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전환·한국의희망·새로운당·새진보가 실패하는 이유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양향자·조정훈, 거대 양당 어디로 가든 상관 없는 정체성
민주당 ‘조·금·박·해’ 형성될 때 양향자·조정훈은 뭐했나
새로운당 ‘반민주-비국힘’, 새로운진보 ‘반국힘-비민주’ 불과
‘틈새 정당’아닌 '블루오션' 가야…구도 파괴 ‘개혁신당’ 필요
‘틈새 시장으로 가면 진다. 블루오션으로 가야 한다’. 신당 성패의 법칙이다. 거대양당에는 국민의힘을 가도 그만이고, 더불어민주당을 가도 그만인 사람, 어딜 가든 그 당의 주류에 순응할 사람들이 숱하다. 현미경으로도 포착되지 않을 거대 양당 사이의 틈새로 찾아 들어가다가는 해산당하거나 질식하기 마련이다.
기본소득당이나 자유당처럼 거대 양당 중 한쪽의 분견대 역할을 하는 당이 있는가 하면, 거대 양당 어디를 가도 무방한 정치인과 정당들도 있다.
“꽂꽂이가 아닌 수술용 칼로 쓰겠다면 국민의힘 러브콜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거나 “민주당에서도 그런 조건을 제시하면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그렇다. 이런 식이면 거대 양당 통합을 추진하거나 동전 던지기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시대전환은 구도의 파괴가 아닌 편입을 노리는 당이다. 민주당 주도 위성 정당에 붙어 의석을 확보했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조 의원은 민주당과 후보단일화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에는 “김건희, 김혜경 문제를 퉁치자”더니 결국 도이치모터스 특검 반대를 시작으로 ‘국민의힘이 허락한 제3당'이 되었다. 끝없는 저울질 행보의 끝에 이제 ‘조건만 맞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솔직한 기회주의다.
'그는(그들은) 거대 정당 내부의 소신파라도 될 수 있는가?’, 이 부부은 신당에 나선 어떤 세력이나 정치인을 판가름하는 좋은 리트머스지이다.
민주당에서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가 형성되던 시기, 요즘 가칭 ‘한국의 희망’을 주도하는 양향자 의원은 주류 질서의 일원이었다. 양 의원은 의원실 성폭력 사건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출당이 결의 되자 그는 출당조치 직전 자진 탈당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이런 경우 5년간 복당이 불허된다.
양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하던 2016년 총선 때 삼성 재벌의 당시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2017년 대선 시즌에는 산업재해노동 관련 시민단체 반올림을 ‘전문 시위꾼’이라 비난했다. 그 역시 국민의힘과 민주당 어디로 가도 무방한 정치인이다. 양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었지만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까지 했다. '한국의 희망'이 표방한 ‘탈진영 미래정당’은 그 이력에 어울려 보인다. 물론 정당을 만든다면서 ‘탈진영’을 해내는 당은 '오지 않을(未來·미래) 당' 같지만 말이다.
‘금태섭 신당’으로 알려진 새로운당도 국민의힘 119민생특위 위원으로 있던 곽대중(필명 봉달호)씨를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양 의원처럼 당원은 아니었다지만, 정당 특위 위원으로 있다가 별안간 다른 당으로 가는 곽 대변인이나, 남의 당 특위위원을 초기 단계에서 영입하는 새로운당이나, 대중이 우습게 보이는지 묻고 싶다.
새로운당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논평 몇 편으로 충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몰며 강을 건넜는데도, “제발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오라”고 읍소한 첫 논평은 ‘충신의 탄생’을 보는 듯하다. 노란봉투법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문제삼으면서도 자기 입장은 하나도 밝히지 않는 독특한 논평을 냈다. 이 당의 정체성은 ‘반민주당-비국민의힘’인가.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을 찍지만 국민의힘을 그저 지지하기에는 찜찜한 사람들이 비례대표에서 지지하는 당’. 아마도 이 정도가 '새로운당'의 최대치일 것 같다.
정의당에서 탈당하며 신당 창당을 선언한 ‘새로운 진보(새진보)’는 새로운당의 거울쌍이 아닌가 싶다. 새진보는 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자초했던 정의당을 '반민주-비국힘'이라며, 자신들은 ‘반국힘-비민주’ 노선을 걸어가겠다고 한다. 이들은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을 찍지만 비례대표에서 다른 선택을 고민하는 층'을 놓고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과 경쟁하거나 또는 그들과 힘을 합칠 개연성이 크다. '새로운당'과 '새진보'에게 남은 길은 '개평 정당'이다.
'개평 정당'이라고 평할 수 없는, 독자 노선이 뚜렷한 정당이더라도 거대 정당 틈새에 끼면 클 수 없다. 독일 자민당 같이 유서 깊은 정당도 이 당 저 당과 손잡고 번갈아 집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고유의 이미지가 훼손되었고, 2013년 총선에선 아예 의석수 0을 기록하기도 했다. 틈새 정당, 캐스팅 보터 정당은 유권자에게 밉상으로 찍히기 쉽고, 결국 거대 양 당체제를 혁파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중도 신당'이 아니라 '개혁 신당'을 주창해온 이유는 ‘중도’는 개혁을 담을 수 없지만 ‘개혁’은 중도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신당은 진보층 가운데 민주당과 분별 정립한 원칙적 진보, 중도층 가운데 거대 양당 사이를 탈출해 그 밖으로 나아가는 중도, 보수층 가운데 사회통합을 위해 다양성과 평등에 열려 있는 보수를 새로운 궤로 통합한다.
그렇게 해야 진보-보수로 분칠했지만 기득권 상층에 불과한 거대 양당을 밀어낼 수 있다. 이건 당위가 아니다. 유일한 현실적 방책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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