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국정원, 사법권 침해 소지 시행령 만들면서 법원 의견 안물어

by 뉴스버스1 2023. 8. 29.
728x90

국정원, 사법권 침해 소지 시행령 만들면서 법원 의견 안물어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태현 기자 

 

재판 진행 중 기록 열람·복사 '안보범죄 대응업무 규정' 논란

대법원 "의견 조회 요청 조차 없어…검토된 바도 없다"

유관기관 '이견' 제시했지만, 국정원 '특별한 의견 없음' 포장

민변 "재판 진행 중 열람·복사, 유관기관협의회 조항 삭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2월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은 김규현 국정원장.과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 (사진=뉴스1 / 대통령실)

국정원이 법원에서 재판 중인 기록까지 열람·복사 할 수 있는 권한까지 포함된 '안보범죄 대응업무 규정(대통령령)'을 만들면서 사법권 침해 소지가 큰 데도 불구하고 정작 법원 등에는 의견조회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안보범죄 대응업무 규정'과 관련한 검토 여부를 묻는 뉴스버스의 취재에 대해  "의견 조회 요청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시행령에 대해선 검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시행령과 관련한 의견 조회 여부를 질의한데 대해서도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대통령령) 제정안에 대해 의견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이 시행령 조항 들과 관련해 "전부 다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재판 확정된 기록은 물론이고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까지 수사·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는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 규정(대통령령)' 제정안은 사법권 침해 소지가 커 당연히 법원의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법제처가 제시하는 입법절차에 따르면 법령안 주관기관은 입법예고 전에 입안된 시행령에 대해 그 내용과 관련이 있는 관계기관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관계기관 협의는 규정상 10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다만 긴급하게 추진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제처장과 협의하여 10일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국정원은 유관 행정기관과의 협의에서 유관 기관들이 "현재까지 특별한 의견 없음"이라고 밝혔으나, 뉴스버스 취재 결과 일부 기관들은 조문에 따라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정원이 입법예고한 '안보범죄 대응 업무 규정' 제정안의 조문별 제정 이유서를 보면 이 시행령 전체 조문 1조부터 13조에 대해 국정원은 각 조항 모두 유관기관 협의에서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고 명시했다.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안보범죄 대응업무 규정' 신설을 위해 유관기관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 처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안보범죄 대응업무 규정'은 안보사안 범죄 대응과 관련해 국정원이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고, 수사 중인 기록, 불송치 기록, 재판 중인 기록 등의 열람·복사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무부 검찰 경찰 해경 등과 당연히 마찰 소지가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조항 하나 하나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는지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찬성하는 조항도 있었고 일부 조항은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어떤 조항에 대해 어떤 수위로 이견을 제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조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 역시 "자세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경찰 의견이 반영돼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뉴스버스의 취재에 대해 답변을 주겠다고 한 뒤 답변이 없었다. 다만 법무부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서면 질의에 대해 "내부 의사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직무 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제출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국정원의 '안보범죄 대응 업무 규정'은 내년 1월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이 '합동수사기구 구성' 등을 통해 대공 및 안보 수사권을 사실상 복원시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법 개정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이관한 것인데, 시행령을 통해 복원시키는 것이어서 '시행령 통치'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안보범죄 대응을 위해 국정원장 소속으로 유관기관 실·국장급으로 구성되는 유관기관 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위원장은 국정원의 담당 부서의 장이 맡도록했다. 이 협의회는 필요할 경우 서울시를 제외한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보 사안'을 핑계로 국정원이 관련 부처나 지역별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국정원의 '안보범죄 대응업무 규정'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재판 기록 열람·복사의 대상을 확정된 안보 범죄로 한정하고, "요청을 받은 기관은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의 삭제를 권고했다.

민변은 또 '안보범죄 등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 설치 역시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했던 과거 '공안기관 대책 협의회' 등의 피해가 재발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규정을 전부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