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기자
이인규 "문재인, 盧 주검 위에 거짓 제단 쌓아 대통령 돼"
이인규 "盧 조사 앞서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니까' 제안"
윤건영 "정치검사가 검사 정권 뒷배 믿고 날뛰는 행동"
이인규 "MB 민정 수석 '노무현 불구속 하되 망신주기' 제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의혹 수사를 지휘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수수와 관련 "(이명박 정부) 정동기 민정수석이 전화를 해 명품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리라는 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출간 예정인 자신의 책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서 수사 당시 MB 정권 정동기 민정수석이 자신에게 전화를 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선물로 받은 스위스 피아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진술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두렁 시계로' 회자됐고, 이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MB 정부 원세훈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강기옥 국정원 국장이 "명품 시계 (수수) 건을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주는 선에서 활용하라"는 내용을 이 전 수사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사실도 책에 담겼는데, 이 같은 국정원 개입설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나 MB 정부의 민정수석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것은 처음 드러난 것이다.
이 변호사는 "2009년 4월 10일쯤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수석님! 수사에 간섭하지 마시라, 저희가 알아서 한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4일 뒤 퇴근 무렵 국가정보원에서 검찰을 담당하는 강기옥 국장과 대검찰청을 출입하는 권모 요원 등 2명이 찾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노사모가 결집하고 동정 여론도 생길 것이니,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이 변호사가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쓸데없이 개입이나 하고,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따지자 강 국장 은 "저희가 실수한 것 같다. 오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한 뒤 황급히 돌아갔다고 기술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업무일지에 강 국장으로부터 받은 명함을 붙인 뒤, 그 아래 강 국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메모해뒀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회고록에서 "박연차가 노 전 대통령에게 2억원이 넘는 고급 시계 2개를 선물한 것은 사실이다"며 "소환조사 당일 피의자 신문 과정은 CCTV로 녹화돼 영구보존 중인 수사기록에 첨부됐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기록에는 '논두렁 시계'라는 표현이 없고, 이 표현은 SBS가 처음 쓴 말로, "그 배후엔 국정원과 이명박 청와대가 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인규 "노무현, 조사 앞서 '(피아제) 시계는 뺍시다' 제안"
이 변호사는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에 관련한 비화(秘話)도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권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 명품시계 2개를 받은 것은 다툼 없는 사실"이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시계 수수 부분을 혐의에서 빼자고 말해 당황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이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뭐라 답변해야 좋을지 난감했다"며 "사전에 보낸 질문지에 명품 시계 수수 부분이 들어 있지 않아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적었다.
회고록에는 또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면 상황에 대해서도 기술됐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의 대질 신문을 거부해 '두 사람이 만나게라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소리치자, 노 전 대통령은 “저도 감옥 가게 생겼어요. 감옥가면 통방합시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책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쌓아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상당 부분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기록을 보지도 못했고, 검찰을 접촉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저서 '운명'에서 '박 회장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썼던 부분에 대해 책을 통해 반박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믿었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변호사마저 곁에 없었다”며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인규, 14년 만에 회고 낸 이유는?
이 변호사는 14년 만에 회고록을 낸 이유와 관련, 책 머릿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온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2023년 2월 21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도 모두 완성되었다. 이제는 국민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17일 오후 뉴스버스와 통화에서는 여러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 전 부장의 회고록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전해철 의원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윤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간 정치검사가 검사 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정치검사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라고 반발했다.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변호인으로 참여한 저의 기억으로는 이인규 검사는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외국에 도주하다시피 한 이 전 검사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노 전 대통령을 모욕주고, 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불순한 의도와 배경이 궁금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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