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기자
전두환 손자 "차명회사 만들어 비자금 은닉·세탁"
"나스미디어도 차명 회사"…나스미디어 "사실 무근"
이순자 "할미 품으로 돌아오라"…손자 "소름 끼쳤다"
고(故) 전두환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는 "(전두환 일가가) 차명 회사를 세운 뒤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은닉·세탁해왔다"고 밝혔다.
우원씨는 또 "(전두환 일가로부터) 할아버지는 민주주의 영웅이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빨갱이의 폭동이라고 세뇌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원씨는 16일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전두환 일가의 차명회사로 나스미디어와 웨어밸리를 지목했다. 전두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형식으로 비자금을 은닉해 왔다는 것이다.
우원씨는 이날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나스미디어 같은 경우 바지 사장을 앉혀놓고 실제로 힘은 저희 큰 아버지(전재국씨)가 쥐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 제가 그 회사에서 낙하산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스미디어는 KT그룹 디지털 미디어 광고 계열사로 코스닥 상장사다.
우원씨는 “군 제대 후부터 2017년까지 나스미디어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내가 낙하산 인턴을 했으면 (큰 아버지의)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며 “KT 계열사인데, 절대 낙하산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스미디어의 현재 최대주주는 KT로 42.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창업자인 정기호 KT알파 사장이 16.8% 지분율로 2대 주주다. 설립 당시 정기호 사장은 지분이 61% 가량이었으나 지분 일부를 KT에 매각해 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대해 나스미디어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창업자였던 정기호 사장이 20년 이상 운영해왔던 상장사로, 언급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해명했다.
우원씨는 인터넷 보안업체인 '웨어밸리'는 전두환씨의 경호관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설립한 뒤 비상장 주식이 아버지(전재용씨)와 자신에게 양도됐다고 주장했다. 우원씨는 자신의 지분은 아버지 전재용씨가 노역을 하고 나와 '돈이 없다'고 해 박상아씨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우원씨의 아버지 전재용씨는 2016년 탈세 혐의가 확정돼 38억 6,000만원을 내야했는데, 하루 일당을 400만원으로 환산한 교도소 노역으로 대체해 '황제 노역' 논란이 일었다.
벌금을 낼 능력이 없어서 노역으로 대체했는데, 아들에게 맡겨둔 비자금 회사 '웨어밸리'의 비상장 주식을 넘겨받아 이를 현금화시켜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우원씨의 주장을 요약하면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은 경호관 등 지인들을 앞세워 회사 설립에 투입되고, 비상장 주식으로 지분을 넘겨받은 뒤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세탁됐다는 주장이다.
우원씨는 "(웨어밸리처럼) 돈의 출처는 전두환 일가인데, 서류상 회사의 시작은 지인들이기 때문에 비자금이 쉽게 드러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우원씨는 "웨어벨리 비상장 주식 외에도 비엘에셋(부동산 개발과 임대 회사) 지분 20%와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이 자신의 명의로 넘어왔다"고도 했다.
웨어밸리는 그간 전두환 일가의 '자금줄'이란 의혹을 받아왔으나 가족이 이를 구체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웨어밸리는 2001년 전씨의 둘째 아들 재용씨가 설립한 회사로 2003년 10월 현 대표인 손삼수씨에게 넘어갔다. 손씨는 청와대에서 전두환씨 비서를 지낸 육사 출신 전직 군인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웨어밸리에 전씨의 비자금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를 인수한 손씨로부터 5억5,000만원을 환수했다.
우원씨는 사촌형제들이 물려받은 비자금 규모에 대해 "(저희보다) 무조건 더 많다"며 "전재국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회사만 제가 아는게 몇백억원 규모"라고도 말했다.
우원씨는 뉴스버스와 인터뷰에 앞서 이날 새벽에도 1시간 15분 가량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전두환 일가 비자금 등과 관련한 폭로를 이어갔다.
우원씨는 "어릴 적 (가족들로부터)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이고, 광주 민주화 운동은 '빨갱이'의 폭동이다. 우리는 국가를 부유하게 해줬고, 우리가 피해자라고 배웠다"면서 "그들이 가르치는 교육을 받으며 세뇌당했다"고 말했다.
전두환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함께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학살을 자행했지만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끝내 사과 표명을 하지 않고 죽었다.
그는 또 "전두환 일가가 매주 일요일 연희동 모 외국인학교 운동 시설을 빌려 다 같이 배드민턴을 쳤는데, 국가대표 선수들을 불러 가족 단위 레슨을 했고 이들에게 매주 최소 100만원씩 용돈을 줬다. 채권도 많이 줬다"고 폭로했다.
우원씨는 이어 "이순자씨가 며느리 등에게 현금으로 수 천만원씩 용돈을 줘서 (며느리들이) 잘 보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원씨는 자신의 친모인 최모씨와 관련해서도 "전재용씨와 박상아씨가 바람피는 것을 쉬쉬하는 대가로 최소 수 십억원을 장기간에 걸쳐 받아왔다"면서 "어머니(최씨)는 주변 지인들을 이용해 대가를 주고 비자금을 세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범죄는 범죄다"고 덧붙였다.
우원씨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할머니인 이순자씨가 보낸 문자도 공개했다. 이순자씨가 보낸 문자에는 '돌아와라 제발 이 할미 품으로. 이 할미도 유방암2기라 얼마나 오래 살수 있을지 모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우원씨는 "답을 하지 않았다. 소름이 끼쳤다. 당분간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서 "지난해 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안부 문자 하나도 없었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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