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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진 '목숨' 달린 美 기업 주총과 형식적 한국 주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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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률 애널리스트 

 

美기업, 지분이 분산돼 경영진들 주주 지지 받으려 사활

韓기업, 대주주 지분 압도적 높아 승인안 일사천리 통과

주총일 분산·주총 전산화 힘입어 소액주주 권한 행사 추세

3월은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다. 주총은 한 해 성과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주식회사의 가장 큰 행사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주총을 마쳤으며, 다른 기업도 주총을 마쳤거나 주총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들은 계열사의 주총일을 같은 날로 정해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무력화시키거나 껄끄러운 안건의 공론화를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계기관에서 주총 집중일을 발표해 이날 주총을 하려면 관련 이유를 공시해야 하는 등 제재를 가해 주총일이 많이 분산되었다.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로 올해 3월 LG그룹의 계열사별 주총일을 보면 같은 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75% 이상의 회사가 3월 마지막 주 즈음에 5개 영업일에 집중해서 주총을 개최하고 있어 주총 개최일 집중 문제 해결에는 해법이 더 필요해 보인다.

주총 개최일 뿐만 아니라 과거 주총과 최근 주총을 보면 진행 절차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3년간의 팬데믹을 겪은 후 비대면이 익숙해지면서 전자투표제도, 온라인 주총 중계 등으로 주총을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주주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엔 주총의 전자화가 필수적인데 그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증권예탁원에서 발표한 ‘주주총회의 전자화에 대한 논의 경과와 향후 과제(황현영)’라는 글을 참고해 보면 주총의 전자화 논의는 크게 3가지다. 소집절차의 전자화, 의결권 행사의 전자화, 회의의 전자화가 그것이다.

소집절차의 전자화는 주주총회의 소집 통지 및 소집 공고를 전자화 하는 것이고, 의결권 행사의 전자화는 전자투표를 통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이며, 회의의 전자화는 가상의 공간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총의 전자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소집 절차의 전자화는 비교적 일찍 추진됐다. 주주총회의 전자화를 전제로 하거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준비에 소요되는 업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의결권 행사의 전자화는 주총의 전자화 중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실제 주주총회 소집시 대부분의 소수주주들은 생업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고 대주주나 친기업 주주들만이 참석함으로써 주주들의 의견이 제대로 기업 경영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에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은 소수주주의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여 소수의견의 반영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확보하고, 회사정보에 대한 주주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2년 주주총회에서는 전체 상장회사의 66%에 해당하는 1,669개의 상장회사가 전자투표를 이용하였으며 향후 도입 회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투표 이용회사 수. (자료=증권예탁원)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여전히 높지 않지만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2022 년 정기주총에서 2021년에 비해 5%포인트가 증가한 것에 비추어보면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비율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행사율만을 기준으로 볼 때, 2022년에 전자투표행사율은 9.75%이다. 행사율이 상승한 주된 원인은 국민연금기금의 전자투표 행사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만 보면 2022년 전자투표 행사율은 2.04%에 그치지만, 주주 수 증가 및 투표 인증방식 확대에 힘입어 2021년 행사율 1.85% 대비 소폭 상승했다. 여전히 낮은 개인투자자의 전자투표 행사율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

회의의 전자화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만큼 더 논의와 해법이 필요하다. 회의의 전자화는 현장과 가상의 공간을 어느 정도 병행하는지 여부와 가상 공간에서 의결권 행사 가능 여부에 따라 여러 방식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장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현장 병행형(참가형)으로 주주총회 현장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중계하여 주주들의 온라인 참여는 가능하지만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는 유형이다.

2020년 SK텔레콤이 처음으로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였으나 현행법의 한계로 인해 현장병행형 (참가형)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2021년 24개사가 현장병행형(참가형) 방식으로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현행 상법에서는 “총회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지역에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묶여 가장 이상적인 전자주총이라고 하는 ‘현장 대체형’ 주주총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통설적 입장이다. 그래도 주총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된다는 게 어디인가.

한국에서 주총의 전산화가 많이 진전되었지만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주총 분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형식적인 절차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대주주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아 경영권 분쟁이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회사측에서 상정한 주총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가 된다.

통상 상정되는 안건으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의 한도, 신규 이사 선임안, 배당 승인 등의 대부분 '승인 안건'이다. 대주주와 우호지분만으로 승인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 안건을 다 처리하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사업 현황 및 향후 사업 전망을 발표하는 회사가 있긴 하지만 편의상 자료로 갈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주총이 형식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의 주총을 보면 지분이 다양하게 분산되어 있고 진짜로 지분 향방에 따라 주요 안건의 승인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진들은 주총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질의 응답을 받고,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여러 주주의 지지를 받으려고 사활을 건다. 그야말로 주식회사의 CEO 및 경영진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주주총회인 것이다. 

주주총회 참석장.
 

요새 주식 투자하는 개인들이 굉장히 많아졌는데, 이들은 아마 우편이나 전산으로 본인이 투자한 회사의 주주총회 참석장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총을 한번 참석해보면 어떨까? 소수 개인주주들의 참석이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회사는 주총의 내실화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권성률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인지도 높은 애널리스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IT산업을 전문 분석해왔다. KB증권, 하나증권을 거쳐 지금은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산업분석팀장을 맡고 있다. 팀원들의 분석보고서를 감수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자동차‧미디어‧통신 산업도 훈수 정도는 할 수 있다. 한국경제‧매일경제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에 여러 차례 올랐고, 펀드매니저와 기업 임직원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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