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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국전쟁이 국제전 아니라고?…학계 모욕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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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국제전 아니라고?…학계 모욕한 국민의힘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문재인 '1950 미중전쟁' 책 추천에 국민의힘 성토 잇따라

보수학자 김학준도 ”(한국전쟁은) 내쟁적 요소 지닌 국제전“

‘1950 미중전쟁’은 ‘미중 1대1’ 아닌 ‘미·중갈등 전초전’ 의미

‘북 뺐으니 북한 미화’라더니, ‘중 넣었으니 중국 미화’?

'내쟁적 요소를 지닌 국제전'.
정치학자 김학준은 <신동아> 2020년 6월호에서 한국전쟁을 이렇게 정리했다. "스탈린과 김일성의 밀약, 개전에 대한 스탈린의 명시적 지시와 지원, 그리고 마오쩌둥의 동의 등이 이 전쟁의 성격을 분명히 말해준다. 그러나 내쟁적 성격을 일정하게 인정해 '내쟁적 요소를 지닌 국제전'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노태우 정부 청와대 대변인, 민주정의당 국회의원, 동아일보 회장을 역임한 보수우익 김학준도 지금 국민의힘 앞에 끌려오면 빨갱이 신세를 면치 못할 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6월 25일 자신의 SNS에서 <1950 미중전쟁>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하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친윤·비윤할 것 없이 문 전 대통령을 성토해댔다. 한국전쟁 연구는 진전될수록 '국제전'에 무게를 실어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라는 '과학+사회' 융합 문제를 못 풀어 쩔쩔 매던 국민의힘은 한국현대사 과목에서도 '킬러 문항'을 만났다. 

'웃음 포인트'도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끼리도 합이 맞지 않는다. 이번에 '참전'한 국민의힘도 '북한 그룹'과 '중국 그룹'으로나뉜다. 

북한 그룹은 '국제전', '미·중전쟁'이라는 명칭이 북한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김일성의 기획된 전쟁 도발을 '국제관계 속에서의 산물' 정도로 미화시켜주는 용어"라고 했고, 김웅 의원은 "임진왜란은 1592년 왜·중전쟁이냐"고 반문했다. 신원식 의원도 "북한을 감싸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그룹'은 문 전 대통령이 중국의 입장과 같다고 본다. 윤희숙 전 의원은 "6·25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중국이 조선을 도움) 전쟁이라 외치는 중국의 주장을 대변했다"고, 강대식 최고위원은 "중국의 입장과 일맥상통"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그룹에도 있던 신원식 의원은 중국 그룹에도 속해 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종북·종중 DNA"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북한 그룹은 '미·중'이라는 용어가 북한의 남침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 우기고, 국민의힘 중국 그룹은 용어에 '중'이 들어갔으니 중국 입장에 기운 것이라고 어거지를 쓴다. 전자는 후자에게 "'중'이 있으니 중국 책임을 지운 건 아니다"고 해야 하고, 후자는 전자에게 "'북'이 없으니 북한을 미화한 건 아니다"고 해야 한다. 양쪽 모두에 속한 인사는 제 머리를 쥐어 박을 일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5일 의원총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만약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은 국제전보다 내전에 가깝다"라고 했다면, 또는 <1950 남북전쟁>이라는 책이 있어서 그것을 읽었다고 밝혔다면, 국민의힘 인사들은 'ⓛ친북 ②미국 참전 격하 ③중국 책임 은폐'라고 비판했을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상상도 가능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북한의 침략이 세계적 변란으로 커졌는데도 애써 축소시켜주는 용어", 김웅 의원은 "2차세계대전은 미독전쟁인가?", 윤희숙 전 의원은 "6.25가 민족해방전쟁이라는 북한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신원식 의원은 이번과 똑 같이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종북·종중 DNA"라고 했을 성 싶다.

예전엔 보통 이번과 반대로 '한국전쟁은 내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사상 공격을 받았다. 내전론이 다 친북적 입장인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친북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 내전론자 중에 있었던 것을 빌미로, "당신도 정통성 있는 북한이 해방되지 않은 남한을 해방시키려는 '민족해방전쟁'이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몰아가곤 했다. 그랬던 이들이나 그 후예가 이젠 '국제전'이라고 하면 트집을 잡는다. 

소련의 기밀 문서 등 사료가 추가 확보되고 연구가 진전되면서, 학계의 연구 경향은 '국제전'쪽으로 기울었다. 김학준은 국제전론자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전쟁은 세 공산국가의 밀약에 따라 시작된 전쟁이었고, 거기에 대항해 서방국가들이 참전함에 따라 확대된 만큼 국제전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국제전'임을 부인할수록 오히려 소련과 중국의 책임이 부각되지 않는 측면이 커진다. 세계 여러 국가가 참전한 전쟁을 국제전이 아니라고 볼 도리도 없다.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연장전이었고, 전쟁 발발 1년 전의 중국 공산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공산화를 위해 같이 싸워준 북한을 중국은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미국은 중국이 공산화가 된 마당에 남한까지 공산화되는 걸 놔둘 수 없었다. 소련은 미국이 유럽에 집중하지 않고 동아시아로 힘을 분산하기를 원했다.

"'국제전'은 그렇다 쳐도, '1950 미중전쟁'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반문하려면 적어도 책 소개라도 읽어보고 입을 떼는 게 좋겠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 패권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그 전초전은 바로 1950년에 시작된 한국전쟁이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1대1 전쟁'이라거나 '남한과 북한은 대리전을 뛰었을 뿐'이라는 게 아니다. 오늘날 미·중갈등을 짚으면서 1950년 한국에서 맞닥뜨린 미국과 중국을 조명한 것이다. "책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각국 핵심 결정자들의 오산과 오판"이라고 한다. 북한이나 중국에 면죄부를 주는 측면이 하나도 없는 책이다. 

이 사안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과는 무관한 일이 되었다. 국민의힘은 학계에서 연구를 진전시켜온 사람들과, 양질의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만들어온 사람들을 모독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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