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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114년 '금단의 땅' 용산공원 둘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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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현탁 여행작가 
 

26일까지 시범 개방…20일 부터 현장등록도 가능

일본의 흔적은 ‘나무 전봇대’ 뿐

대통령실 앞뜰 헬기 방탄차량 전시돼

2022년 5월 10일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실은 용산의 국방부청사를 이용하게 되었다.

대통령실 주변은 1904년 체결된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 제4조에 따라 1908년부터 ‘대한제국 황실의 안녕과 영토보전의 위험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이 파견한 주차군(駐箚軍, 외교사절인 군대)인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부가 위치했던 곳이다. 해방 후에는 미군(군정청 산하 미군7사단)이 주둔했다가 철수하였으며, 6·25한국전쟁기간 중이던 1952년부터 다시 미군에 양여되어 미군기지로 이용되었고, 면적은 모두 203만㎡다. 그중 2022년 6월 3일까지 63.4만 ㎡를 반환받았다. 2020년 7월부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는 서빙고역 인근의 영관장교숙소 부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미군기지 반환 구역

정부는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제정하여 반환되는 미군부지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기본계획을 2014년 확정하였는데, 그 이전에 용산가족공원(1992년), 전쟁기념관(1994년), 국립중악박물관(2005년)이 들어섰으며, 2021년 12월에는 이들 시설이 들어선 구역까지를 공원구역에 포함하도록 공원계획을 변경하였다. 용산공원 전체 면적은 모두 300만㎡로 여의도 면적(291만㎡)보다 조금 넓다. 

6월 10일부터 26일까지 시범 개방되는 용산공원은 신용산역 부근의 미군기지 서남부구역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주둔 일본군사령부와 총독관저가 있었던 곳으로 미군기지출입문 14번(Gate14)을 통해 입장하는데, 미군은 총독관저 터에 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였던 관계로 ‘Hospital Gate’로 부르기도 했단다.(반포대교 인근 Gate 8은 Blackhawk헬기장이 있었다고 하여, Blackhawk Village Gate로도 불림)

용산공원. (사진=황현탁)

용산공원은 하루에 다섯 차례(9시, 11시, 13시, 15시, 17시), 매회 500명씩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20일 부터는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쪽 출입구(신용산역 1번 출구 쪽 한강로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대통령실 앞뜰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공원에 입장한 후 선착순으로 매 15분마다 40명씩 신청을 받아 허용하고 있다. 안전과 경호목적으로 Gate14를 통해 입장할 때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앞뜰을 관람할 때에도 다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공원에 입장하여 자유로이 관람할 수도 있으나 매15분마다 진행되는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산책할 수도 있다. 해설사는 야구장까지만 안내하고 대통령실 앞뜰은 개별관람이다. 

14번 게이트 방문객출입구의 담벼락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와 함께 조선 무단통치의 한축인 조선주둔 일본군사령부가 위치했던 곳이라는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으나, 당시의 지하벙커나 총독관저가 있던 곳이란 안내문은 어디에도 없으며, 시범개방 안내요원도 연유나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시멘트 전봇대는 미군이 설치한 것이지만 나무 전봇대는 ‘일본이 설치한 것’이란다. 나무가 갈라지거나 전봇대에 오르내릴 때의 스파이크 자국도 있으며, 부식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콜타르를 바른 부분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70년 성상을 버텼다는 얘기다. 

용산공원 내 70년된 나무 전봇대.(사진=뉴스1)

입장할 때 ‘바람개비’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각자 소원을 적어 ‘국민의 바람정원’앞 안내소에 건네주면 나중에 모아서 정원에 세워준다고 한다. 또 공원과 관련하여 각자 바라는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별도로 나눠준 용지에 적어 공원경내 5곳에 설치된 ‘경청 우체통’에 집어넣으면, 의견이 전달된다고 한다. 

대통령실 앞뜰에는 헬기와 방탄차량이 전시되어 있으며, 대통령실 건물 및 주차장 사이 도로 건너편 ‘육군서울사무소’ 건물을 한 바퀴 돌 때에 대통령실 건물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곳곳에 안내요원들이 배치되어 관람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일반인이 대통령실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거리는 미국 백악관, 일본 수상관저, 영국 총리관저 등과 비교했을 때 훨씬 먼 것으로 느껴졌다. 남북한 간 휴전상태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공개 동선을 따라 용산공원을 개방하여도 특별히 우려할만한 사항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시범개방 후 어떤 평가가 내려지고 시행될 것인지 궁금하다. 

용산공원 가로수길 공연안내와 푸드트럭들. (사진=뉴스1)

평일이어서 대부분의 관람객 연령대가 높았으며, 이동의 편의를 위해 전동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있었다. 더위를 감안하여 전동카트에는 물론 이동 동선 곳곳에 양산을 비치하여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가로수길에는 푸드트럭과 테이블, 의자를 비치하여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으며, 또 그곳에서는 점심시간대에 쉬면서 소규모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쉴 때에는 한 연주자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였다.

청와대 개방에 이어 대통령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용산공원까지 개방하여, 권위적인 ‘대통령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실 명칭에 ‘어울림’, ‘더불어’, ‘함께’와 같은 의미가 들어가면 어떨까? ‘국민과 더불어(광장, 청사, 역, 정류장 등등)’로 하면 거대양당을 모두 포괄하니 반대도 적을 것이고, 쓰다보면 익숙해질 것 같다. 영어로는 ‘Presidential Office/WITH PEOPLE’S HOUSE(PEOPLE HOUSE)’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위민관’이라 불렸던 청와대 비서들의 업무공간을 지난 정부에서 ‘여민관’으로 고쳤다고 하는데, ‘국민과 더불어’라는 뜻이므로 ‘청와대’에 이은 건물이란 뜻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용극장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사진=뉴스1)

지난 정부에서 한미 양국 간에 합의한 일정에 따라 미군기지가 반환되고 있는데, 개방 결정은 이번 정부에서 행하였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환경오염, 특히 토양오염문제를 제기하여서인지 동선 곳곳에 잔디를 다시 식재한 곳이 보였는데, 그런다고 토양이 정화, 회복되지는 않을 것 이다.

용산공원내 스포츠필드의 가족피크닉 에어리어.(사진=황현탁)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볼 때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나 정비소 같은 곳이 아닌 사무실, 주택 등이 있던 곳이어서 지금 통행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위치를 잘 알아두려고 일부러 국립중앙박물관을 통해 용산공원을 빠져나왔다. 

지난 2021년에 수정된 공원조성계획에 따르면, 부지가 전부 반환된 후 7년이 지난 시점에 공원조성을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직 부지 전체의 30% 정도만 반환된 실정이므로 정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좋은 제안을 채택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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