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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대기업이 독식한 콩나물·두부 과연 친환경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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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형 기자 

 

콩·두부·콩나물의 탄소 발자국

서울 은평구 수색동주민센터는 2020년 물빛마을 지역사회보장 협의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식단도 유지할 수 있도록 홀몸 어르신 60가구에 콩나물 시루와 콩나물 콩 60kg을 전달했다. 서울 성동구도 2020년 같은 취지로 독거 노인 786명에게 '콩나물 기르기 키트'를 제공했다. 

이 행사 참여 노인들은 길러진 콩나물을 밑반찬과 국 등을 만드는데 쓸 수 있어 만족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서울 성동구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3월 24일 독거노인 786명에게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콩나물 키트’를 전달하기 위해 각 동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콩나물 키우기 키트를 배부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성동구청)

과거 집에서 키워 먹던 콩나물은 1970년대 동네 콩나물 공장을 거쳐 이젠 풀무원 CJ 대상 등 굴지의 식품 대기업 손으로 넘어갔다. 과거 콩나물 두부 장수가 종을 울리며 동네를 다니던 모습은 50~60대의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팔던 시대도 지났다. 지금은 포장된 채 마트에서 구입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두부 콩나물 생산과 유통의 대변화는 대형마트 유통의 성장 덕이다. 콩나물과 두부가 대형마트의 필수 품목이 되면서 유기농 두부와 콩나물의 대명사인 풀무원은 날개를 달았다.

풀무원·CJ·대상 등 대기업이 소비량의 70% 이상 공급

대형마트 식품 매장에서 포장 두부와 포장 콩나물 시장은 풀무원이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CJ와 대상이 뛰어 들어 가열된 시장이다. 이들 대기업은 전용 매대를 차려 판촉사원까지 동원하여 콩나물과 두부를 팔고 있다.

대형마트는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전국적으로 수백개가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소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 만으로도 부족했던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만들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었다. 이곳 모두가 재벌 콩나물과 재벌 두부 유통의 토대가 됐다.

일상 식탁에 거의 매일 올라오는 두부 콩나물의 이러한 유통에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 두부 콩나물이 어떻게 이동하며 탄소를 발생시키는지, 두부 콩나물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해봤다. 

대기업 독식 시장과 대형마트 유통의 함정

영국의 탄소발자국 측정 전문가인 마이크 버너스리가 쓴 <거의 모든 것의 탄소발자국>은 단지 음식이나 교통수단 뿐만 아니라 문자 메시지 한 건, 맥주 한 잔, 컴퓨터 한 대, 사람 한 명, 월드컵 등에 이르기까지 총 93개 항목에 대해 탄소가 갖는 총체적인 영향을 추적한 책이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탄소발자국’은 제품과 생활방식 회사 국가 심지어 전 세계까지 어떤 것의 생산·유통·사용·소비·폐기에 이르기는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말한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제품일수록 탄소발자국이 높다. 

요즘 식품류들의 장거리 운송과 대형 유통경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식품이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푸드 마일’이라고 부르는데, 이 거리가 길어질수록 운반을 위한 석유나 석탄 등 에너지원 사용 또한 늘어난다. 더불어 장시간 이동을 위해 사용되는 포장재에 들어가는 화학제품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신선식품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저장에너지의 소모도 상당하다.

이 과정을 통해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에는 모두 푸드 마일리지가 발생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재료의 생산·운송·소비라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환경 부담 정도를 나타낸 지표다. 푸드 마일리지는 곡물, 축산물, 수산물 등 아홉 개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계산되는데, 식품의 양(t)에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거리(km)를 곱하면 나온다. 

수입콩의 탄소 발자국

한국환경공단의 설명에 따르면 국산 콩을 운반하는 차량의 탄소 배출량이 13g이라면 미국산 콩을 운반할 때 나오는 탄소는 463g에 달한다. 같은 콩처럼 보이지만 바다를 건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콩은 국산 콩보다 무려 37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2021년 우리나라 콩 자급율은 23.7%(농림축산식품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7배나 높은 수입콩을 쓸 수 밖에 없다.

