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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윤석규의 정치 맥점을 짚다---대선 2차전 67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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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선 2차전 67일 뒤 열린다

 

경기지사 선거, 명실상부 윤석열 vs 이재명 2차전…가장 뜨거운 선거

민주당, 안민석 염태영 조정식 최재성 출마 의사…김동연 변수

국민의힘, 김영환 심재철 정병국 함진규 저울질…유승민 거론

1. 대선 득표율차 0.73%p가 빚어낸 여야의 강대강 대치

역대 가장 적은 20대 대선의 득표율 차이는 예상과 다른 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따른 성찰과 반성보다는 소위 ‘졌잘싸’를 외치며 스스로를 합리화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지도부의 일원이었고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원은 대부분 이재명 전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임명됐다. 몇 비대위원은 이재명 전 후보가 대선 다음날 직접 전화를 걸어 비대위 참여를 설득했다고 한다. 새 원내대표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친명계’ 박홍근 의원이 선출됐다. 2007년 대선에 참패하고 당에서 완전히 밀려났던 정동영 전 후보와 비교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선 운동 기간 중인 26일 오후 각각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서도 강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계획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조적인 반대였지만 과거 민주당 소속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던 사실을 지적당하자 지금은 졸속이나 불통 등 이전을 추진하는 방식과 국방부 건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도 민주당의 분위기에 편승해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승인을 미뤘다. 현 집권세력의 이러한 기류는 0.73%p라는 득표율차가 빚어낸 예외적인 장면이다. 

어쨌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새로운 정부의 상징적인 사안이 돼버려서 당선인으로서는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김부겸 총리의 말처럼 윤 당선인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청와대의 반대 입장이 나오자 곧 현재 당선자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 금융연수원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나 청와대가 당선인의 뜻을 존중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싸움이 커졌다. 아직은 반대 여론이 높다. 리얼미터의 3월 22일 조사에 따르면 찬성보다는 반대 여론이 대략 9.1%p 높은 것으로 나온다. (리얼미터,  ‘찬성’ 44.6%, ‘반대’ 53.7%, 3/22) 

2. 코앞 지방선거도 정권 인수기 전례없는 신·구 권력 충돌 배경

정권 인수기에 이처럼 신‧구권력이 격렬하게 충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적은 득표차로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신‧구권력 충돌의 배경에는 적은 표차와 더불어 오는 6일 1일 실시될 지방선거가 있다. 보통 대선에서 승리한 쪽이 대선 직후 치르는 총선 또는 지방선거에서 크게 승리했다. 97년 말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6개월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석권했다.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은 4개월 후 치러진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2개월 20일 후, 대통령 취임 20일 후에 치르는 선거다. 이전 사례에 비추어 국민의힘의 압승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의 작은 득표차에서 희망의 싹을 찾았다. 잘 하면 얼마든지 지방선거에서 역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 패배로 넋 놓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잠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정당의 중요한 기반이다. 민주당이 2007년과 2012년 연달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2010년과 2014년 연이은 지방선거 승리였다.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충청권의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석권하면서 당세를 유지했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만약 지방선거마저 내준다면 다음 총선도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탄핵 이후 TK 지역당 수준으로 전락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지방선거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 국회는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데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 참석, 각분과 간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지방선거는 '윤석열 vs 이재명의 명실상부한 2차전'  

지방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선 2차전이 될 전망이다. 단, 윤석열 대 이재명의 2차전이 되는 것은 이재명 전 후보의 판단에 달려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재명 전 후보의 조기등판 주장이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아예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정파와 관계없이 반대의견이 많고, 이재명 전 후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지원 유세,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8월로 예정된 정기 전당대회 출마 등이 그 다음 행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전 후보가 지방선거 지원 유세에 뛰어든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명실상부한 대선 2차전이 된다. 

이재명 전 후보가 지방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려면 세 가지 조건이 채워져야 한다. 하나는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하고, 둘은 후보들과 당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셋은 지원 유세를 통해 성과를 낼 자신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는 지방선거 전에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의 민주당 분위기로 보면 그의 등판 요청이 클 것이다. 특히 그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후보들의 요구가 강할 것이다. 세 번째는 아직 미지수다. 아마도 이재명 전 후보 자신은 세 번째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등판해서 성공한다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해 민주당을 명실상부한 이재명 당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나 만약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등판하지 않느니만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운동을 한 실무진, 당 관계자 등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 이재명의 조기 등판 여부 윤석열 당선인 국민 평가에 달려

이 전 후보가 지방선거 지원 유세의 성과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국민의 평가이다. 국민들은 지방선거 전 대통령 윤석열을 경험할 시간이 20일 밖에 없으므로 주로 당선인으로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대선 2주가 지난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49.2%였다. 대선 직후 동일 기관의 조사에서 나온 52.7%에서 3.5%p 하락했다. 

