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이상연 기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흑인·백인·아시안 각 1명씩 선정
아시안은 블랙핑크 대신 '뮬란'에서 뮬란 노래 레아 살롱가
질 바이든 "美 예술 정수 보여주겠다"…한국 문화는 없어
미국 백악관에서 26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만찬 공연 가수로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가수 3명이 확정되면서 이들을 선정한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백악관 영부인실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 내외의 국빈 만찬 공연 가수로 '오페라의 유령' 주연 배우인 놈 루이스와 '미스 사이공' 주연 출신 레아 살롱가, '위키드' 주연인 제시카 보스크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측은 이들의 선정 이유에 대해 "미국 예술의 정수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만찬 진행을 총괄하는 질 바이든 여사의 사교비서인 카를로스 엘리존도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예술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정상급 스타 가운데 흑인(놈 루이스)과 백인(제시카 보스크), 아시아계(레아 살롱가) 각 1명씩을 선택했다.
하지만 "질 바이든 여사가 한국문화 소개를 위해 K팝 그룹 블랙핑크의 공연을 요청했다"는 한국 대통령실의 설명과 180도 다르게 '미국 문화의 정수'를 알려주는 뮤지션이 선정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 가수로 한국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필리핀 출신의 레아 살롱가를 선택한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살롱가는 수도 마닐라에서 태어났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주연 '킴'을 맡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 '뮬란'의 뮬란 노래를 맡아 '디즈니의 전설'이자 '필리핀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살롱가는 특히 지난 2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패한 마르코스 정부를 전복시킨 필리핀 피플파워 혁명을 다룬 뮤지컬 '히어 라이즈 러브'의 브로드웨이 공연 제작에 참여하고,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의 시어머니이자 베그니노 아키노 대통령의 할머니인 오로라 아키노 역할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질 바이든 여사와 백악관은 만찬 초청 가수와 요리 등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만찬에는 프랑스인과 흑인 노예의 혼혈인 '크레올' 혈통의 재즈 아티스트 존 바티스트를 공연가수로 초청했다. 당시 백악관 야외 사우스 론(South Lawn)의 유리 파빌리온에서 330명의 참석자를 위해 공연을 펼친 바티스트는 흑인 인권 운동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루이지애나주 우체국 노조 회장이었던 그의 할아버지는 인종차별에 반대해 1968년 대규모 파업을 주도했으며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 파업에서 유명한 '나는 산 정상에 올랐다(I've been to the mountaintop)' 연설을 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당시 국빈 만찬에 바티스트의 할아버지와 어머니, 아내 등 가족 12명을 모두 초청하기도 했다.
이들 공연자들이 확정된 시기도 관심사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빈 만찬에 초청 요리사로 선정된 한국계 에드워드 리 셰프는 "약 두 달 전에 질 바이든 여사의 사교비서인 엘리존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반면 존 바티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만찬 2~3주 전에 공연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상급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3명을 동시에 초청한 이번 공연의 경우 바티스트 보다 일찍 섭외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공연가수인 놈 루이스는 브로드웨이 최고 인기의 뮤지컬 가운데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에서 흑인으로는 최초로 주연을 맡았던 인물이다. '오페라의 유령' 출연진은 지난 1991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의 국빈 만찬에서 공연을 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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