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속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국회 통과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국민의힘은 표결 불참

배현진 "이게 당신의 민주주의냐" 박병석 의장에 항의

박찬대 "여야 합의안 부인, 부끄러운줄 알라" 국힘 겨냥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병석 의장에게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2개 가운데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검찰청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 가운데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 입장을 막으려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를 말리는 국회 관계자들간 몸싸움이 벌어져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연뒤 이날 오후 3시45분쯤 일제히 국회 본청 의장실 앞으로 이동해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법 처리, 민주당은 즉각 중단하라’, ‘권력비리 은폐시도 검수완박 반대한다’, ‘국민독박 재인대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박병석 의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박 의장은 면담을 거절하고 오후 4시9분께 의장실을 나와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의장실을 에워싼 채 박 의장의 본회의장 이동을 막아서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회 방호원들 간에 충돌이 벌어졌고 거친 욕설 등도 오갔다.

몸싸움으로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 넘어진 뒤 밟히면서 다리를 절뚝이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의장이 오후 4시11분께 본회의장에 도착해 의장석에 오르자,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 수십명은 의장석쪽으로 다가가 박 의장에게 항의했다. 

박 의장은 10여분 뒤인 4시23분에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뒤 곧바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박 의장은 “이 안건은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되었으므로 바로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임시회의 회기를 이날 하루로 하는 ‘회기 쪼개기’안건까지 처리된 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국회 단상에 오르면서 박 의장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통상 의원들이 본회의 발언을 할 경우 의장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배 의원은 “무소속이어야 할 국회의장이 노골적인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회 자살행위를 방조한 것에 대해 저는 국민의 뜻에 담아 항의의 뜻과 함께 인사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배 의원은 “본회의 개최에 앞서 국민의힘이 박 의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직자, 경호인들을 앞세워 무차별로 밀어붙였다”며 “그 과정에서 저희가 ‘제발 멈추라’고 했는데도 저희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고 구둣발로 카메라와 여성들을 걷어찼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이어 박 의장을 향해 뒤로 돌아 손으로 박 의장을 가리키며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역대 최다급 해외순방을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 속에 의전 차 타고 2년간 누리는 것이 국회 민주주의 수장이 할 일이냐”고 말했다.

배 의원이 발언을 마친 뒤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 배석 하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합의안을 전면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시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여성 의원 일부가 다쳤다고 말했다”며 “진상을 조사하고,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수사권 분리를 위한 2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됐고, 오후 5시부터 법안 처리를 늦추기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시작됐다. 

국민의힘의 이날 필리버스터는 이날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를 이날 하루로 하는 법안이 의결된 까닭에 밤 12시 자동 종료된다.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