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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나라셀라 공모가, 음식료 밸류에이션 vs 문화 밸류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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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률 애널리스트 

 

몬테스 알파로 유명한 나라셀라, 와인 수입사 1호 상장

비교대상기업서 '루이비통' 제외…5월 초 상장 예정

새로운 카테고리 업종은 다양성의 관점 필요

필자는 와인 애호가다. 그렇다고 소믈리에처럼 와인을 현란하게 묘사하지도 못하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와인의 종류를 맞출 수 있는 정도도 전혀 아니다. 그저 이름난 와인들, 주변에서 평가가 좋았던 와인들을 두루 먹어 보려고 하면서 다양한 와인을 접하는 정도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와인 코너. (사진=뉴스1)

세상에 수 만가지 와인이 있지만 와인 문외한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와인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칠레의 ‘몬테스 알파’가 아닐까 한다. 그 몬테스 알파 수입업체가 나라셀라다. 나라셀라가 와인 수입업체 중 최초로 주식 상장을 시도하는데, 그 나라셀라 얘기를 해보려 한다.

필자는 나라셀라와 아무 이해 관계도 없고, 그러니 나라셀라 공모가가 높게 산정되든, 낮게 산정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공모가 산정시 그 회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비춰지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라셀라를 어떤 종류의 회사로 볼 것이냐는 관점에서 나라셀라의 상장 문제를 들여다 보려고 한다.  

국내 빅4 와인 수입업체는 신세계 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 그리고 나라셀라가 뽑힌다. 신세계 L&B는 이기갈 와인으로 유명하고, 금양인터내셔날은 콘차이토로의 돈멜초, 아영FBC는 안티노리의 티냐넬로, 나라셀라는 몬테스알파가 대표 와인이다. 

국내 빅4 와인 수입업체. (자료=전자공시)

나라셀라는 1997년 설립되었고 주류 도매업을 하던 동아원그룹 계열사로 출발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나라셀라를 수입주류전문 물류 사업을 하던 마승철 오크라인(현 나라로직스틱스) 회장이 인수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마 회장이 2015년 12월 나라셀라를 인수한 후 해외 와이너리를 직접 돌며 상품을 확장, 200억원대였던 매출을 2022년 1,000억원 이상으로 키웠다.

나라셀라가 거래중인 와이너리는 120여개에 달하며 프리미엄 와인부터 와인 입문자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와인까지 다양한 라인업의 와인을 확보하고 있다. 아래 나라셀라 대표 수입 와인을 보면 몬테스M, 몬테스폴리, 도미누스, 할란 에스테이트, 하이츠셀러 등 와인 애호가 맘을 설레게 하는 와인이 여럿이다. 미국 나파밸리 고급 와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으며, WINE TIME, WINE PICK, BISTRO 등 직영점 중심의 소매점을 강화하고 있다. 

나라셀라의 대표 수입 와인. (자료=세상의 모든 와인)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업계 최초로 주식 상장을 추진한다. 지난 3월 23일 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냈고, 4월 14일부터 기관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상장일은 공모가 확정 후 일반 청약을 거친 5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나라셀라 상장 일정. (자료=전자공시)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이고 희망 공모가는 22,000~26,000원이다. 공모가는 2022년 순이익 89억원에 P/E 23.2배를 적용한 후 일정한 할인율을 거쳐 산출되었다. 적용 P/E 23.2배는 나라셀라와 유사한 업종을 골라서 산정했는데, 비교 대상 업체로는 국내기업에선 하이트진로, 해외기업에선 와이너리와 와인관련기업 7개가 선정되어 총 8개 기업의 P/E가 평균됐다. 해외기업은 페르노 리카, 로랑-페리에, 브랑켄 폼메리 모노폴, AdVini S.A., 마시 아그리콜라, The Duckhorn Portfolio, Italian Wine Brands S.p.A. 이다.

당초 비교 대상 기업에 샴페인 명가 모엣 샹동, 돔페리뇽, 크룩(Krug)을 소유하고 있는 루이비통헤네시(LVMH)가 포함돼 논란이 됐으나, LVMH의 와인&주류 비중이 8.9%에 불과해 결국 비교 대상 기업에서 제외됐다. 

나라셀라 공모가 산정 비교 대상 기업의 P/E. (자료=전자공시)

IPO기업의 공모가 산정시 적용받는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된다. 실적은 임의로 바꿀 수 없으니까 결국 적용 멀티플에 따라 공모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내에서는 절대 밸류에이션보다는 비교 대상 기업을 선정한 뒤 그 비교 대상 기업의 멀티플을 차용해서 쓰는 상대 밸류에이션을 대부분 쓰기 때문에 비교 대상 기업에 어떤 기업이 편입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확 달라질 수 있다.

나라셀라도 결코 낮지 않은 20배 이상의 P/E, 비교 대상 기업이 대부분 해외업체라는 점 등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밸류에이션이라는게 지극히 주관적인 이슈인지라, 이게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투자자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논리가 그럴듯하고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회사가 어떤 회사로 간주되는가이다.

나라셀라의 경우 단순 음식료 업체, 하이트진로 같은 주류업체로 인식될 수도 있고, 또 와인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유통업체로 분류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글로벌 유명 와이너리와 필적할 만한 와이너리가 없어서 현실적으로 해외 유명 와인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 중 좋은 와인을 픽업해서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는 직접 와인을 만드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2019년 6월 나라셀라의 모델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해 예수의 잉태를 소재로 한 다빈치의 명화 '수태고지'를 레이블로 한 슈퍼투스칸 와인 3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나라셀라)

그런데 우리가 여러 술 중 유독 ‘와인’만은 단순히 술을 마신다기 보다는 ‘문화’를 즐긴다고 하지 않는가. 예를 들면 나폴레옹이 부르고뉴 고급 와인인 샹베르땡을 엄청 좋아했다고 하는데 왜 나폴레옹이 샹베르땡에 빠지게 되었고, 샴페인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를 얘기하면서 마신다. 그 와인에 엮였던 여러 뒷얘기나 역사, 유명인 등을 유독 와인을 먹으면서 자주 언급한다. 그래서 와인을 문화라고 한다.

또한 요새 와인 수입업체는 와인 문화공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와인을 몇 병 파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와인 문화공간을 구축해서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하면서 그저 와인 한 병 판매와 마케팅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한다.

나라셀라도 신사동 사옥에 와인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와인 시음 및 시향 등의 와인체험과 와인교육, 와인판매, 레스토랑 등 와인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 컨텐츠 업체의 밸류에이션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 업종이 등장하면 보다 넓은 다양성의 관점에서 주가를 바라보는 게 어떨까?

권성률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인지도 높은 애널리스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IT산업을 전문 분석해왔다. KB증권, 하나증권을 거쳐 지금은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산업분석팀장을 맡고 있다. 팀원들의 분석보고서를 감수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자동차‧미디어‧통신 산업도 훈수 정도는 할 수 있다. 한국경제‧매일경제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에 여러 차례 올랐고, 펀드매니저와 기업 임직원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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