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문재인 정부 땐 '몽둥이' 든 언론, 윤석열 정부엔 '솜방망이'

728x90

 전혁수 기자 

 

[분석과 의견] 文·尹 정부 검찰 인사 때 언론 보도 봤더니...

尹 '검찰총장 패싱' 을 '책임장관 권한' 두둔에 '솜방망이'

한동훈 '법무총장'의 검찰 장악' 인사에 구색갖추기 비판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8일과 지난 23일 두차례에 걸쳐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요직은 일명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특수통 검사들로 채웠다. 특히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잇따라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총장 패싱'을 지적하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단행된 인사 때와 비교해보면 언론의 비판 수위와 온도차가 명확하다. 추 전 장관 인사에 쇠몽둥이를 들었던 언론은 한 장관 인사에는 솜방망이를 들고 있는 듯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이 2020년 1월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단행을 앞두고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과 비공개 면담을 했지만 면담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뉴스1)

2020년 8월 7일 추 전 장관이 당시 검찰 내 소위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승진·전보 시키자, 7~8일 언론들은 앞다퉈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추 전 장관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켰다는 취지의 기사들이다. 당시 주요 언론 보도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사설] 정권 홍위병 검사 승진잔치, 추미애식 법치파괴 인사 - 조선일보
추미애발 2번째 인사태풍…윤석열 사단 학살 넘어 전멸됐다 - 중앙일보
'추미애 사단' 檢지휘부 완전장악…검사장급 26명 인사 - 문화일보
尹 추천인사 모두 승진 안돼…추미애 이번에도 '인사전횡' - 문화일보
[사설] ‘秋 사단’ 檢지휘부 전면 배치, 후안무치 인사 아닌가 - 세계일보
[사설]檢지휘부 장악 인사, 권력 지키기 논공행상인가 - 서울경제

지난해 1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장관이 검사장급 인사를 진행한 후에도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박 전 장관이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만났지만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었다. 다음은 당시 주요 언론 보도의 제목이다.

윤석열, 인사 2분전에야 명단 받았다... 검찰 내부 “박범계가 뒤통수” - 조선일보
이성윤 유임…‘추미애 시즌 2’ 박범계 검찰 인사 - 중앙일보
<사설>친문 검사장 우대한 人事로 드러난 권력수사 차단 저의 - 문화일보
[사설] 이성윤 유임… ‘추미애 시즌2’에 그친 박범계 검찰 인사 - 세계일보
윤석열과 협의했다더니···친정부·秋라인으로 '빅4' 돌려막기 - 서울경제

추미애, 박범계 전 장관의 인사 사례와 유사한 상황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발생했다.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근무 인연이 있는 특수통 검사들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검사들이 좌천됐다. 전직 장관들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의견을 제대로 인사에 반영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한 장관은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잇따라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하지만 "인사권 없는 검찰총장은 식물총장"이라던 윤 대통령은 "어차피 검찰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저는 책임장관으로 (한동훈 장관에게)인사권을 대폭 부여했다"며 "능력이라든지 감안해 제대로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시절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많은 언론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특히 6월 23일 두번째 검사장급 인사 이후 비판적 시각이 늘어나긴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해보면 확 티가 날 정도로 점잖다. 최근 검찰 인사에 대한 주요 언론 보도 제목을 살펴보면 이 같은 온도차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사설] 검찰총장 없이 연이은 검찰 간부 인사, 왜 이래야 하는지 - 조선일보
'식물총장' 빗댔던 尹…한동훈 '총장 패싱'엔 "장관이 잘했을것" - 중앙일보
한동훈 ‘檢총장 패싱인사’ 지적에… 尹 “책임 장관에 권한 대폭 부여” - 세계일보
‘총장 패싱’ 논란에 이원석 “법무부와 충분히 협의” - 국민일보
尹, 총장 없는 검찰 인사에 “우리 법무장관, 제대로 했을 것” - 서울경제

중앙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등에서는 비판적 시각을 담은 사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문화일보의 경우에는 한 장관이 검찰총장 공백 상황에서 잇따라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비판에 중점을 둔 보도 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일보가 윤석열 정부 들어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담은 기사를 작성한 것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글을 인용한 <‘검찰총장vs대통령’ 윤석열...윤건영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보도가 전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