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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尹, 국정운영 방향이 없다…취임사 '자유'와 향후 5년 연결성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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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규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명과 암]

국민 소통과 통합 행보는 지난 정부와 뚜렷한 차별화

대통령을 에워싼 검사 출신…기재부·검찰 출신 편중 심각

경제정책 MB시즌2 가능성…불평등 저출산 등은 소외

국정운영 방향 행동으로 보여야…파격 행보는 이미지 불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 '브로커'를 관람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제공)

1.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상승은 컨벤션 효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의 전 국방부청사로 옮겼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빨리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덕수 총리 인준을 비롯해 내각 구성을 거의 마무리했다.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대승으로 끝났다. 경기도를 수성하지 못했다면 민주당은 호남에 고립된 지역정당 신세에 처할 지경이었다. 

지난 정부와 가장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것는 국민소통 및 통합관련 행보다. 기자실을 방문했고, 영화관람, 쇼핑, 식당방문 등 일상적으로 국민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청사와 집무실을 개방했다. 여당의원을 모두 대동해 5.18기념식에 참석했다.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란 새로운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오직 대통령 참모들과 여당 인사들의 입에 의존하던 대통령의 의중파악이 출근길에 대통령의 입을 통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에서 ‘소통’과 ‘집무실 이전’이 각각 7%와 6%로 나타났다.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청와대 유지’ 53%, ‘용산 이전’ 36%로 부정적 여론이 높았으나, 지금은 ‘좋게 본다’와 ‘좋지 않게 본다’가 각각 44%로 팽팽하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취임직전 긍정 41%, 부정 48%로 부정평가가 높았으나 취임 직후 긍정 52%, 부정 37%로 역전되었으며, 부정의견이 꾸준히 떨어져 가장 최근 조사에서 33%를 기록했고 긍정평가는 53%이다.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가 오른 것은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취임 직후 한 주일 만에 역전되고, 그 후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부정평가가 꾸준히 내려간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개월 후 직무수행 평가를 보면 김영삼 71%, 김대중 71%, 노무현 60%, 이명박 52%, 박근혜 44%, 문재인 84%이다. 윤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하면 보수진영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다. 출발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2. 서오남(서울 50대 남자) 인사보다 편중 인사가 더 문제

이제 불과 1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인사다. 내각과 대통령실을 포함해 주요 기관의 장들을 임명했다. 초대 내각에 일부 자격이 의심스러운 인사들을 후보로 올렸다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철회하고, 그 후임마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윤석열 정부가 특별히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1차 내각에서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3명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절차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심각한 것은 인사편중이다.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자)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장차관급 인사로 국한해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서울대출신의 경우 윤석열 정부 50.6%, 문재인 정부 41.9%이고, 50대 비율은 윤석열 정부 61.0%, 문재인 정부 61.9%이며, 여성 비율은 윤석열 정부 10.4%, 문재인 정부 14.3%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바람직한 기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서울대 출신이 늘어난 점을 빼면 큰 차이가 없다.(SBS, 사실은) 서오남은 윤석열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서오남보다는 기재부와 검찰출신을 대거 요직에 기용한 것이 문제다. 장차관급 인사에서 기재부 출신이 문재인 정부의 7.6%에서 13.0%로 늘어났다. 큰 차이다. 검찰출신들은 장차관급의 10%나 되고, 6명이 국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실 1급 비서관 자리를 차지했다. 기재부 출신과 검사들이 모두 엘리트인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무관과 평검사를 거쳐 고위직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그들만의 집단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에 젖은 집단이 정부의 중심에서 국정을 좌우하는 상황은 문제다. 

이복현 전 검사를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한 후에 비판이 일자 윤 대통령은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 반문했다. 그게 문제가 있어서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그 반대편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정부측 법률 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 국가 아니겠느냐”는 대통령의 말도 문제다. 미국에서 거번먼트 어토니 경험을 갖는 사람들과 우리나라 검사들의 충원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로 거번먼트 어토니로 충원되지만 우리나라는 로스쿨 제도 도입 이전에는 사법고시라는 단일한 경로로 충원되어, 검사동일체의 원칙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속에서 단일한 집단으로 키워진다. 단일 세력의 비중이 정관계에서 비대해질 경우 완성되는 것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정치의 사법화고,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진다. 대통령을 에워싼 검사들이 같은 검사출신 대통령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 성남 수정구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윤 대통령, 검사 정체성에서 벗어나야 

윤석열 정부 초기에 보이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국정운영의 뚜렷한 방향 제시가 없다는 점이다. 취임사에서 35회나 ‘자유’를 강조했지만 그게 대한민국의 향후 5년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모호하다. 인수위에서 나열한 110대 국정과제도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 방향은 구호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소통하는 노력과 몇 가지 파격적인 행보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이미지일 뿐이다. 

기재부와 검찰 출신의 중용은 국정방향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과 ‘법대로’이다. 경제정책 관련해 대통령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규제철폐다. 민주당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기재부는 법인세 완화도 추진하려 한다. 인적 구성도 이명박 정부 출신이 많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경제정책의 기조는 MB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20대 80 사회, 계층이 신분으로 세습되는 극심한 불평등, 저출산 등의 문제에 지난 한 달간 대통령이나 이 정부가 관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   

법과 정치는 엄연히 다르다. 윤 대통령은 이제 검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신기욱 교수는 윤 대통령이 안티 페미니즘과 더불어 강골 검사의 이미지에서 벗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사출신들을 중용한 것은 대통령이 아직 그런 인식에 이르지 못했다는 증거다. 대통령 자신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묻자 ‘법대로’를 말했다. 그 둘을 뺀다면 나머지는 모두 ‘문재인 정부 반대로’를 향하고 있다.(anything but Moon) 한미동맹 재건과 안보강조, 재정건전성 타령, 부동산 시장주도 등이다. 

이제 취임 100일에 이르는 향후 2개월이 중요하다. 취임 1개월의 평가는 한 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 실제로 취임 한 달 60% 지지율을 나타냈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는 취임 100일에 40%로 떨어졌다. 임기 초 검사와의 대화 등 과도한 탈권위 행보로 역풍을 맞은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52%에서 21%로 폭락했다.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를 거친 결과다.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44%에서 52%로 올랐다. 별로 한 일이 없다보니 사고도 없었고, 안정감을 보여준 결과다. 

국정수행평가만으로 보자면 지금까지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벌써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6월 16일 발표된 4개 여론조사 회사의 국민지표조사(NBS)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2주 전에 비해 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도도 5%p 동반 하락했다. 지난 2주간 뚜렷한 국정방향은 제시하지 못한 채 이러저러한 잡음만 나온 결과다. 이명박 정부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초기에 국정동력을 상실하면 나라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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