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혁수 기자
윤 대통령 "임기 알아서 자기가 판단하는 것"
권성동 "당연히 물러나야. 자리 지키는 건 후안무치"
남부지검, 2년 전 직권남용 고발사건 수사 착수
민주당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음모의 시작" 반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여권의 노골적인 '찍어내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동조하는 모양새다. 검찰도 보수진영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을 들춰내고 있다.
尹 대통령, "임기가 있으니 알아서 판단할 문제"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 등에 대한 여권 사퇴 요구와 관련,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새 정부에서) 함께 하기 어려운가"라고 묻자 "국무회의에 국무위원이 아닌 사람까지 와서 앉아 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주저한다"면서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논의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에둘러 종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로 1년 여가 남아있다.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관례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는데, 국무조정실은 국무회의 하루 전인 지난 13일 방통위에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고 통보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후안무치"
전날인 1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나 국정과제에 동의를 안 하는 분들"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으로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바뀌면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고 정치적 식견,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게 대통령제의 속성"이라며 "그걸 정치보복으로 보면 안 되고, 오히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후안무치하고 자리욕심으로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비춰질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도 같은날 "위법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미달 만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한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위법 언급'은 하루 전인 지난 15일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한 위원장이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아 2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농지에 동생이 가져다 놓은 농막이 별장처럼 보인다며 농지법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남부지검, '尹사단' 양석조 취임 3주만에 한상혁 고발 사건 수사 착수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20년 8월 9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법세련) 이종배 대표(현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당선자)가 한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16일 이 대표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약 2년 만에 수사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검사장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취임한지 3주만이다.
법세련은 당시 고발장에서 2020년 3월 26일 채널A에 대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662.95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을 넘겼음에도 닷새 뒤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나오는 걸 기다려 한 위원장이 고의적으로 재승인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세련의 고발 내용은 이미 '허위'로 판명난 사안이다.
법세련의 고발은 권경애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권 변호사는 당시 페이스북에서 "2020년 3월 31일 한 위원장이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되기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한동훈을 반드시 내쫓을 것이고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그 주장을 기사화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권 변호사 등과 통화내역 등을 공개한 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 신청을 했다. 언론중재 과정에서 권 변호사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실 확인 결과,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전에 미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보도 내용을 알았다는 권경애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라고 게시했다.
윤 정부 방통위원장 전방위 압박 왜?
관례적으로 참석해오던 국무회의까지 불참토록 하면서 방통위원장 축출에 나선이유는 방통위원장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과 TV조선, 채널A, MBN, JTBC 등 종합편성채널, 연합뉴스TV, YTN 등 방송사들의 재승인 업무가 방통위 소관이다. 또 방통위는 금지 행위 위반시 조사 및 제재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방통위에 대외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두고 수시로 방통위를 드나들기도 한다.
방송 뿐만이 아니다.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 역시 방통위 소관이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와 다양한 규모의 알뜰폰 시장까지 사실상 방통위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민주당,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음모" 반발
방송 통신 시장을 총괄하는 방통위원장의 권한 때문에 여당의 '사퇴 압박'에 대한 야당의 반발 또한 당연히 거셀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방송장악 음모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한상혁 위원장을 무조건 사퇴시키고, 방통위를 손아귀에 넣어 방송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게 그들의 속내"라며 "집권세력의 방송장악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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