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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미국인들 대도시 탈출 '엑소더스…곳곳 ’“살기 어렵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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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봉화식 객원특파원 
 

'미국에 더느 아메리칸 드림이 없다?'…40년만 인플레이션

코로나 팬데믹이후 집값·가스비·보험료 등 일제히 상승

재택 확산도 원인, 100만명 이상 대도시 9곳 42만명 격감

 

중소규모 도시도 대부분 인구 줄어

“미국에서는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수 없다.”
팬데믹 이후 미국인들의 전통적 생활방식이 바뀌며 대도시 탈출 ‘엑소더스’가 줄을 잇고 있다. 또 40년만의 최대 인플레이션으로 집값ㆍ가스비ㆍ식료품ㆍ보험료가 일제히 상승하며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밖으로 나가면 돈이 들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물가상승으로 감봉당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27일 최대경제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연방 통계 자료를 인용,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한 2020년 7월1일부터 2021년 7월1일 1년동안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9곳 전체 인구가 41만9,000명(1.7%) 격감했다”고 보도했다. 9곳 가운데 날씨 좋고 물가가 싸기로 유명한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만 인구가 늘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2022년 3월 한 전광판에서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Life’s Good’ 메시지를 담은 LG전자의 3D 콘텐츠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LG전자 제공)

미국내 주요 대도시 인구감소 추세를 살펴보면 최대도시 뉴욕은 거주자가 30만5000명(3.5%) 감소해 가장 문제가 심각했으며, 제2의 도시인 캘리포니아주 LA는 4만1000명(1%), 3위 일리노이주 시카고 4만5000명(1.6%),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5만5000명(6.3%) 순으로 드러났다. 메이저 도시 외에 50만~100만명 중간 규모 도시들도 인구가 대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실리콘밸리가 자리잡은 산호세와 캔자스시티 등 28개 도시 전체인구는 14만8,000명(0.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대도시 주택가격이 평균 100만달러 이상으로 크게 뛰어오르고 은퇴자가 늘어난데다 재택 근무 확산으로 많은 중산층이 대도시에서 탈출, 교외로 옮기거나 물가가 싼 지역으로 이사간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 자체는 상대적으로 흔들림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지난 5월15일∼21일 사이 실업수당을 새로 청구한 숫자가 21만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주보다 8000건 줄며 2주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며 블룸버그 통신이 예상한 전문가 전망치 21만5,000건보다 적은 것이다. 시장의 고용현황을 보여주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2주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는 135만건으로 약간 늘었다.

차량운행 늘며 부품가격도 상승

미주내 한인 운전자들의 탄식도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 가솔린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차량 운행이 예전처럼 활발해지며 차 보험료도 인상되는 중이다. 물가 역시 40년만의 최고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자동차 관련 비용까지 올라 한인 이민자들의 인생도 팍팍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 5월 11일 국내 한 주요소의 유류가격 표시판. (사진=뉴스1)

미국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올해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본격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전에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메이저 보험업체를 중심으로 일제히 보험 인상 승인 과정을 일찌감치 끝마친 상황이라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극심하고 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두자릿수 수준 인상률이 예상된다. 보험료 인상의 최대주범은 차량 수리비 증가로 꼽힌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지며 유통망이 붕괴, 부품 공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미뤄지며 자동차 수리 기간도 덩달아 지연, 공임도 크게 올라 보험료 상승을 부추겼다.

운행이 늘어난 것도 인상의 또다른 요인이다.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 전환으로 운전량이 늘며 운행 거리도 늘고 사고도 급증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는 자동차 이용이 줄어 보험업체가 요금을 할인·반환해 줬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모처럼 핸들을 잡은 성질 급한 운전자들이 자주 사고를 일으키고 부품·차량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는 악재가 겹쳤다.

갤런(약 4리터)당 6달러가 넘는 개솔린 가격도 운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LA와 뉴욕이 특히 심하다. 전국 평균 갤런당 4달러50센트보다 거의 2달러 가량 높다. 동유럽 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스값·차 보험료가 인상돼 전국적으로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경제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둔화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5%로 집계됐다. 비록 잠정치라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성장세를 기록하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잠정치에 앞서 발표됐던 속보치는 -1.4%였다. 미국의 GDP 발표는 속보-잠정-확정치 3단계로 나눠서 발표된다. 지난 분기 마이너스 성장폭이 커진 것은 5분기 만에 처음으로 기업 이익이 줄어든 탓이라고 ‘마켓 워치’가 해석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물류, 노동비용 증가로 기업의 세전 이익이 2년만에 가장 큰 규모인 2.3%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1분기 소비자 지출은 3.1% 늘어났다.

악재 속에서 미국 경제가 반등할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1분기 역성장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무역적자와 기업의 재고 투자 둔화,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감소 때문인 만큼,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분기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걱정되지만 성장률은 2%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사료 가격인상으로 미국산 소고기 등 육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류코너에 진열돼 있는 미국산 소고기. (사진=뉴스1)

인플레이션은 정점 찍고 하락세 조짐

이밖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참고하는 물가지표는 1년 반만에 오름세가 멈췄다. 상무부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전달보다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40년만의 최대폭이었던 지난 3월 상승률 6.6%보다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소폭이지만 둔화된 것이다.이에따라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차츰 완화되는 기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31일(한국시간)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를 기점으로 정상화가 가속화되는 미국 사회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불만이 높아지며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과감한 서민지원책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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