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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기살인-'가습기 살균제 피해' 기억 환기시켰지만 흥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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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사회적 참사를 다루고 피해자에게 위안 준건 의미

균형 잡힌 시각 부재와 캐릭터 설정에선 아쉬움

<공기살인>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켰다는 점에 감사드린다. 피해 원인에 대한 설명도 잘되어 있다. 그런데,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내용 전개 방식과 아쉬운 캐릭터 설정과 복선의 부재가 영화에의 집중을 방해했다. 특히, 정부의 책임과 잘못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이 영화를 계기로 가습기 살균제 비극이 사회 공론의 장으로 나와서 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출처: TCO더콘텐츠온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김이수 위원장에 따르면 “2011년 초 서울아산병원에서 원인 미상의 폐 손상으로 4명이 숨지고, 3명은 폐 이식 수술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일이 일어났다. 병원이 정부에 역학조사를 요청했고, 그해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가 폐 손상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로 추정하고, 제품의 사용과 판매 금지를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한겨레신문 2022년 1월 19일 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전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약 894만명, 건강피해자는 약 95만명, 사망자는 약 2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변지은 외, 2020). 하지만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는 2021년 12월 31일 기준 총 7,642명이고 사망자는 1,740명이다. 이 중 피해구제법에 의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는 4,274명에 불과하다(김판기 외, 2022).

사회적 참사를 다루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공기살인>은 상업영화로서 사회적 재난을 다루었다. 소재원 소설가의 <균: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은 것>을 원작으로 조용선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하였다. 소재원 소설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그의 소망도 다시 한번 이루어진 것 같다. 

사실에 기반한 영화로 가습기살균제의 어떤 부분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모습을 잘 재현했다.

출처: TCO더콘텐츠온

사회적 비극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보다는 가해 기업의 사악한 면만을 주로 부각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원인과 그것들을 알고도 묵인하고 방치한 기업, 또 그들에 매수되어 자료 조작 및 거짓 진술하는 변호사와 조력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영화 끝 무렵에 가해 기업의 대표가 검찰에 붙잡혀 온 이후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공기살인>에서는 자세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영화 말미에, 갑자기 2019년 국회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위원회로 시공간이 바뀐다. 민우 아빠(김상경)가 그곳에서 단지 울분을 토하는 것으로 끝난다. 어떤 부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서로 책임을 돌리면서 사과는 하지 않는다. 마치 반전을 통해 승리를 취한 듯 보여주나,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니었음을 국회 차원의 조사위원회에서 보여준다. 

출처: TCO더콘텐츠온

복선의 부재와 아쉬운 캐릭터 설정

영화 후반부의 반전은 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사전에 복선이나 정보를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관객을 너무나 감쪽같이 속이다 보니, 서우식(윤경호) 팀장이 갑자기 우는 장면에선 이해를 못했다. 차라리 그가 준 서류 속 사진과 내용을 좀 더 일찍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법원에서 민우 아빠의 위증도 꼭 그렇게 해야 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 순간에 다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중의 일망타진을 위한 계획이었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반전은 이런 내용의 서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성이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접근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상업영화이기에 영화의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민지 아빠는 아내와 어린 자녀(90일)를 잃은 일반 직장인인데, 영화에서 민우 아빠 정태훈은 의사다. 또한, 한기주 변호사는 어렸을 때 왕따 경험이 있는 독립변호사인데 영화에서 한영주(이선빈)는 정태훈의 처제이자 검사이다. 언니가 죽고 나서 변호사 개업을 했고, 나중에 다시 검사로 복직한다. 영화가 원작을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영화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같다.

출처: TCO더콘텐츠온

한영주 검사는 약간 거친 성격이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그런 성격이라야 이런 일을 추진할 수 있기에. 그러나, 옷을 벗은 검사가 복직해서 잡혀 온 기업 대표를 조사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더군다나 그에게 오염된 물이라고 뿌리는 장면과 영화 마지막 장면에 정태훈이 정부 관계자에게 물을 뿌리는 장면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너무 단순화 시켰기 때문이다. 잠시의 카타르시스를 관객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줄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마무리 방법은 아니다. 

출처: TCO더콘텐츠온

<공기살인>의 개봉일은 4월 22일이었다. 4월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시민단체와 피해자 단체는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이 두 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공기살인> 영화가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해 본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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