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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대선 주자 ‘기근 아닌 기근' 원인은 '서민 배제’의 정치 때문

by 뉴스버스1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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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기근 아닌 기근' 원인은 '서민 배제’의 정치 때문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여권 주자들 내리막… 한동훈은 ‘남 탓’, 원희룡은 '조급증'

이재명 대안 없는 민주당, 비주류 탄압이 빚어낸 결과

지지층과 중상층만 대변하는 정치가 대선 주자 부실 원인

한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야당보다 여당에 대선 주자들이 많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여권은 대통령을 배출하는 즉시 대선 주자군 형성이 시작된다. 반면 야당은 정권에 맞서는 과정에서 강한 구심점을 형성한다. 지금 여야 정치권도 그렇다. 다만 전례 없는 특이 상황이 벌어져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 주자의 수는 많지만 차례차례 내리막길로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 톱’이 유례 없이 흔들리는 동시에 그를 대체할 주자는 물론이고 그에 대항할 만한 주자도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잼버리 사태' 대응 관련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권 지지율 1위라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벌써 끝이 보인다. 지난 8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추궁하자, 한 장관은 정보공개청구를 한 시민단체가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문제에 침묵한다고 비아냥거렸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자 배모씨를 추적해 그가 총무과 소속이 아님을 밝혀내기도 했던 내입장에선 실소가 나왔다. “나 같은 사람한테는 써먹지도 못할 말이네.” 

그러잖아도 윤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무당층, 중도층, 청년층에서 호감도가 낮은 한 장관은 윤 대통령처럼 매사 민주당과 전정권 핑계를 댄다. 윤 대통령보다 ‘세련되게’ 해봤자 소용 없다. 상대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전국민을 민주당이라 취급할 수 없기에 한 장관은 패배 쪽에 기울어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을 연상케 한다. 양녕대군이 주색잡기로 몰락했다면 홍 시장은 골프로 '결정타'를 맞으며 ‘대통령만은 되기 힘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백지화했던 원 장관은 친윤계의 새 대표 주자가 되려는 욕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자신이 대권을 잡을 줄 알고 헛물 켰던 효령대군의 모습이다. 후발 주자는 밖에서 표를 벌어와야 집안에서 인정받는다는 이치를 잊을 만큼, 원 장관은 조급하고 고달프다. 

외연확장성을 내세우는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는 당내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처지다. 현직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막아설 수는 있다. 윤 대통령이 몰락하더라도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 대선 ‘단일화’에 나선 안 의원에게도 마찬가지다. 유 전 의원은 근래 들어 활력을 되찾아 민주당의 어지간한 인사보다 더 강력한 야당 역할을 하지만, 국민의힘이 그에게 ‘적진’이 돼버린 것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전대표는 대중적 비호감도가 너무 높아졌고, 특히 자기 또래나 그보다 어린 여성이 갖는 비호감이 부담이다.  

지난 7월 11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도담소에서 열린 '수도권 3자 협의체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김동연(가운데) 경기도지사. 오른쪽은 유정복 인천시장. (사진=뉴스1)

이 구도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지만, 그에게도 결정적 약점이 있다. 대중은 그에게 미안함과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2021년과 2022년 그가 서울시장에 다시 당선되는 과정에서 돋보인 건 그의 ‘운’이었다. 2021년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경선에서 타정당 지지층을 걸러내기만 했어도 그는 그 자리에 있지 못했을 테니까. 또한 정치 주기상 2026년 서울시장선거는 국민의힘에게 크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그가 맞이할 고비다. 

국민의힘 대선주자군이 수만 많고 실속이 없다면, 민주당쪽은 '풀'이 너무 좁다.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친문’이 거론되지만 어림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핵심 지지층이 대부분 겹친다. 이낙연 전 대표의 독자 지지율이 바닥에서 찰랑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나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여권내 비주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후과로 약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그가 지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도움 덕택이었다. 이 대표 다음을 노린다면 모를까, 김동연은 절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은 왜 이렇게 되었나. 문재인 정부 시기를 전후해 주류가 비주류를 끊임없이 탄압해 멸종위기종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충청-보수’ 이인제, ‘영남-진보’ 노무현, ‘수도권-재야 출신’ 김근태, ‘호남-전문가 출신’ 정동영이 다같이 육성되었다. 엄밀히 말해 모두 비주류였던 그들에게 주류가 길을 터줬다. 반면 지금 민주당은 사상 최다로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많은 지지층 중에 ‘중장년 깨시민 감성’만 충실히 대변되고 있다. ‘평민은 평민당, 대중은 김대중’, ‘서민의 벗, 노무현’의 이미지는 조각나 버렸다. 

지지층 일부에만 골몰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10여년 전 ‘무상보육’과 ‘이익공유제’를 꺼내들던 면모는 사라졌고, 신냉전+반노동+안티 페미니즘 세트만 남아 있다. 어느덧 한국 정치는 ‘좌파 적폐 청산 대 검찰 독재 심판’이라는 앙상한 대결에 갇혔다. 조귀동 작가가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서 갈파했듯, 한국 정치는 상류층과 상위 중산층만을 대변하고, 2차노동시장 인구 등 대다수의 국민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 현 대선 주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자영업자를 등에 업은 대선 주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속이 꽉 찬 인물도 없고 새로운 기대주도 나오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28일 만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더불어민주당)

언젠가 격동이 오고 새로운 주자가 나올 수는 있겠다. 다만 두 가지를 떠올리면 답답하고 불안하다. 첫째, 현존 정치인 사이에서는 도저히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둘째,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고 해서 그가 바람직한 정치인이라는 보장은 없다. 포퓰리스트 내지 파시스트일 수도 있다. 한국정치가 오늘의 교착을 풀고 내일의 파국을 막으려면, 건강한 대안을 품은 인물과 집단의 ‘사회세력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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