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점 변경' 국토부 방침 없인 용역업체 설계 변경 못해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건설교통 전문가 "국토부 의견 수렴없이, 노선 제안 불가능"
노선 중 55% 변경됐지만, 용역업체 "외압·별도 지시 없었다"
원희룡, 대안 제안자 '양평군→용역업체' 번복이유 설명 없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을 반박하면서 기술용역회사가 먼저 '대안 노선'을 제안했다고 했으나, 실제는 국토부의 방침이 있어야만 대안 노선 검토가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뉴스버스가 나라장터에서 확인한 타당성평가 용역업체 선정 관련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설계변경조건은 발주기관의 방침이 변경되어야만 가능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토부의 방침이 먼저 바뀌어야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국토부가 먼저 대안노선을 제시하지 않으면 용역회사가 자의적으로 원안 노선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건설교통 분야 한 연구원도 "발주처가 국토부이기 때문에 국토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용역업체가 갑자기 대안 노선 제안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런데 타당성 평가 용역업체는 지난해 3월 선정돼 2개월 만에 착수보고서에서 원안 노선의 50% 이상이 바뀌는 강상면 종점의 대안을 제시했다. 과업지시서상 대안 제시 때는 추정 사업비와 대안특성 등을 비교제시하고 경제성 분석 등을 비교제시하도록 돼 있으나, 2개월 만에 작성된 착수보고서에는 경제성 분석도 돼 있지 않았다.
또 과업지시서상 대안 선정은 후보 대안 검토에서 제시된 기본 대안을 근간으로 검토하게 돼 있는 점으로 볼 때도 국토부가 먼저 용역 업체에 강상면 종점안 대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토부에서 민자도로 기술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는 업체 관계자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토부와 소통을 하면서 여러차례 (안을) 변경 한다"면서 "특히 비용이 늘어나는 대안을 용역회사가 제시하는 것은 국토부한테 욕먹을 각오를 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강상면 종점안 대안은 원안보다 총연장이 2km가 늘어나 당연히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 설명대로면 국토부의 사전 의견없이 용역업체가 독단적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노선이 50%이상 바뀌는 대안노선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대체안)은 원안(양서면 종점) 대비 55% 넘게 변경됐다.
이에 대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평가 용역을 맡은 동해종합기술공사 이상화 부사장은 전날(13일) 기자회견에서 "(대안 제시 과정에서) 우리는 기술 검토만 했을 뿐 외압이나 국토부의 별도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해종합기술등이 착수보고서에서 제시한 대안은 경제성 분석 등 구체적인 근거 없이 "이런 안도 있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국토부는 그로부터 2개월 뒤인 지난해 7월 발주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때는 원안 보다 우선해 대안인 강상면안을 대안1로 제시했다. 국토부가 대안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는 착수보고서만 보고 예비타당성을 거친 원안보다 대안을 우선했다는 뜻이다.
이런 정황들은 국토부가 예타를 거친 원안을 제치고 강상면 종점안의 대안을 낙점한 상태에서 절차를 진행해온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들이다.
용역업체 제시 대안 노선엔 경제성 분석도 없어
이 용역업체가 국토부에 보고한 과업 보고서에는 '편익/비용(B/C) 산정 및 경제성 분석', '예비타당성 결과 비교'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값은 없었다.
국토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브리핑' 자료에는 경제성을 평가한 부분이 나오는데, 원안의 경우 '총사업비 10,613억원, B/C 0.82로 다소 낮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반면 강상면(대체안)에 대한 경제성 평가 부분에는 '총사업비 10,753억원, 가장 높은 B/C 예상'이라고 돼 있다.
예타를 받았던 원안은 구체적으로 경제성을 평가한 반면 대안 노선에 대해서는 근거 없이 '가장 높다'는 추정치를 제시해놓은 것이다.
과업지시서에는 타당성 조사 전 과정에 대해 예타 결과와의 비교분석을 하고,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선 그 사유에 대한 해석을 하도록 돼 있다. 또 경제성 분석 등을 비교 제시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경제성 분석이 '가장 높다'는 추정으로 돼있고, 비교분석이나 해석은 없었다.
대안 제시 '양평군 → 용역회사' 번복 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강상면 종점의 대안 등장 배경에 대해 처음엔 양평군이 제시했다고 했다가 지난 10일엔 타당성을 검토한 용역업체가 먼저 제시했다고 번복했다.
이 같은 말 바꾸기는 양평군에서 강상면 종점안으로 대안 의견을 보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올해 1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협의(2차) 요청' 공문에서 "검토의견을 2023년 1월 27일까지 회신해달라"며 "기한까지 회신이 없을 경우 의견이 없는 것으로 처리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양평군은 기한 내에 검토 의견을 보내지 않았고, 일주일이 지난 2월 6일에서야 "양평군 통과 노선에 IC설치 등 양평군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수 있도록 노선 계획을 수립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세줄짜리 의견서를 보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양평군은 양서면 종점안(원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견이 없이, 양서면 고속도로안에 IC설치를 해달라는 의견만 낸 것이다.
그러자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 대안 노선을 단일안으로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심사보고서를 또 양평군에 보냈다.
이에 대해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양평군에 대한 공문은) 국토부가 강상면 종점의 단일 안을 만들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양평군관계자도 '강상면 종점의 대안이 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전후 사정을 종합해보면 국토부가 양서면 종점의 원안을 강상면 종점의 대안 노선으로 변경하기 위해 절차와 명분을 만들어 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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