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심층취재] 이준석 징계 위해 꺼내든 사건 실체는 '국민의힘 게이트'

728x90

전혁수 기자 

 

'240억 사기' 아이카이스트 로비 사건의 전말 들여다보니

검찰 주장한 홍문종 뇌물 혐의 중 3000만원 출처는 김성진

김성진 자필편지에 "예산 약속받고 남경필측 후원했다"

김성진 "친박계 전직 의원 현금 지원 및 가족 채용" 주장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은 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동생

김성진,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운영 유치원에 투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투자사기 업체인 아이카이스트 대표 김성진씨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측근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 대표는 징계에 불복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채 잠행을 이어오다 13일 페이스북에 광주 방문 소식을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중징계 배경과 관련, 2024년의 22대총선 공천권 장악을 노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이 대표간 당권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에 대한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아이카이스트 사건을 들여다보니, 박근혜 정부 때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루돼 있었다. 등장인물 면면도 화려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3년 11월 29일 오전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행사'로 KAIST를 방문해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오른쪽)의 특허품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사진=뉴스1)

1. '240억 사기' 김성진, 감형 사유 중 '뇌물 자백' 포함

김성진은 자타공인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불리던 청년 사업가였다. 카이스트 출신인 김성진은 2011년 카이스트가 출자해 설립한 1호 연구소기업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맡았다.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를 이용한 교육 콘텐츠 등을 개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카이스트 융합연구소를 방문해 김성진으로부터 여러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창조교육으로 하니까 졸 사람도 없고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진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회사 매출 등을 부풀려 투자자들로부터 24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받아낸 후 다른 용도로 사용했고, 600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2016년 9월 구속됐다. 김성진은 1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감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2018년 9월 대법원은 김성진에게 징역 9년, 벌금 31억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김성진의 형량을 낮춰 선고하면서 참작 사유로 ▲범행 중 뇌물 공여 등을 자백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성진은 누구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했고, 무엇 때문에 벌금형 처벌까지 부과됐을까?

2. 박근혜 정권 실세 홍문종, '김성진에게 3000만원 받은 혐의' 재판중 

검찰은 지난 2018년 6월 27일 8,200만원 가량의 뇌물수수, 70억원대 횡령 혐의로 홍문종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홍 전 의원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IT기업 관련자 등으로부터 상임위 소관 업무와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봤다.

검찰이 홍 전 의원을 기소한 뇌물수수 혐의 가운데 3,000만원은 김성진과 관계된 것이다. 김성진은 2014년 7월 미방위원장이었던 홍 전 의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인 김성회 당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여러 IT업체 관계자들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IT업계 관계자들은 홍 전 의원에게 단통법 완화를 청탁했고, 김성진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1박스당 1,000만원 상당의 공진단을 건네는 과정에서 홍 전 의원에게도 2박스를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홍 전 의원은 공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박스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1심 법원은 당시 단통법 완화 등을 요구한 것은 다른 관계자들이었기 때문에 대가성을 단정할 수 없어 해당 금액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홍문종 전 의원이 지난해 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아이카이스트의 영국 대체투자시장(AIM) 상장을 추진하던 김성진은 2015년 11월 영국 투자자문사 'SP엔젤'로부터 "한국 정부의 공인된 사람이 해당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김성진은 자신과 친분이 깊은 김성회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통해 당시 미방위원장이었던 홍 전 의원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김성진은 2015년 11월 20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김 전 사장을 만났다. 김 전 사장은 그 자리에서 홍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주자"고 말했고, 실제로 홍 전 의원은 2015년 11월 23일 영국 실사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SP엔젤과 영국 법률회사 올스왕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2015년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아이카이스트 실사 일정에서 영국 투자자문사 관계자들은 홍 전 의원 외에도 최재유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차동 당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강성모 당시 카이스트 총장 등을 만났다.

김성진은 김 전 사장이 홍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건 당일과 2015년 12월 경 두차례에 걸쳐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김 전 사장에게 건넸다. 홍 전 의원의 도움을 받는 대가였다. 1심 재판에서 김 전 사장은 이 돈을 홍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고, 김성진도 건넨 돈이 홍 전 의원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김 전 사장과 김성진의 증언이 일치하지만, 2,000만원이 홍 전 의원에게 흘러갔다고 단정하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이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현재 홍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은 2심이 진행 중이다.

3. 김성진, 5000만원 쪼개기 방식으로 남경필 후원
   자필편지에서 "예산 주겠다 약속 받고 후원" 자백

김성진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4년 6월 2일 5,000만원을 가족 등 10명 명의로 500만원씩 나눠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후원회에 전달했다. 정치자금법상 1인 후원 한도는 500만원인데 타인의 명의로 나눠 고액을 후원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 수법이다. 당시 남 전 지사에게 후원금을 쪼개서 전달하는 불법 후원 수법을 알려준 인사는 남 전 지사 선거캠프 IT팀장이었던 이모씨였다.

