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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예타안 제친 '서울-양평 김건희 라인' 보이지 않는 손,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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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안 제친 '서울-양평 김건희 라인' 보이지 않는 손, 누구?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 김태현 기자
 

민간용역사 비용 증가 대안 제시, 업계선 "불가능 가까워"

과업지시서상 일정대로라면 20일 만에 대안노선 제안

대안 제시 양평군 국장은 '김건희 일가 사업' 특혜 준 공무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핵심 의혹1] 2년 걸린 예타안 몇 개월만에 뒤집은 '보이지 않는 손' 누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 2년여에 걸쳐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이 뒤집히는 데는 불과 몇 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평군 양서면 종점의 예탄안(원안)을 제치고 변경된 강상면 종점안이 대안 노선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권으로 권력이 교체되고, 양평군수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는 시기가 맞물려 있다.

경기 하남시 감일동을 기점으로,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 이후 양평군에서는 '강하IC'설치 민원은 있었지만, 노선 변경 언급은 없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양서면 관광지 두물머리와 세미원의 관광객 유입을 늘리고, 휴일 교통 정체를 해소하려는 양평군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양평군민들은 양서면 종점안을 기정사실화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양평군의회 회의록 보더라도 양서면 종점안에 대해 노선 변경 언급이 한번도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5월 타당성 평가 설계 용역을 맡은 회사의 타당성평가 착수보고서에 강상면 종점안이 의견제시된다. 추정 사업비와 경제성 평가 교통량 분석 등을 수반하는 대안 제시와 달리 '이런 의견도 있다' 는 정도의 용역 회사의 의견이었다.

원 장관은 구체적 분석 없이 강상면 종점안이 의견으로 등장하는 이 착수보고서를 근거로 "설계 회사가 먼저 (강상면 종점안) 대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2개월 후인 지난해 7월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맡을 용역회사를 입찰 공고할 때 '과업지침서'에선 예타안(양서면 종점안)을 용역의 기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준비서에선  강상면 종점안이 대안1로, 기존 양서면 종점안이 대안2로 등장한다. 기조 예타안을 제친 것이다. 추론컨대 과업지시서는 양서면 종점안이 제시돼 있었지만, 실제 발주는 강상면 종점안이 용역의 기본 대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석달 뒤인 올해 5월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결정 내용에선 사업 자체가 '하남시 감일동을 시점으로, 양평군 강상면 종점으로'하는 서울-양평고속도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1조8,000억짜리 국책 사업의 고속도로 노선이 정권 교체뒤 합리적이고 투명한 논의 없이 불과 몇개월 만에 변경된 탓에 배후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핵심 의혹2] 용역회사 맘대로 20일 만에 대안 노선 제시?

설계 용역 업체가 국책 연구기관의 '예비 타당성 조사'안을 뒤집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예타안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안을 용역회사가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설계 용역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설계용역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실제로 계산을 잘못해서 수천억원이 빠진 경우가 있었는데, 예타가 통과된 이후엔 용역 회사들이 민원을 해도 설계 변경이 되지 않아 비용을 떠안고 가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되는 대안 제시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예타 이후 뒤집힌 노선이 14개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 용역회사가 먼저 제안을 해 바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례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비용의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짧은 시간 안에 민간 용역회사가 제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과업지시서상 일정대로라면 민간 용역회사가 착수부터 '대안 노선' 의견을 제시하는데 20일 밖에 걸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설계 용역 업체인 동해종합기술공사 이상화 부사장은 지난 13일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현장 방문 이후 종합적인 기술적 검토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말을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기초자료 조사·분석과 노선선정 및 기술검토를 하는데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지난 10일 국토부도 "조사기관인 설계사에서 조사 및 검토를 거쳐 지난해 5월 강상면 종점 변경 대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나라장터에 공고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 과업지시서상 예정 공정표에 따르면 '노선선정 및 기술검토'에 과업 일정은 착수일로부터 2개월 차부터 4개월 차까지로 설정돼 있다.

용역 착수시점인 지난해 3월 29일 과업을 시작했다면 '노선선정 및 기술검토'는 4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5월 19일 민간 용역회사가 대체안을 제시했다면 대안 노선을 제시하는데 주말을 포함하더라도 불과 2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비타당성 결과 비교는 공정의 마지막 단계로, 타당성 평가 최종보고 바로 직전에 이뤄지는데 대안이 예타안보다 적합하다는 의견을 설계사가 불과 20일 만에 먼저 제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의혹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설명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양평군 양서면 종점의 예타안(검은실선)과 대안노선(빨간색 실선)

[핵심 의혹3] 그 곳에 '김건희 일가 땅' 정말 몰랐을까?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A씨다. 국토부 추진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 공사 업무 

A국장은 최근 강상면 종점안으로 바뀐 과정을 주민설명회에서 직접 설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A국장은 지난해 7월 1일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현 양평군수가 임기를 시작하고 6일 만인 7일 '원포인트 인사'로 도시 과장에서 도시건설국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는 김 여사 일가 가족회사 ESI&D(이에스아이엔디)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와중이었지만 승진까지 한 것이다.

A국장이 승진한 직후인 같은 달 7월 하순 양평군은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을 포함해 3가지 노선을 국토부에 제시했다. A국장은 노선 변경 관련 공문을 직접 결재하는 위치에 있었다.

A국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병산리가 영부인 고향인건 알았지만 소유한 땅이 있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국장이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점 등을 비추어 본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ESI&D(이에스아이엔디) 특혜 의혹은 ESI&D가 사업 기한을 2년이나 넘겨 준공했지만 양평군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고, 800억원 가량의 분양 수익에도 양평군은 개발부담금 '0'원을 부과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팩트체크 기자회견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백원국 국토부 2차관 등도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땅 소유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납득되진 않는다.

백 차관은 대통령 국토교통비서관실 출신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당시였던 지난해 5월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다 지난 3일 국토부 제2차관으로 임명됐다.

백 차관은 지난 1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6월에 들어와서 어디 언론사에서 얘기가 나와 비롯된 것이고, 그 전에 이런 상황(김건희 여사 일가 땅에 가깝게 노선 변경)들을 인지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차관의 말과는 달리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일가 양평 땅 용도변경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됐을 때  대통령실에서 서면브리핑을 했는데, 이 서면 브리핑의 첫 문장에 '양평군 병산리 일대'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특히 백 차관은 대통령실 국토교통비서관이었기 때문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병산리에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 장관은 이번 논란이 일기 전까지는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양평군 강상면 일대에 있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 장관을 상대로 김 여사 일가의 강상면 땅과 관련한 질의를 한 사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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