당선인이 새 정부의 비전제시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 갈등을 일으키는 사안에 매달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일부 타당한 지적이다. 청와대의 비협조가 설혹 근본 원인이라 하더라도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퇴 압박이라던가, 이창용 한은총재 임명을 둘러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당선인 측은 우리 국민들은 언제나 강자보다 약자 편을 든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윤석열 당선인 본인이 정치적으로 부상한 것도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핍박받는 약자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어느 때보다 격렬했고, 윤석열 후보의 승리 요인도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보다 정권교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초기 기대감이 낮게 형성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까지는 약 45일이 남았다. 여전히 칼자루는 당선인측이 가지고 있다. 인수위에서 국정목표를 하나씩 제시할 것이고, 인사 발표 등 사용할 카드가 많다. 집무실 이전 문제도 지금은 신중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막상 당선인 측의 뜻대로 5월 10일 청와대를 개방하는 장면이 연출되면 단번에 바뀔 수 있다. 이재명 전 후보가 민주당 비대위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친 이재명 의원들을 통해 당 대표 선출방식 변경을 주장하는 등 밑자락 까는 일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5. 경기 도지사 선거 '가장 뜨거운 선거' 될 것 

지방선거 중에서 경기도지사 선거가 가장 뜨거운 선거가 될 것이다. 경기도는 이재명 전 후보가 지사를 지낸 곳이고, 지난 대선에서 약 5%p 차로 승리한 지역이다. 이재명 전 후보의 강점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 일하면서 보여준 능숙하고 신속한 일처리 능력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 이면에는 독단적인 일처리, 측근들로 도배한 인사,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일부 행태 등의 부정적 요소 또한 공존한다. 민주당과 대선 재수를 고려하는 이재명 전 후보의 입장에서는 경기도를 이겨 이 전 후보의 성과를 지키고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기도를 탈환해 이 전 후보 재임기 경기도정의 문제점을 밝혀 그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것이 필요하다. 양쪽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이고, 이재명 전 후보의 지원유세 여부와 무관하게 윤석열 대 이재명 2차전이 될 선거다. 

민주당, 안민석 염태영 조정식 최재성 출마 의사…김동연 변수

민주당에서는 안민석 의원, 조정식 의원, 최재성 전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민석 의원과 조정식 의원은 현역 5선 의원이다. 대선 과정에서 정치개혁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4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금지 약속이 이루어지면 다음 번 지역구를 고수하기 어렵다. 지사 선거에 나가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경기도는 이재명 전 후보가 승리한 곳이므로 잘 하면 이길 수도 있고, 떨어지면 다음 총선에는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방안도 있다. 이미 수원시장 3선 째인 염태영 시장도 다른 선택이 없다. 이기면 좋고, 떨어져도 몸값을 높여 총선을 노려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안민석 의원이 가장 앞서가고 있으나 이제 시작이다. 판이 굳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왼쪽부터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뉴스1)

더 큰 변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움직임이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양보했다. 본인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놓고 고민 중이고, 본인 스스로 합당이든 후보연대든 다 열려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처음부터 출마 자체에 의의를 두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았다. 그렇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았고, 협력한 후보가 패배해 협력의 의미도 살리지 못했다. 향후 정치를 계속하려면 반드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시장이 버티고 있는 서울보다는 무주공산인 경기도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김동연이라는 쓸 만한 카드를 서울시장 선거에 내보내 버리는 돌로 쓰는 것보다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내보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국민의힘, 김영환 심재철 정병국 함진규 저울질…김동연 맞불 유승민 거론

국민의힘 후보군으로는 김은혜 의원, 김영환 전 과기부장관, 심재철 전 원내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병국 전 의원, 함진규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은혜 의원은 당선자 대변인으로 지명되면서 출마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고,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나머지 후보는 모두 원외 인사이기 때문에 출마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고, 정병국 전 의원을 제외하면 이미 모두 출마 선언을 했다. 

왼쪽부터 김영환 전 의원, 심재철 전 의원, 정병국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함진규 전 의원. (사진=뉴스1)

국민의힘에도 변수가 나타났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유승민 전 의원 차출론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경제부총리 출신 김동연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면 같은 대선 경선후보이자 경제전문가인 유 전 의원으로 맞불을 놔야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 전 의원도 고심 중이라 한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유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준석 당대표가 시스템 공천을 주장해왔고, 유 전 의원과 특별한 관계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공정이라는 가치에도 어긋난다. 유 전 의원이 경선에 참가하겠다고 하면 참가를 막지는 않을 것이고 막을 이유도 없다. 

경선을 치를 경우 유 전 의원의 유력한 경선 상대는 김영환 전 의원이 된다. 유 전 의원과 김 전 장관 모두 당내 기반에선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유 전 의원은 탄핵찬성파로서 한 때 분당했다가 복당한 점이 걸리고, 김 전 장관은 국민의당을 거쳐 지난 총선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점이 약점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 전 의원은 윤 당선인의 경선 경쟁자로서 방관하다시피하다가 선거일 직전 뒤늦게 합류했다. 김 전 장관은 경선 이전부터 윤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고 선대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으며, 선거 이후 당선인 특별고문에 위촉되었다. 전국적 지명도는 유 전 의원이 앞서지만 안산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일산에서도 출마한 김 전 장관의 경기도 기반이 더 우세한 편이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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