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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단독] 시민단체 '시국호소' 기자회견서 자기 '광'낸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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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최승재, 시민단체 회견 앞서 같은 이슈로 모두발언

시민단체 아닌 최승재 ‘시국호소’회견으로 오인돼

시민단체 "소통관 대관 권한 이용해 의원이 ‘광’팔아”

[반론] 최승재 “의원 없이 소통관 사용못해 도와준 것”

지난 18일 오전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 정의 주권자 행동연대(자정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자료 캡처)

'4·19 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는 뜬금없는 '시국 관련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이 있었다.

발표자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었고, 최 의원 측은 기자회견에 앞서 <모두발언: 시국 관련 호소문>이라고 적힌 A4용지 넉장짜리 발표문을 배포했다.

내용은 초선 국회의원의 소회를 담아 '우리나라가 유래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니 정치권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최 의원은 발표문 말미에 "대국민 호소를 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섰다"면서 양 옆에 서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한명 한명 이름을 불러 소개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국회에게, 정부에게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사회 원로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함께 하셨다"고 말했다. 

마치 최 의원이 시국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뜻을 같이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배석한 그림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는 기자회견 주체가 최 의원이 아니라 시민단체였다. 양선묵 전 민주당 국제관계위원장, 이상협 전 공정위 서기관, 나정석 아시아자유인권연대 이사장, 정중규 국민의힘 장애인위원장 등이 '자유 정의 주권자 행동연대(이하 자정연)' 를 만들어 "정파와 이념 등으로 갈라진 사회 통합을 위해 사회 원로들이 나서달라"는 시국호소문 발표를 하려던 자리였다. 

자정연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최 의원 측에 소통관 대관 신청을 부탁했는데, 최 의원이 아무런 상의 없이 같은 내용으로 모두 발언을 해 자신의 기자회견같은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정작 기자회견을 준비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최 의원 발표에 당황해하며 옆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시민단체 기자회견 14분 동안 최 의원은 4분여를 발언했다.

그러니 기자회견 직후 언론들도 '최승재 의원, 시국 관련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시민단체가 준비한 기자회견임에도 최승재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오인한 언론 보도.

국회 소통관 대관은 현직 국회의원만 가능하고,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동안 대여자인 국회의원도 동석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자정연은 한 정치권 인사의 소개로 최 의원에게 대관을 부탁한 것이었다.  

19일 뉴스버스와 통화한 자정연 관계자는 "미리 기자회견문 자료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최 의원이 소통관 대관 신청 권한을 이용해 자신을 먼저 앞세우는 바람에 기자회견이 김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당일 오전 10시쯤 국회 소통관에 도착한 이들은 최 의원실 보좌진들이 모두발언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을 봤지만, 이 보도자료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도 알지 못한 채 단상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 의원은 이날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국회 소통관은 의원 없이 사용할 수 없어 도움을 준 것 뿐이고 끝나고 사진까지 함께 찍었는데, 저도 당황스럽다”면서 “시민단체가 준비한 내용은 구체적인 것이고, 제가 발표한 내용은 아주 러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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