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코로나로 움츠러들고 골치아픈 현실 한방에 날렸다
<탑건: 매버릭>은 관객이 영화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 영화다. 매버릭(톰 크루즈)은 대역 없이 직접 전투기를 몰면서 관객에게 극적인 체험형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치 그와 함께 전투기를 타고 조종하면서 협곡을 통과하고 적기와 싸우는 느낌이다.
여기에 더해 높은 개연성과 핍진성은 관객과의 공감대와 유대감을 고양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단순 서사를 선호하는 관객의 취향에도 부합한다. 단순한 구성과 예견되는 스토리임에도 재미 만점이다. 다음 영화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전개와 의외성을 만나고 싶다.
욕망의 대리 충족과 카타르시스 제공에 충실
어렸을 적에는 누구라도 한 번쯤은 파일럿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탑건: 매버릭>은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관객의 마음을 처음부터 흔들어 놓는다. 영화 시작부터 거대한 항공모함에 전투기가 이륙하는 장면과 그때 나오는 음악은 가슴을 뛰게 만들며, 잠재되어 있던 우리의 꿈을 일깨운다.
매버릭과 그의 훈련생의 실전을 방불케하는 고공에서의 비행 운전과 연습은 시각적, 극적 몰입감을 준다. 마치 내가 F-18 전투기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특히 매버릭이 계곡을 급강하하고 급상승을 할 때는 숨조차 쉬기 어려었다. 마블 영화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CG에 익숙해 있던 관객은 이러한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커다란 스크린에 부합하는 엄청난 규모는 보는 이에게 시원함과 통쾌함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복잡하고 골치 아픈 현실을 잊게 하고,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영화다. 이런 점들이 이 영화에 환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톰 크루즈는 사람들의 욕망을 꿰뚫고, 그들의 욕망을 대변하고 실현해 준다.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권력과 명예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때로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거스르기까지 한다. 이번에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전투기 접근이 어렵고 경비가 삼엄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그는 비행기 조종사들의 교관으로 투입되지만, 종국에는 그들의 리더가 되어 그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다.
또한, 전작 <탑건>에서와 같이 매버릭은 선글라스를 끼고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이런 모습은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로망이리라. 톰 크루즈는 수많은 영화 주인공과 영화 제작을 통해 관객이 원하는 지점을 알고 있다.
관객과의 적극적 소통
톰 크루즈는 영화 관객의 소중함을 알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줄 아는 영화배우다. 그는 이번까지 열 번이나 한국에 왔고,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그가 젊었을 때의 팬들은 여전히 붙잡아 놓으면서 새로운 팬들을 만드는 힘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모든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그처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한국을 좋아하고, 그의 영화를 홍보하는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가 한국 팬들에게 보여준 손가락 하트 표시는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보여준다. 그는 그것을 표현하고 이용할 줄도 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인의 톰 크루즈에 대한 따뜻하고도 끊임없는 애정이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톰 크루즈는 한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배우였다. 현재는 미션 임파서블과 잭 리처 시리즈로 액션배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과거에 그는 다양한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기억이 어렴풋해졌지만,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탑건>외에도, <파 앤드 어웨이>(1992), <어 퓨 굿맨>(1992)과 <레인맨>(1989)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톰 크루즈가 나온 영화를 몰아보기 시작했다.
베트남전 상이용사로 나오는 <7월 4일생>(1989)과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로 나오는 <제리 맥과이어>(1996)을 보면 그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시간이 되면 그가 출연한 과거의 작품을 골라서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탑건: 매버릭>은 영화가 협업예술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 올 때 자세히 살펴보면 익히 알고 있는 이름들이 보인다. 감독 조셉 코신스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와 각본에 크리스토퍼 맥쿼리, 음악에 한스 짐머와 레이디 가가 등. 많은 유명인이 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톰 크루즈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 <탑건: 매버릭>은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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