콩나물과 두부는 비교적 국산 콩 사용 비율이 높다. 장류 등 다른 식품 용은 100% 수입산 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산콩을 사용한 두부가 수입콩 사용 두부보다 2배 가까운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두부 생산에서 국산콩 사용량은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두부 원료의 주 수입처는 미국이고 콩나물 콩의 주요 수입처는 중국이다.

그러면 일단 두부용은 미국의 생산지에서 트럭으로 항구로 이동한 후, 항구에서 다시 한국의 부산이나 인천항으로 배로 이동하여 한국의 보관창고에 보관하게 되고, 콩나물 콩은 중국의 산지에서 항구로 이동한 후 한국의 인천항으로 온 후에 보관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대부분의 수입 콩은 1) 산지 내륙 이송 2) 수출국 항구에서 국내 항구로 배로 이동 3) 국내 보관창고 이동 이라는 첫 번째 국가간 이동 발자국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국내 콩나물·두부 유통의 탄소 발자국 

콩이 콩나물과 두부 원료로 이동한 후에도 탄소발자국은 이어진다. 이제 1KG 의 콩은 6KG의 콩나물이 되어 대형 유통센터와 대기업 물류 센터로 이동한다. 대형유통 회사 물류센터에서는 각 지역 마트로 공급이 되고, 풀무원 등 기업 물류센터에서는 기타 유통 센터에 개별 물류를 통해 각 판매처에 공급하게 된다.  6KG의 몸집이 된 콩나물은 트럭으로 전량 이동한다. 트럭의 이동 탄소 계수는 가장 높다. 두부도 마찬 가지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콩나물과 두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풀무원 같은 대기업의 친환경 고급 두부는 포장 두부 시장을 열었다. 풀무원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을 배경으로 탄생한 유기농 친환경 기업이다. 친환경 콩 사용으로 콩나물 시장의 40%신화도 이뤄냈다.

그런데 이런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포장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탄소를 마구 발생시키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포장 두부와 콩나물이 마을이 아닌 전국 단위의 대형마트 매장으로 대이동을 하면서 탄소발자국, 그리고 보관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유통에 사용되는 막대한 포장재와 플라스틱도 양산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단계의 탄소 발자국은, 포장과 보관이란 측면에서 또 다른 탄소 발생의 승수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이 1년에 포장 두부를 소비하는 숫자 만큼 플라스틱 생산이 유발된다. 과거 시장에서 두부 판의 모두부로 사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플라스틱 사용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콩나물 300g 짜리 한봉지를 포장한 비닐 역시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시대 콩나물·두부의 생산과 소비는? 

이제 다시 집에서 마을에서 두부와 콩나물을 생산하던 과거로 돌아가보자. 직접 농사 지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콩나물을 키워 먹던 시절 , 콩나물과 두부는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산업화 이후 마을생산 두부·콩나물도 탄소발자국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은평구와 성동구에서 지역내 독거노인들에게 콩나물 재배기와 콩을 나눠주고 생산된 콩을 직접 소비하는 이벤트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마을에서 직접 콩을 직거래한 후 콩나물과 두부를 마을에서 생산해 마을 주민에게 공급하는 모델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두부 콩나물 가게가 있었고, 딸랑 딸랑 종을 치며 새벽에 두부 배달도 있었다.

택배는 물론 세탁물 수거 배달, 중고품 수리, 배달용기 수거 뿐만 아니라 콩나물 두부 생산 및 배달도 마을경제 단위에서 도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을 단위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공생사회적협동조합의 유대기 이사장은 “마을내에서 수거와 배달 범위를 늘리며 마을 경제를 지키는 것이 공생의 길이다“고 말한다.

마을 기반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 진다면 콩나물과 두부의 탄소발자국 문제 해결도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탄소발자국 없이 이런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두부와 콩나물이 식탁에 올라오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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