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게시판에 '한동훈, 국회 답변 장난 치듯' 비판글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尹·한동훈 장관 비판하면 '종북 좌파'?…비난 댓글도
檢 게시판에 "국정을 게임하거나 장난 치듯 말해"
"국민 상대 훈계하거나 공격하는 이유 모르겠다"
한동훈 비판글 놓고 '정치적 중립성' 논쟁 불붙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에서의 '반문식' 답변 태도와 '불손한' 답변 방식 등을 비판하는 글이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라온 사실이 21일 뒤늦게 알려졌다.
한 장관과 근무연이 있는 검찰 일반직 간부 출신의 글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한 장관에 대해 "꼭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 하는 것으로 느꼈다"면서 "제가 모셨던 과장님(한동훈)이 아닌 완전 다른 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비판했다.
한 장관을 비판하는 이 같은 게시글이 올라오자 한 수사관이 '종북 사회주의자' '왼쪽 정치질'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찬반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해당글은 검사들만 이용하는 '검사 게시판'은 아니고, 검사, 수사관 모두 볼 수 있는 '자유발언 게시판'에 올라왔다.
글 작성자인 A씨는 "장관님이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언론에 하는 말씀들을 방송이나 기사로 듣거나 볼 때 장관님의 말씀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너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정말로 많았다"며 글을 시작했다.
A씨는 "법무부나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면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시정하겠다거나 이 부분은 이렇고, 그 부분은 저렇다고 국민에게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OOO의원이 할 말은 아니'라거나 등 질문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중요한 국정을 아이들끼리 게임을 하거나 장난을 치듯이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또 "불리한 내용들에 대해선 전 정부에서 그랬다거나 하는 식으로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그게 잘못됐다면 당신도 계속 그럴거냐면서 국민을 상대로 훈계하고 공격하려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법원의 판결을 받거나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사건에 대해서도 '이미 사회적 평가가 내려졌다'거나 '그건 잘못된 판결'이라고 일반인이나 할 수 있는 말로 판결을 무시하는 것 같다"며 "장관님의 답변을 들으면 잘못을 시정해나가겠다가 아닌 꼭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 하는 것으로 느꼈다"고도 했다.
A씨의 지적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얼마전 화제가 됐던 '편의점에 간 한동훈'이라는 웹툰의 풍자 내용과도 비슷했다. 이 풍자 웹툰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반문으로 맞받아치며 답변을 피해가는 한 장관의 '불손한 태도'를 꼬집은 내용이었다.
A씨는 끝으로 "모든 공직자들, 특히 국무위원은 현 정부가 성공하도록 대통령을 잘 보좌하면서 또한 매사에 절제하면서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A씨는 게시글 말미에 한 장관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소개했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담긴 기사들을 따로 첨부글로 올렸다.
윤 대통령·한동훈 장관 비판하면 '종북 좌파'?
이같은 A씨의 글에 B수사관은 "검찰 게시판에 종북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으시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퇴직하고 왼쪽 정치질 원없이 해라"라는 비난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A씨가 "저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매우 신봉하는 사람이다"면서 함부로 사람을 재단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라고 답변 댓글을 달았지만, B수사관의 원색적인 '종북' 비난은 이어졌다.
B수사관은 "게시판에 올린 (A씨의) 글은 종북 좌파 언론들의 주장이 그대로 묻어 있으니,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시판에 정치 성향의 글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을 놓고 다른 수사관들이 가세하면서 게시판에선 '한 장관 비판글이 정치적 중립이냐, 아니냐'를 놓고 찬반 전쟁이 불붙었다.
이에 대해 C수사관은 "자유 게시판에 글을 게시한 것만으로 정치적 중립을 해한다고 볼 수 있나요"라고 반문하면서 "언론이 정부에 비판적인 논지를 편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동료가 그런 언론의 주장에 동감한다는 이유로 '종북 좌파'라 낙인 찍는 것은 편향된 시각으로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D수사관도 "(A씨 글에 대해) 겸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을 엿볼 수 있다"면서 "댓글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종북'이라는 표현은 과도한 것 같다. 반론이 있으면 댓글이 아니라 게시판 본문에 작성하면 좋겠다"고 A씨를 옹호했다.
반면 E수사관은 "역대 장관 말씀에 대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고 각자의 의견을 게시판에 올리진 않았다"며 "우리 게시판은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는 곳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A씨를 반박했다. F수사관은 "의원 질문에 답변을 A씨 스스로가 정해놓고 있는것 아닌가요"라며 A씨 글을 반박하면서 한 장관을 두둔했다.
G수사관은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을 일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되 심하게 다투거나 서로 상처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양측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A씨의 글에는 A씨의 답변을 포함 총 32개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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