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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단독] 국정원, '재판 중' 기록 열람·복사 권한 추진…'사법권 침해' 논란

by 뉴스버스1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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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재판 중' 기록 열람·복사 권한 추진…'사법권 침해' 논란 < 프론트라인(탐사보도)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국정원, 시행령으로 개인정보수집 권한 확보 추진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 규정' 21일 입법예고 완료

국정원, 초법적 권한에 민간 사찰 우려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김규현 국정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정보원이 시행령인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 규정' 등을 통해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재판 기록 등을 열람 또는 복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국정원의 초법적 사법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내년 1월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대공 수사를 계속 하기 위해 ‘합동 수사기구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 규정(대통령령)’안을 만들어 이날까지 입법예고했는데, 여기엔 재판이 확정된 기록은 물론이고, 재판 진행 중인 기록도 열람 복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정원은 이 시행령에서 대공 업무와 관련해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해 민간 사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국정원이 안보범죄 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 기록은 이를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 또는 법원에 그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조문 내용으로 보면 언뜻 ’재판 확정된 사건‘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조문 6조는 ’재판 확정 기록 등 열람 복사 요청‘으로 ’등‘을 넣어 재판 진행 중인 사안의 재판 및 수사 기록까지 열람 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적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재판 확정된 사건’의 기록의 열람·복사도 문제지만,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 및 재판 기록까지 열람하게 될 경우 재판부 사찰 논란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버스가 확인한 해당 시행령의 별지에는 제6조에서 요청할 수 있는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서’ 양식이 첨부 돼 있는데, 이 양식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장은 각급 법원장에게 법원 보유 기록 중 '재판 확정'된 사건과 ‘재판 중’인 사건 모두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입법예고된 안보범죄등 대응업무규정(대통령령) 제정안 별지 캡처.

이 뿐만 아니다. 안보 범죄와 관련됐다는 이유만 있으면 국정원은 경찰·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은 물론이고 경찰이 불송치 하거나, 검찰이 불기소 한 기록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기록은 경찰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지 않거나, 사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집된 첩보까지 포함된다는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시행령은 (국정원의)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 등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피고인, 피해자 뿐만 아니라 참고인과 기타 관련자도 국정원이 기록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자로 기재돼 있다. 문제는 안보범죄 등 ‘의심’ 또는 '징후'가 있을 경우에도 해당된다는 것인데, 이 시행령에는 ‘의심’의 구체적 규정이나 단서 조항이 없어 남용 소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 과정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반국가세력'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별지의 기준대로라면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이 범주에 들어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정원이 개인정보 수집은 물론 각 수사기관과 법원 등의 수사·재판 기록 열람 복사 등의 초법적 권한 확보에 나서면서 '안보'를 핑계삼은 '사찰성 국내 정보 수집' 논란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입법예고 기간에 "검찰과 법원, 각급 수사기관에 확정 판결된 사건 기록의 열람 등사를 요청한다"는 문구를 "요청할 수 있다"로 수정할 것과 '개인정보를 처리할 경우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기간에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처리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구체화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

국정원은 개보위의 권고에 따라 문구를 수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별다른 의미가 없는 조치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요청한다'이든, '요청할 수 있다'이든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 등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 국정원 반론

국정원은 “해당 법령 제정안은 국가정보원법상 위임 규정에 따라 직무 수행 관련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안보 범죄 등에 대한 국정원법상 확인, 견제, 차단 등의 대응 조치를 위한 규정이다”면서 “(재판 중인 사건 등에 대한 자료 요청도) 국정원법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선 권고 의견을 전부 수용해서, 향후 법제처 심사시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뉴스버스 / 김태현 기자 taehyun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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