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정치평론가
尹, '약자와 동행'약속 팽개치고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의힘
이재명은 민주당의 약한고리, 안철수는 '친윤의 골목' 배회
취임직후 지지율 역대급으로 낮은 대통령…양극화 지형 의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율이 역대급으로 낮은 대통령에 해당한다. 그 자세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론조사가 있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60명을 상대로 무선ARS로 조사했으며 응답률 2.1%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윤석열 정부 평가에 대해 ‘긍정/부정’ 2점 척도로 묻는 대개의 여론조사와 달리, 이 조사는 ‘80-100점 사이, 60-80점 사이, 40-60점 사이, 20-40점 사이, 0-20점 사이’ 이렇게 5점 척도로 질문했다. 긍정/부정의 수준이 얼마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다. 80-100점 사이는 30.4%, 60-80점 사이는 19.5%였다. 둘을 합한 49.9%는 최근 여론조사의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와 포개어진다. 40-60점 사이는 10.8%, 20-40점 사이는 10.9%, 0-20점 사이는 25.8%였다.
80점 이상의 고평가로 좁혀 들어가니 30% 수준의 지지도가 나왔다. 물론 이 30%는 상당히 탄탄한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을 보수라고 규정한 응답자의 53.2%, 국민의힘 지지층이 59.1%가 80-100 점 사이라고 지목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긍정평가층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40점 이하를 준 응답자가 36.7%나 되고, 0-20 사이의 점수를 준 응답자는 네 명 중 한 명 꼴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 처해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윤 대통령 스스로 양극화 지형에 의존하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윤 대통령이 양극화를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은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약자와의 동행’에 있을 것이다. 진보-중도층의 지지를 이끄는 복지, 경제, 인권 정책 말이다. 하지만 취임 후 윤 대통령은 선언적으로라도 이를 제시한 바 없다. 매번 전형적인 보수 정책을 강조하거나 심지어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의힘 같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현 정치체제를 뚫고 나가는 새로운 비전과 파괴력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 향한 칼날, '적폐 수사' 대 '정치보복' 팽팽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는 ‘전정부 문제 청산’마저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문제 수사에 대해 44.4%는 ‘적폐청산 수사’라고 평가했지만, 43.8%가 ‘정치보복 수사’라고 규정했으며 11.8%는 ‘잘 모름’이라고 물러나 있었다. ‘블랙리스트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법적으로 어떤 처분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공공기관 인사에서 무리수를 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정치보복’ 프레임이 제법 버티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정권교체 지지율이 50%대였던 상황이 대선에 임박해 팽팽한 대결로 바뀌었고 그것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권에 틀림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정의를 세우는 차원에서 공정하게 수사하게 되었다’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문제가 얼마나 있었든 간에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 문제를 들춰내고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윤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자신의 측근 검사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고, 검찰 출신의 연이은 요직 배치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는 민변으로 도배를 했다”고 남 핑계를 대고, 정작 검찰총장 인사는 임명하지 않으며, 경찰과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수사 정부’로 비치니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심도 더 커진다. ‘사정 드라이브’가 정권 지지 기반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지점이 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반(反)윤석열 여론을 살려나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의원 수사에 대한 여론도 알아볼 수 있다. ‘정치 보복 수사’라는 응답자가 41.2%인 반면,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은 52.7%였다. 문재인 정부 수사에 관해 ‘적폐청산’이라고 평가한 이들의 96.6%는 이재명 수사를 정당하다고 봤다. 그런데 문 정부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평가한 응답자의 11.0%가 이재명 수사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봤고, 문 정부 수사에 대해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이들중 무려 42.3%가 이재명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미 물러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소 관대한 여론도 ‘앞으로 대선에 또 도전할’ 이재명 의원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성남FC, 법인카드 유용, 대장동 개발 특혜 등 큼직한 의혹이 여러 개일 뿐만 아니라, 인천 계양을로 이동 출마, 당권 도전설 유력 등 ‘당은 어찌 되든 자신은 살고자 하는’식으로 비치는 행보의 후과이기도 하다.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의 ‘약한 고리’가 되었다.
이준석, 성상납 의혹과 윤리위원회 늪에서 허우적
어느덧 닥쳐온 ‘자잘한 리더의 시대’를 넘어설 만한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성상납 의혹과 윤리위원회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선 굵은 정치을 보여주지 못하고 ‘친윤의 골목’을 배회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중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에선 ‘86세대에서 97세대로’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세대에서는 1996년생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보다 인상적인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서른이 안 된 박지현 전 위원장은 대선 주자급으로 올라서기는 불가능하다. 여야 모두 이렇게 리더와 리더십이 지리멸렬했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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