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한동훈 美 출장, 이재명 수사목적"…한동훈 "내부고발하나"

김태현 기자 

 

김의겸 "암호화폐 수사 맡는 국제범죄수사 부장검사 동행"

한동훈 "미리 수사하지 말란 '복선' 깔아 두는 것이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월 6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 6월 미국 출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을 겨냥한 수사 목적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 장관이 "범죄가 드러나도 수사를 하지 말라는 '복선'을 깔아두는 것이냐"는 입장을 밝히자, 김 의원도 "말장난으로 넘어가지 말고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6월 한 장관이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청을 방문한 게 문재인 정부 인사와 이 대표 등을 겨냥한 수사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장관의 미국 출장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계속 조사를 했는데, 처음 마주친 인물이 버질 그리피스"라고 말했다.

버질 그리피스는 2019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해 대북 제재를 피해 암호화페를 해외로 송금하는 기술을 밝힌 인물이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그리피스를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에 암호화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지난 4월 그리피스에게 징역 63개월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에리카 강'이라는 여성과 그리피스가 주고받은 전자우편이 포함돼 있었는데, 그 이메일 안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국회의원들이 다수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의원은 한 장관이 민주당 인사들이 등장하는 사건을 염두에 두고 뉴욕남부 연방검찰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방송 이후 한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김의겸 대변인 말처럼 대한민국 정치인이 북한 가상화폐 범죄와 연계되었다면 범죄의 영역인데, 김대변인은 지금 '범죄신고나 내부고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저런 범죄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고 미리 '복선'을 깔아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지난 6일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같은 취지의 김 대변인 질의에 대해 "암호화폐 수사와 관련해 미국과 공조하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 사건을 밝힐 수 없다"며 "진짜 그런 문제가 있다면 범법 가능성이 큰데 조사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 장관 입장문이 나온 이후 김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내부고발'이네 '복선'이네 하는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말고 정정당하게 미국 출장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당시 한 장관은 나욱진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 담당 부장검사와 동행했다. 암호화폐 수사와 관련된 미국 검찰청을 방문해 관련자들을 만나고 귀국한 직후부터 나 부장검사는 암호화폐 내지 외환 송금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은 검찰총장을 우회해 일선 부장검사에게 수사지휘를 한 셈"이라며 "특히 이번 수사는 이 대표를 겨냥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많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핑계로 눈속임을 해가며 출장 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