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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발사주와 딸 MIT합격…'한동훈 적 한동훈' 국면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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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정치평론가

'이정근 파일'과 '돈봉투 파문', 尹 정권 반사이익 적을 듯

한동훈, ‘고발사주’ 법적 처벌 비켜도 정치적 추궁 예상

한동훈 인사청문회 때 변명, 딸 MIT 합격으로 되돌아와

‘한동훈 사이다’ 환호한 국민의힘 지지층 타격 올 수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되었다는 ‘이정근 파일’이 일파만파다. 당사자들이 당시 당선된 송영길 전 대표의 줄에 서 있고, ‘돈봉투’는 이해하기 쉬운 사안이므로 민주당에게 분명 타격이 될 것이다. 또 3만통의 음성파일을 남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검찰에서 자백하고 있는 만큼, 법정 안팎에서 공방중인 이재명 대표 관련 사안들보다 더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윤석열 정권이나 국민의힘이 재미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긍정평가도(지지율)가 3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11~13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무선 95%, 유선 5% 전화면접조사. 응답률은 8.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평가는 27%에 불과했고, 부정평가는 2/3에 육박하는 65%였다. 

이 상황에서 또 주목되는 것은 ‘한동훈 리스크’의 본격적 시작이다. 지난주는 공교롭게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약점이 두드러진 한 주 였다. 첫째, ‘고발 사주’ 사건이 일어나기 전 한 장관이 손준성 검사에게 60여장의 사진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둘째, 스펙 논란을 불렀던 한 장관의 딸이 MIT에 합격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스1)

보도에서 한 장관이 손 검사에게 사진을 보낸 시점은 손 검사가 2020년 총선을 직전인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 및 판결문을 전달하기 하루 전날이다. 한 장관은 ‘자료 전달자’로 의심받게 되었다. 물론 한 장관이 스스로 휴대전화를 풀어놓지 않는 한, 그 사진이 무엇인지는 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장관이 앞으로도 쭉 공직을 맡거나,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법에서는 유죄가 입증 안 되면 무죄지만, 정치에서는 의심만 받아도 낙마 또는 낙선할 정도로 타격을 주기도 한다.

손준성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하고 판결문을 유출시킨 것은 그 자체로 범죄다. 징계 절차에 처해져도 시원찮을 손 검사는 정권교체 후 영전 코스로 널리 알려진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났다. 검찰 인사권자는 법무부장관이다. 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도 직결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고발사주에) 검사의 관여가 나오면 사과하겠다”고 밝혔지만, 본인이 무혐의로 불기소된 다음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보도된 고발장을 '괴문서'라고 몰아붙이고, 제보자가 '국정원장의 사주'를 받았다고 흑색선전했다. 손 검사의 사법적 유죄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정치적 결격 사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동훈 장관의 딸은 학교 내신과 대학입학 자격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입시는 한국의 ‘정시’와 같지 않다. 에세이나 스펙의 비중이 커서 정량적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도 낙방하는 경우가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된 그 ‘스펙’이 대입에 쓰였는지가 관건이다. 한동훈 장관이 공직을 계속 맡고 싶다면, 딸이 MIT합격 과정에서 제출한 '스펙'을 자진해서 공개해야 한다. 

한 장관 딸의 논문 문제는 너무 명확한데도 ‘이모’니 뭐니 하던 민주당 의원들의 무능 덕분에 한 장관이 운 좋게 넘어갔다. 하지만 정치에서 그냥 넘어간 것은 결국 더 강력하게 되돌아오는 법이다. 한 장관이 청문회에서 실체를 호도했던 발언들을 다시 지적한다. 첫째, 한 장관이 ‘습작’이라고 부른 딸 논문 중에는 학계 연구 트렌드를 분석하는 ‘리뷰 논문’도 있었다. 최고 전문가들이 쓸 수 있는 논문이다. 한 장관 딸이 굳이 학교를 다닐 필요도 없는 석학이든지, 대필 등 부정한 방법이 사용되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둘째, 딸이 투고한 ‘약탈적 학술지’를 두고 한장관은 ‘오픈 액세스’라고 둘러댔다. 암시장을 ‘벼룩 시장’이라고 한 꼴이다. 셋째, 한동훈 장관측은 ‘카피 킬러’로 분석한 결과 딸의 논문 표절률이 4%라고 강변했다. 카피 킬러는 단어를 유의어로 바꾸거나 어순을 섞는 수법(sneaky plagiarism)을 잡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국제전기전자기술자학회(IEEE)는 이런 수법도 표절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에 따르면 한 장관 딸은 60% 이상을 표절문으로 채웠다(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신 분은 논문 분석 사이트 한동훈닷컴이나 필자가 녹음했던 ‘한동훈 딸 논문, 신비의 세계’를 참고하면 된다) 

한동훈 리스크가 국민의힘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 고정 지지층 사이에서 영웅으로 부상했던 이치와 맞닿아 있다. 국민의힘의 강성 지지층이 갖고 있는 컴플렉스가 있다. ‘우리는 말빨 번지르르한 민주당보다 선전선동이 떨어진다’, ‘우리 지지층이 민주당보다 저학력이다’ 등등.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되받아쳐온 '한동훈 사이다'는 이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이 되었다. 그런 한 장관이 정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문제로 김이 샌다면 국민의힘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는 궁극적으로 상대 세력과 싸우는 일이 아니다. 정치는 때로는 대중과 싸우고(against), 때로는 대중과 함께(with)하는 업이다. 역사와의 대결이자 자신과의 대결이다. ‘검언유착’ 의혹 취재가 뻗쳐 왔을 때, 딸 스펙이 논란이 되었을 때, 그가 치밀하게든 엉겁결에든 했던 일과 말들이, 한 장관 자신의 강적으로 등판하고 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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