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기자
KBS, "인노회 수사책임자 홍모씨가 김순호 경찰 특채자"
홍모씨, TV조선 기자에게 김순호 경찰 특채 경위 고백
홍모씨, "수사에 도움 줬잖아. 그래서 특채로 받아준 거야"
홍씨는 박종철 고문치사 '쇼크사 위장' 보고서 작성자
김순호, 뉴스버스에 홍씨 직접 찾아간 사실 시인
김순호 "범인검거 유공, 인노회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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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신설 초대 경찰국장인 김순호 치안감의 경찰 입직과 관련, 과거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진상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김 국장은 1989년 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을 하던 중 갑자기 사라졌다가 몇 달 뒤인 1989년 8월 경찰 대공 수사 분야에 특채됐다. 김 국장이 종적을 감출 무렵을 전후해 인노회 회원들이 대거 검거되고 구속됐는데, 김 국장이 밀고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인노회는 1988년 3월 결성된 인천·부천지역중심의 대중 노동운동단체이고, 김 국장은 1989년 초까지 부천지역 조직 책임으로 활동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국장에게 제기된 '프락치' 의혹 등에 대해 "사실관계와 관련자료를 확인한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1, 김순호 경찰국장 '경찰 특채' 담당은 1989년 인노회 수사책임자
8일 저녁 KBS는 1989년 김 국장의 경찰 특채를 담당했던 당시 치안본부 대공3부 소속 경감 홍모씨가 인노회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다고 보도했다. KBS가 보도한 당시 인노회 회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서류에는 홍씨의 이름이 적혀 있고, 피의자 신문 조서도 홍씨가 받은 것으로 날인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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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홍씨는 김 국장의 특채와 인노회 회원들에 대한 수사의 연결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홍씨는 지난 4일 TV조선 기자에게 인노회 사건 수사를 하면서 김 국장의 도움을 많이 받아 특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홍 씨는 TV조선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김 국장이 1989년 초쯤 ‘운동권에서 빠져나오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찾아왔다”면서 “운동권 사건 관련 증거물들이 오면 분석을 시킨거야. 그 사람(김 국장)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인노회 사건인데...”라고 말했다.
당시 치안본부 대공3부는 1989년 초 부터 인노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회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 검거하기 시작해 1989년 6월 조직을 와해시켰다. 당시 주요 활동가 1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의 인노회 회원들이 지난 7일 추모제를 했던 '최동 열사'도 이 무렵인 1989년 4월 구속됐다. 최 열사는 고문후유증을 겪다 이듬해 분신해 숨졌다.
이와 관련 TV조선 기자가 8일 공개한 <취재후 Talk>에 따르면, 홍씨는 “그 사건(인노회 회원 15명 구속)을 할 때도 (김 국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 안보 정국을 전환시키는 데 내가 봐서는 크게 역할을 한 사람이야”라고 털어놓았다.
홍씨의 발언을 요약하면 “인노회 수사에서 김 국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과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고 (김 국장을) 특채로 받았다”는 고백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홍씨를 통해 채용된 게 맞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그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재차 “홍씨가 TV조선과 인터뷰한 걸 보니, 찾아온 상황들이 다 나와 있더라”고 묻자 "예 예 예"라며 홍씨가 채용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다.
KBS에 보도된 인노회 회원 구속영장 신청 시점은 1989년 2월 11일이다. 서류상으로 확인된 시점으로 보면 인노회 수사는 1989년 초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대학 서클 선배로 김 국장을 인노회로 이끈 최동 열사는 같은해 4월 28일 연행된다. 그리고 1989년 8월 김 국장이 홍씨를 찾아가 경찰에 특채된다.
홍씨가 TV조선 기자에게 털어놓은 인터뷰 내용과 KBS 보도를 종합해 시간적 흐름으로보면, 결국 김 국장은 당시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 소속으로 인노회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홍 경감을 찾아가 인노회 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고 특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씨는 TV조선 기자에게 직접적으로도 “(인노회) 수사에 도움까지 줬잖아. 그래서 내가 특채로 받아준 거야"라고 밝히기도했다.
※ 홍씨 인터뷰 내용이 담긴 TV조선 기자의 <취재후 Talk>은 당초 링크를 걸어 인용했으나, 지금은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는 에러 메시지가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후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2. 김순호 국장, 홍씨 '박종철 고문치사 거짓보고' 알고도 입직 부탁?
홍씨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고문을 쇼크사로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초기 거짓 보고서 초안을 쓴 당사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1월이고, 김 국장의 경찰 특채는 1989년 8월이다. 하지만 박종철 고문 치사와 은폐 조작은 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기폭제였다. 그리고 경찰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경찰 위세가 대단했던 시기 경찰 총수인 치안본부장까지 은폐 조작으로 구속되는 사건이었고, 홍씨가 인노회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홍씨의 전력을 파악하고 찾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홍씨는 TV조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 국장이) 나를 알고 의도적으로 왔다고 봐야지. 그때 내가 대공 수사의 왕초나 다름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홍씨가 박종철 고문치사에 대해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쇼크사’ 위장 보고서에 관련된 사실을 김 국장이 실제 알았는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홍씨의 증언대로라면 김 국장이 홍씨의 전력이나 위상 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개연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홍씨가 박종철 고문치사 ‘쇼크사’ 위장에 관련된 것을 이미 알고서도 찾아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 그걸 어떻게 아느냐. 그 분은 처벌도 안 받았고,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걸로 아는데, 그런 분일 줄 어떻게 알고 가느냐”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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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순호 국장 '범인 검거 유공', 인노회 동료 '밀고' 유공?
김 국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억측에 불과할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고 있다. 경찰이 노동운동·학생운동을 탄압하던 시기인 1990년대 초반, 김 국장이 ‘범인검거 유공’으로 수차례 표창을 받은 것이다. 경찰이 인노회 회원을 대거 구속하고 조직을 와해시키고 난 몇 달 뒤여서 ‘밀고 공로’가 인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이날 저녁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시점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느냐”며 “전혀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또 ‘범인 검거 유공’인데, 당시 ‘인노회’회원 검거와 구속을 말하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도 김 국장은 “표창 유공의 ‘범인 검거’와 인노회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국장의 당시 업무나 시점상으로 볼 때 이 부분은 진상규명을 통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공개한 김 국장의 상훈 기록에 따르면, 김 국장은 1990년 9월 6일과 11월 15일 각각 ‘범인검거 유공’을 사유로 치안본부장 표창을 받았고, 1993년 7월과 1994년 12월에도 같은 사유로 경찰청장상과 검찰총장상을 받았다. 또 1995년 ‘보안업무 유공’을 사유로 대통령상, 1998년 경찰청장상 등 모두 7차례 표창 경력이 있다.
김 국장은 또 1989년 8월 경장으로 특채된 뒤, 1992년 2월 경사, 1995년 4월 경위, 1998년 10월 경감으로 승진했다. 10년 만에 ‘경장→ 경사→경위→경감’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이 의원은 “표창과 승승장구 배경에 김 국장이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단체와 동료들의 정보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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