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 부장검사, 공수처 채용 직전 주가조작·기업사냥꾼 회사 사외이사였다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송창진 3부장검사, 공수처 임명 직전까지 '이트론' 사외이사 근무
이트론 실소유주 김영준, 최근 비자금 조성·조세포탈 혐의 구속
김영준 비자금 조성시기, 송 부장검사 사외이사 시기와도 맞물려
이트론 등 이화그룹 3개 계열사 김영준 비리로 12일부터 거래 정지
[반론] 송창진 부장검사 "김영준 비리 몰랐고, 윤석열 라인도 아니다"
[뉴스버스 단독] 공수처에 공개 채용된 송창진 공수처 3부장검사가 채용 직전까지 주가조작 및 비자금 조성 등에 연루된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지내다 공수처로 직행한 사실이 23일 밝혀졌다.
송 부장검사가 사외이사를 지냈던 회사의 설립자이자 실소유주는 송 부장검사가 있던 시기에 비자금 조성과 배임 등의 혐의가 드러나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송 부장검사는 지난 2월 14일 공수처 부장검사에 임명됐는데, 2021년 3월 29일부터 채용 직전인 2022년 12월 31일까지 서버 및 스토리지 제조‧유통기업인 이트론에서 1년 9개월간 비상근 사외이사로 일했다.
이트론의 올해 3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트론의 사외이사는 송 부장검사 1명이었으며, 연 2,400만원을 받았다.
송 부장검사가 사외이사를 맡았던 이트론은 이화그룹의 계열사로, 실소유주인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은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는 등 업계에선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여년간 이트론 등 이화그룹 계열사들에서 급여 명목으로 11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 및 배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김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지던 시기는 송 부장검사가 사외이사를 하고 있던 기간과 맞물린다.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막는 경영 감시 역할 차원에서 지난 2001년 도입됐다.
검찰은 김 회장 등이 2016∼2017년 증권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내지 않았고, 2016∼2019년에는 해외투자를 신고하지 않아 173억원 상당의 재산을 국외로 유출했다고 판단해 조세포탈과 재산 국외 도피 혐의도 적용했다.
이외에도 2001년 정관계 실세를 등에 업은 주가조작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다. 김 회장은 2018년에도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조선일보의 인물 상세 프로필에는 송 부장검사가 삼일제약과 엠젠플러스에서 사외이사를 한 사실이 기재돼 있으나, 이트론 사외이사 경력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사법연수원33기인 송 부장검사는 대검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특수부를 거친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검찰 내에서는 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특수부장 시절 대구지검 특수부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주임검사를 할 당시 송 부장검사는 중수부 검사였다.
김영준 누구? 이트론은?
김영준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이화그룹의 계열사들은 최근 거래 정지가 반복해서 이뤄지다 현재는 거래 정지 상태다. 김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영향 때문이다.
지난 11일 구속된 김 회장은 2001년 ‘보물섬’을 이용한 주가조작과 정관계 로비가 드러난 권력형 비리 사건 ‘이용호 게이트’ 당시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기업사냥꾼이다. 사건 당시 잠적했다가 4개월 만인 2002년 1월에 붙잡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때 이름이 알려진 김 회장은 기업 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이름이 오르내렸고, 2018년 주가조작혐의로 또 형을 살았다.
검찰은 김 회장을 이화그룹의 실소유주로 보고 있다. 이화그룹 계열사들은 이트론이 이화전기 지분 19.9%를 가진 최대주주, 이화전기는 이아이디 지분 22.08%를 소유한 최대주주, 이아이디는 이트론의 지분 15.6%를 가진 최대주주 형태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다. 대주주가 적은 자본으로 여러 회사를 지배하는 전형적 방법이다.
이화그룹의 계열사인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는 지난 12일부터 계속 거래정지 상태다.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김 회장이 경영에 이화그룹 계열 3개 회사의 경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가 김 회장과, 이트론 사내이사인 김성규 총괄 사장에 대해 비자금 114억원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지난 10일 알려지자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상장사 이아이디와 코스닥 상장사 이화전기 이트론 등 이화그룹 3개 계열사에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여부에 대해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거래소측은 이날 답변 공시 때까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가 11일 거래 정지를 해제했다.
그런데 이화그룹 측은 답변 공시에서 횡령 금액을 8억3,000만원으로 줄여 공시했는데, 거래소는 구속된 김 회장 등의 기소 혐의 내용과 차이가 있자 12일 재차 공시를 요구하며 이날 다시 거래를 중지시켰다.
이화그룹 계열 3사는 이에대해 “(김 회장이) 현재 당사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로 구속영장 청구서 등의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거래소측은 ‘풍문사유 미해소’를 이유로 거래 정지 기간을 연장하며 이날까지도 거래정지돼 있다.
김 회장이 표면상으론 이화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실제는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면서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을 저질러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회장이 회사 경영에 관여했다면 거래소의 거래 정지 사유에도 해당된다. 지난 2015년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 김 회장은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한 바 있다. 경영 참여가 확인될 경우 전 계열사가 실질심사 대상이 되겠다고도 했다.
송 부장검사, 김영준 등 전 현직 임원 비리 몰랐을까?
송 부장검사가 이트론에 사외이사로 임명되기 나흘 전인 2021년 3월 25일 이화그룹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폭로가 제기됐고 당일 언론에도 보도됐다.
소명섭 당시 이화전기공업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김 회장이 벌이고 있는 횡령·배임 사건에 대해 내부 폭로를 했다. 소 전 대표는 “김 회장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635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이화전기의 자금 규모만 계산한 것이고 이트론 등 계열사의 자금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회사로 들어왔다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소 전 대표는 또 “(김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는데, 모든 결정에 결재만 안 했을 뿐 본사에 경영전략실을 두고 막후에서 자금,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속속들이 개입해 사익을 채우고 있다”고도 했다.
소 전 대표는 김 전 회장의 경영개입 의혹을 폭로하고 나흘 뒤 해임됐고, 소 전 대표 해임과 동시에 신규 선임된 인물이 이번에 김 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성규 총괄사장이다. 김 사장은 이트론의 사내이사까지 겸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하고 표면적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송 부장검사는 소 전 대표의 폭로가 나온 나흘 뒤인 3월 29일부터 이트론의 사외이사를 맡아 2022년 12월 31일까지 약 1년 9개월가량 근무하다 공수처로 직행했다.
[송창진 부장검사 반론]
송 부장검사는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2021년 3월 사외이사를 맡을 당시 주가조작 연루 전력이 있는 ‘기업 사냥꾼’ 김영준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잘 몰랐다”며 “상장된 기업이었기 때문에 투명하게 심사받고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송 부장검사는 또 “보통 이사회 하루 전날 연락와 이사회 참석 여부를 묻고 안건을 통보받았는데, 돈이 오가는 문제에 무슨 결의가 필요하다면 불참하거나 다 반대를 했다”고 말했다.
송 부장검사는 사외이사를 맡기 전에 소명섭 전 이화전기공업 대표의 내부 폭로가 있었고, 김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의 시기가 사외이사 시기와 맞물린다는 부분에 대해선 “내가 알기론 (김 회장) 범죄 사실이 그 회사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명섭 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어 검찰 내에선 ‘윤석열 라인’으로 보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겹치는 근무가 있어서 그렇지 ‘라인’ 이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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