파면 아니면 책임 없나…"직 수행 정당성 부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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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파면 아니면 책임 없나…"직 수행 정당성 부여 아냐"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뉴스버스 김수민의 정치클리어링

국회 윤리 절차, 사법절차와 달라…’김남국 제명 권고‘ 온당

'무죄면 문제 없다' 식 정치의 사법화로 뻔뻔한 풍조 확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 탄핵 심판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대본 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2020년 어느 날, 방송중 진행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에서 생긴 다툼을 정치적 과정으로 풀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는 현상이다. ‘사법의 정치화’는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에 따라 이뤄지는 사법적 판단을 두고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상이한 결론을 내리는 현상이다. 

그때 나는 “사법의 정치화가 더 나쁘다”고 답했었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사법부로 보내지는 ‘정치의 사법화’는 분명 정치의 무능함을 노출하는 일이다. 다만 사법 절차에서 다뤄질 만한 요인이 보인다면 그걸 덮어두고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에서 좀처럼 도출되지 않는 ‘결과’가 사법화된 사안에서 나오기도 한다. 한편 ‘사법의 정치화’는 명명백백히 드러난 증거와 사실까지 진영 논리나 군중 동원을 통해 부인하려고 한다. 이게 관철되면 사법은 ‘최후의 보루’로서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현실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정치의 사법화’쪽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사법의 정치화’는 결국 힘을 잃어왔다. ‘유죄’가 ‘조작’된 결과라고 우기는 이들에 대해 다수 여론이 호응한 사례는 없다.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는 일반인도 찾아볼 수 있으며, 그동안 일어난 권력의 교체와 순환은 ‘피해자 코스프레’에 속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치의 사법화’는 그에 비해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무죄가 나왔으니 아무 문제 없는 것’라는 풍조가 퍼지는 데 있다. 이는 윤리적 판단, 책임지는 태도, 정치적 결정을 저해한다. 당장에 한국 정치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국회 징계 논란이 닥쳐 있다. 

지난 7월 25일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자,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해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처사를 차제에 근절해야 할 것”(김기현 대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주무장관이 사퇴를 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유상범 수석대변인)라며 기세등등했다. 마치 억울하게 혐의를 쓴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헌재의 기각 판결은 ‘강제로 파면시켜야 할 만큼 위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 국회에 장관 탄핵소추권이 주어진 헌법과 법률의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기각된 직후인 지난 25일 오후 진선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3당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헌재의 기각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며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제에 가까운 한국의 헌정 질서에서 국회는 장관에 대한 추천권도 임명동의권도 없다. 내각을 불신임할 권리도 없다. 대통령에게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건의에 불과하므로 구속력은 없다. 여기서 그나마 국회에게 보장된 것이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받아볼 수 있도록 소추하는 권한이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는 즉시 그 피청구인은 직무가 정지되며, 헌재는 이 직무정지가 적절했는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든 장관 본인이든 사법적으로는 무죄를 확신하더라도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경질 또는 사퇴를 결심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결심이 없는 상황에서는 마찬가지로 국회도 해임건의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강제력을 행사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에서 탄핵 재판에서 면한 것은 파면뿐이다. 탄핵 재판이 그 자체로 이 장관이 계속 직을 수행해야 할 정당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상민 장관이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무지와 오만을 뽐낸 것,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강행했고 행안부 홈페이지에서 경찰국 주요업무 01번이 ‘경찰청장 지휘 및 감독’으로 적시되어 있는데도 참사 직후 이 장관이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고 비열하게 말을 바꾼 사실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법 뒤에 숨어서 도의적, 윤리적, 정치적 의무를 저버리는 또 하나의 사례는 김남국 의원이다. 국회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윤리특별위원회에 ‘김남국 의원 제명 권고’를 내리자, 김 의원은 “중대한 불법행위가 아닌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윤리적인 문제로 헌법에 따라 선출된 국회의원의 신분을 즉시 박탈하는 것은 징계의 상당성을 현저히 상실했다 할 것입니다”라고 반박했다. 

어차피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경우는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박탈당한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원을 제명할 수 있도록 한 취지가 무엇일까. 사법적으로 유죄가 나오지 않았거나 나오기 이전인 사안도 직을 상실하는 사유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김 의원은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총 8억 3700여만원의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 의원이 신고한 재산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5억원으로, 코인 보유 현황은 제외된 것이었다. 더구나 국회 윤리자문위는 2021년 말 기준 김의원의 코인 계좌 잔고가 99억원이었다는 발표도 했다. 그 당시 기준으로 김 의원이 재산 신고한 총액은 12억원이었다. 

당시 법적으로 코인을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 해도, 신고액과 실제 재산 규모가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면 스스로 공개했어야 할 일이다. 그는 상당 부분의 자산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집중적으로 ‘잡코인’, ’김치코인‘을 취득한 데 따르는 논란까지 틀어막았던 셈이다. 윤리자문위의 제명 권고는 결코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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