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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시행령 통치' '국회 패싱', 여야가 정권만 잡으면 내로남불

by 뉴스버스1 202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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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 정치평론가 

 

정부조직법 어긴 시행령 통치하면서 '정부완박' 선동

권성동, 예결위 상설화 논의에도 '정부완박' 꼬리표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된 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의 인사업무 중심은 인사 관련 부처(인사혁신처)나 국정을 총괄하는 부처(이를테면 국무조정실)가 담당하는 것이 정석이다. 굳이 법무부에 맡기겠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법무부 업무에 ‘인사’를 명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시행령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이제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지휘조차 시행령 개정으로 이루겠다고 한다. 법무부의 검찰 지휘권도 검찰청법으로 확보되어 있다. 행안부 전신 내무부의 업무에서 ‘치안’이 삭제된 건 1990년 말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이뤄진 일이다. 법으로 없앤 업무를 시행령으로 되살리는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걸핏하면 '정부완박' 선동 권성동, 비서실장에나 어울려

국회의 얕은 통제조차 거부하는 데서는 아예 ‘박근혜2’를 자임하고 있다. 조응천 등 14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패싱 방지법을 발의했다. 2015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로 이어졌던 바로 그 법안이다. 행정부가 만든 시행령이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기관에 시행령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행정기관장은 처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정부가 시행령안을 효력이 발생하기 전 의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고, 독일은 의회 승인을 거쳐야 시행령을 공포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시행령 수정 요청’조차 ‘위헌’,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이라고 주장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권성동 원내대표는 예산결산위원회 상설화 논의에도 ‘정부완박’ 꼬리표를 붙인다. 행정부의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국회가 침해한다는 논리다. 예결위를 상설화해서 국회가 면밀히 들여다보고 편성과정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고 해서, 국회가 또다른 안을 짜둔다고 해서 행정부 예산편성권이 침해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국회에 제출되는 예산안은 행정부가 자기 권한으로 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제약 없이 예산 항목을 신설하거나 증액할 수 있는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예산편성권은 오로지 행정부에만 있다. 국회가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예산을 들여다보고 행정부에 요구하는 게 예산편성권 침해라면, 지역구 개발 예산을 쟁취하려 로비스트처럼 움직이는 국회의원부터 묶어두기 바란다. 

국민의힘이 지난 문재인 정권·민주당·이재명 의원보다 나은 것이 뭔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기획재정부가 짜온 예산안을 청와대에서 짜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권은 개헌안을 발의하며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기존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민주당은 그간 예결위 상설화 논의를 무시하기도 했다. 문 정권 5년동안 시행령 통제 방안도 외면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국회 개입 강화를 말하기 전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요구할 자격이 국민의힘에게는 없다. 지난 민주당 정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패싱 방지와 예결위 상설화 앞장 유승민과 안철수 지금은?

국민의힘 당원 두 사람에게 질문한다. 2015년 국회 패싱 방지법에 적극 찬성했으면서 오늘날 ‘생각이 바뀌었다’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행정부가 국회를 패싱하면 여당이 약화되는데도 이를 버젓이 조장하는 원내대표는 아주 잘해야 비서실장에나 어울린다. 2015년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에 동의할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에게 묻는다. 현재 국민의힘의 행태는 방관해도 좋은가. 당신도 생각이 바뀌었는가. 바뀌었다면 ‘시행령 수정 요청’이라는 방법론에 대해서만 바뀐 것인지, 아니면 국회의 시행령 통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남 분당갑 6·1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대통령제지만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행정 권력 하나이지만, 한국은 행정권,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입법권까지 5개의 절대 반지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다. 미국 의회처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하지만, 현행헌법 안에서도 그 방향을 좇아갈 수 있고, 그 사례가 예결위 상설화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지론에 찬성하는가? 

대통령은 이미 법안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의원 2/3 이상이 동의해야 재의결된다. 대통령과 100명 이상의 의원이면 법안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행정부는 미국과 달리 법안을 행정부에 제출할 수 있다. 여기서 국회가 고작 ‘시행령 수정 요청’ 권한과 ‘예산편성단계에서의 개입’을 행사한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가. 다만 분명한 것이 있다. 이 문제를 대하는 국민의힘 정권의 태도는 정권의 향배와 흥망을 예고한다. 필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예비비 집행으로 강행한 것을 줄곧 비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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