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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빨간 모자 소녀와 이권 놓고 다툼 중인 5.18공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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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5.18민주유공자 

 

[의견] 누가 5.18을 통해 사익을 챙기려 하는가

5.18관련 3개 공법단체 내분은 이권 차지 욕심 탓

5.18공로자회 정당성 없는 집행부, 부당해고까지

동화작가 겸 언어학자였던 야코프 그림(Jacob Grimm 1785~1863)과 동생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이 함께 엮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 일명 그림 동화집은 주로 독일에서 구전되던 민담을 수집하여 1812년에 출간한 책이다. 널리 알려진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빨간 모자 소녀 등이 포함되어 동화를 넘어 만화,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연극, 오페라, 발레 등의 소재로 널리 쓰였다.

빨간 모자 소녀 이야기는 알다시피 소녀를 사랑하는 할머니를 먼저 간 늑대가 잡아먹고 할머니인 척 가장했다가 빨간 모자 소녀마저 잡아먹은 뒤 코를 골며 잠든 것을 사냥꾼이 배를 갈라 할머니와 소녀를 구해내는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사냥꾼은 할머니와 소녀 대신 돌로 늑대 배를 채워놓는데, 돌로 배가 가득찬 늑대는 우물에 물을 마시러 갔다가 빠져죽고 만다. 

이런 잔혹 동화는 중세에 아이들의 유괴가 성행하고 특히 집시들이 지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사라진다는 소문이 퍼져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이야기로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광주 지역 18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3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5.18부상자회와 5.18공로자회가 오월정신을 훼손하고 가짜 화해 정치쇼를 했다"며 '대국민 선언식' 폐기와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단체는 지난달 19일 특전사동지회와 5.18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하고 '포용과 화해를 위한 대국민선언식'을 했다. (사진=뉴스1)

2021년 1월 5일 5·18유공자법 개정 이후 1년 만인 2022년 1월 4일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이하 5.18공로자회)가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에서 공법단체로 먼저 설립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넉달 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연이어 법원에 설립 등기를 마침으로써 5.18 관련 3개 공법단체가 모두 공식 출범했다. 

5·18유공자법에 의해 설립된 이 3개 공법단체는 현재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분쟁중이다. 유공자 단체의 내부 분란은 광복회부터 특수임무유공자회까지 어쩌면 피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최근 5·18공로자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는 이 사건을 전해들은 사람들 모두 혀를 차게 만들었다.

임종수 공로자회 회장은 원래 정관상 임기가 4년이지만, 공로자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임기 2년으로 정관을 개정하고 자신은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결의한 뒤 2022년 12월 17일 총회를 소집했다. 그런데 정관 개정에 필요한 총회의 성원을 채우지 못하자 의장으로서 총회 불성립과 산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그런데 총회장에 남은 대의원들이 정관 개정의 정족수인 대의원 총수의 2/3가 아닌 과반으로 정관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정성국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한 뒤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일반 관례와 달리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집회에서 통과시킨 정관과 새 임원들을 이례적으로 사흘 만에 승인해줬다. 현재 이 사건은 구 임원들에 의해 법원에 제소되어 정관 개정과 임원의 합법성 여부를 따지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성국 집행부가 갑자기 중앙회와 각 지부의 구성원들을 해고했다. 중앙회는 물론 지부장과 지부 사무국장을 새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부장과 사무국장은 유공자 신분이어야 하지만, 사무직원들은 유공자가 아니라 중앙회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다. 

정성국 집행부는 '사무직원도 유공자로 바꿀 계획이다'면서 중앙회와 광주지부, 전남지부의 직원들을 내보냈고, 서울지부, 경기지부, 경상·강원지부의 직원들 역시 해고하려 했다. 서울과 경기, 경상·강원지부에서는 부당해고를 당한 사무직원들이 반발하여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고, 절차가 진행중이다. 

공법단체 5.18공로자회와 5·18부상자회가 지난 7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5·18유공자에 대한 정신적 피해배상시 산업재해법을 배제하고 국가배상법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이 정성국 5.18공로자회 회장, 왼쪽은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 (사진=뉴스1)

5·18단체들은 모두 민주·인권·평화·통일이 5·18정신이라 말하며, 자신들의 존재 의의는 5·18정신의 계승과 선양에 있다고 한다. 43년 전 민주와 인권을 위해 총검으로 무장한 공수특전단에 맞서 싸웠다는 긍지를 가진 그들이 43년 후 보여주는 모습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노동인권을 짓밟는 모습이다. 표리부동이다. 가장 민주적이고 인권을 보호해야 할 단체가 가장 비민주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5·18공로자회의 집행부는 가짜유공자와 관련된 논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왜 5·18유공자단체의 주도권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을까? 법률에 의해 설립된 국가유공자단체는 유공자와 그 유족의 복지를 비롯한 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부예산으로 운영비 등을 지원받고, 국가보훈처의 승인을 거쳐 직접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단체장은 차관에 상당하는 예우를 받는다고 하며, 급여를 받는 중앙회와 지부의 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그 예우와 권력, 수익사업의 이익 처분권이라는 이권 앞에 욕심을 내는 자들이 선거 때만 되면 무리를 모으고 선거비용을 쓴다. 비용이 많이 들수록 그 이상을 뽑아내고 차기 선거를 대비하고자 무리수를 두게 된다.  

빨간 모자 소녀의 가족이 5·18정신을 지키려는 순진한 유공자들이라면 늑대는 그들을 잡아먹고 5·18을 통해 사익을 챙기려는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유공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거짓말하지만 속셈은 뻔하다. 거기에 유공자들도 속았고, 국가보훈처도 속았고, 5·18공로자회의 사무직원들도 속았다.

속지 않았다면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결과적으로 공모자가 된다. 정당하지 않은 절차에 의해 조직을 접수하고 그것을 기정사실화해서 권력과 사익을 추구하려는 수법은 조폭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며, 주무관청과 은근한 친분을 쌓고 짬짜미하려는 습성 또한 다르지 않다.

빨간 모자 소녀 이야기는 다행스럽게도 사냥꾼이 나서 늑대를 처치하고 소녀와 할머니를 구해내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나 소설보다 더 열악하고 지독한 경우가 많다. 사법부와 노동위원회는 과연 늑대로부터 빨간 모자 소녀와 할머니를 구해낼 것인가, 아니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늑대의 조력자로 남아 빨간 모자 소녀와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공범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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