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민 정치평론가
거대양당 구조 뚫고 나올 무소속 힘든 챔피언 누구?
6.1선거 남은 관전포인트- 투표율, 인물론, 히든챔피언
5월 27, 28일 양일간 6.1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었다. 사전투표율은 20.62%로 3.9 대선에서의 36.9%보다 훨씬 낮았으나, 2018년 지방선거의 20.14%는 넘겼다. 그렇다면 이번 최종투표율은 2018 지선의 60.2%와 비슷할까? 사전투표율과 최종투표율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3.9 대선 사전투표율은 2017년 대선 사전투표율(26.06%)를 훌쩍 넘겼지만, 두 대선의 최종투표율은 77.2%(2017) 대 77.1%(2022)로 거의 같았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최종투표자 셋 중 한 명꼴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2020년 총선에서는 투표자 열 명 중 네 명 가량이, 2022년 대선에서는 투표자 47.90%가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자 대비 사전투표자 비중이 상승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는 4년 전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더 떨어질 공산도 있다.
투표율 낮으면 민주당에 확실히 불리
투표율 고저와 각당의 유불리는 얼마나 연동될까? 투표율이 2018 지방선거보다 낮은 60% 미만이라면 민주당에게 적신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투표율이 높아야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투표율이 낮으면 민주당에게는 확실히 불리하다. 대선에서 이긴 쪽은 사기가 붙어 지방선거 투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대선 때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최대한 지방선거에도 참가해야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지 국민의힘 거부층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 투표율 저하를 드러낸 40대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다. 국민의힘이야 투표율이 높은 60대 이상에서 넉넉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판세는 어떨까. 막판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가운데 10곳 가량만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 지역 광역단체 5곳과 서울, 충북에서 너끈한 우세를 보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하게 우세를 나타내는 곳은 호남 광역 단체 3곳이다. 경기, 인천, 강원, 대전, 충남, 세종, 제주 등 7곳은 접전 양상이거나 여론조사간 널뛰기가 심하다.
검수완박 민주당에 부정영향…대통령집무실 이전 악영향 거의 없는 듯
남은 기간 돌발 사건이 터질 가능성을 제하고 말하자면, 중앙정치 이슈가 끼치는 영향은 거의 다 반영되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은 서울에서는 국민의힘의 우세를 대선 이상으로 굳혀놓았으며, 이 지역 여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우위를 달리게 만들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경기도도 접전으로 좁혀졌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가운데 추진되었지만, 이전에 따른 역효과가 현재로서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선거에도 악영향이 거의 없다.
지난 대선 막판에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한 2030 여성들은 이번 지선에서 기세를 올릴 수 있을까. 일단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국정 후순위로 밀어놓으면서 젠더 갈등을 피해갔다. 민주당은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민주당 비대위는 '더 젊고 역동적인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등 5대 과제에 합의하면서 내분을 급히 껐다. ‘박지현의 쇄신 행보를 살리기 위해 민주당에 투표해야 한다’와 ‘박지현은 사실상 굴복했으므로 민주당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두 흐름 중 어느 쪽에 힘이 실리는지는 알기 어렵다. 개표 결과가 나오면 해석 투쟁이 분주히 벌어질 것이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출마는 민주당의 판세에 악영향을 끼쳤다. 민주당으로서는 ‘윤석열 정부 견제’ 여론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재명 지지’는 ‘윤석열 견제’를 넘어설 수 없다. 이 고문은 출마 지역구인 인천 계양 을에서도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혼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고문은 지역구내 선거운동을 조용히, 낮게 펼쳐야 하고, 타지역 지원 유세는 삼가는 게 민주당 후보들에게 좋다.
막판 변수는 인물론
결국 막판 변수는 인물론이다. 지난 대선의 여파 때문에 양당의 지지층은 결집할 만큼 결집해 있다. 막판 대형 사건이 없는 이상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쪽은 정당 변수가 아니라 인물론을 따르게 되어 있다. 인물론이 어느 쪽에게 유리할지는 후보들과 정당이 하기에 달렸다. 다만 인물론에 더 절박하게 매달릴 쪽은 민주당이다. 자신감의 요인도 있다. 박남춘(인천), 양승조(충남), 이춘희(세종)는 현역 단체장이다. 이광재(강원)는 전직 도지사이자 다선 의원, 노영민(충북)은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동연(경기)은 전 경제부총리다.
국민의힘 후보들 가운데 유정복(인천), 이장우(대전), 김태흠(충남)의 경우는 친박 이력으로 확장성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권 안정론’만으로는 안 된다. 거부감을 불식시킬 개인 이미지가 중요하다. 김은혜(경기)는 ‘친윤’ 이미지를 등에 업는 동시에 윤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어난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인물론의 관점에서 재미나게 살펴볼 만한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선거들도 있다. 영남과 호남 지역 몇몇 곳에 펼쳐진 ‘지역 제1당 대 무소속’의 대결이다. 이 지역에선 제2당 이하 정당들이 미약한 대신, 제1당의 표밭을 깨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있다. 현역 단체장이 무소속을 고수하거나 공천에서 배제되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지역들도 있고, 다년간 공직경험으로 기반을 쌓았거나 무소속 단일화를 통해 결승전에 오른 무소속 후보들도 있다. 이들 무소속 후보들 중에서도 제1당 후보보다 참신하고 개혁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제1당 후보보다 더 고루하고 수구적인 후보도 있을 수 있지만, 여하간 승자가 되는 쪽은 이번 지방선거의 ‘히든 챔피언’에 등극할 것이다.
'윤핵관' 권성동 지역구 강릉시장 선거 결과도 관전포인트
영남이나 호남이 아닌 지역에도 관심 선거구가 있다. 강릉시장 선거다. 국민의힘 김홍규 후보와 현직 시장이며 무소속인 김한근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이곳은 ‘윤핵관’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 결과 ‘친이 퇴조, 친박 부상’이라는 기회를 잡았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치러진 달성군수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는 ‘일격’을 당한 적이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았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펼쳐진 김천시장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고, 자신이 비운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일어난 보궐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간신히 승리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이번 지방선거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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