검찰은 김성진을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불법 후원을 교사한 이씨도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씨는 남 전 지사가 경기지사로 당선된 후 경기도 경제특보로 임명됐는데,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2014년 12월 특보직을 사임했다. 반면, 남 전 지사는 불법 후원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김성진이 "남경필 지사님을 존경해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며 남 전 지사의 인지 여부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자필 편지 일부. (자료=뉴스버스)

그러나 뉴스버스가 확보한 2017년 12월 김성진의 자필 편지엔 이 같은 진술이 허위였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당시 개인 실수로 남경필을 존경하면서 순수 후원한 것이라고 하여 대가성은 검찰 무혐의를 받았으나, 남경필 측으로부터 후원을 하면 스마트스쿨 예산을 주겠다고 약속을 받고 후원하였고 이후 사업협약을 체결함"

실제로 2014년 9월 29일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아이카이스트와 경기도정에 최신 스마트기술을 접목하는 내용을 담은 '스마트 경기도 구축 협력 추진 협약'을 맺은 사실이 확인된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오른쪽)가 지난 2014년 9월 29일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와 경기도-아이카이스트 스마트 경기도 구축 협업 추진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관련 보도에는 김성진이 남 전 지사와 양해각서를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멀티터치 테이블을 활용한 도정홍보 ▲도정 정보화 기술지원 ▲e북 시스템 구축 ▲어르신 치매예방 교육용 IT콘텐츠 개발 ▲정보소외계층 IT교육 ▲농촌지역 어린이 정보화교육시설 지원 사업 등을 공동 추진한다고 돼 있다.

4. 김성진 "친박계 L의원 가족 채용…현금도 후원했다" 

김성진의 자필편지에는 2015년과 2016년 사이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L 전 의원의 가족을 채용했다고 적혀있다. L 전 의원은 친박계 국회의원으로 국회 상임위 미방위 소속이었다. 미방위는 아이카이스트에 자금을 출자한 카이스트를 관할하는 상임위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자필 편지 일부. (자료=뉴스버스) 채용시점에 L의원은 새누리당 소속이었지만, 김 대표가 자필편지를 보낸 2017년 12월엔 자유한국당으로 당명 변경 상태였다.

편지에 따르면, 김성진은 L 전 의원으로부터 "아들이 요즘 놀고 있으니 취업을 시켜주면 일을 봐주겠다"고 해 채용을 하고 1년간 월 200만원씩 급여를 지급했고, 2016년에는 과장으로 승진시켰다고 한다.

또한 L 전 의원의 처남도 채용했다고 주장했으며, L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현금을 후원했다고도 편지에 적었다.

이 부분은 대전지검이 김 대표의 투자 사기 등을 수사할 당시나 그 이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L 전 의원은 다른 비리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5.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은 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동생

정윤회씨의 동생인 정민회씨가 아이카이스트의 싱가포르법인장(부사장)으로 재직한 사실도 있다. 정윤회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입문 후 오랫동안 최측근으로 활동해온 인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최순실씨(개명후 최서원) 전 남편이다. 정윤회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씨와 함께 비선실세였다.

김성진 대표가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를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에 앉힌 건 정치권 로비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정민회 전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오른쪽)이 중국 중칭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아이카이스트)

SP엔젤과 올스왕이 아이카이스트의 영국 AIM 상장 추진과 관련해 실사를 나왔을 당시 정민회씨도 김성진과 함께 여러 일정에 동행했다. 

아이카이스트가 2015년 12월 28일 중국 중칭그룹에 스마트스쿨 제품을 공급한다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에서도 정민회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도에는 정씨가 계약서에 서명한 후 중칭그룹의 쥬 샤얼린 부사장과 악수하는 사진이 담겨 있다.

뉴스버스가 입수한 2017년 12월 김성진의 자필편지를 보면 김성진은 스스로 자신과 연관된 정치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정윤회씨, 이명박 전 대통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남경필 전 경기지사 등의 이름을 거명하고 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자필 편지 일부. (자료=뉴스버스)

실제로 지난 2017년 8월 25일자 국민일보(3면)엔 김성진이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과 정윤회씨가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일보의 <'몰락' 창조경제 1호>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13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사진을 찍었고, 그 다음달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아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시연했다. 또 2015년 5월엔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한 인천 세계교육포럼에도 유일한 민간기업으로 참석했다.

 김 대표 등의 일정표를 입수해 보도한 국민일보에 따르면 2013~2016년 일정표에는 정관계 인사 70여명을 170여차례, 언론사 간부·기자 20여명을 50여차례, 재계·금융권 인사 20여명을 100여차례 만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6.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유치원에 2대 주주 참여하기도

김성진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운영했던 유치원 컵스빌리지의 주식도 사들였다. 2015년 9월경 아이카이스트는 코스닥 상장사 디지틀조선일보(당시 대표 방정오)가 대주주로 있는 고급 영어유치원 컵스빌리지 주식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참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컵스빌리지는 2014년 2월 3일 설립된 사회 상류층 자제 대상 고급 영어유치원이다. 주로 주한 외국인이나 대기업 집안의 자녀들이 컵스빌리지에 다녔고, 방 전 대표는 2017년 11월 20일까지 컵스빌리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방 전 대표의 자녀도 컵스빌리지를 졸업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