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전 올인' 정부 'RE100 역주행'에 지자체는 각자도생 < 기후 변화 대응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이인형 시민기자
'RE100' 발등의 불 산업계, 산단 위기 지자체와 손잡다
'원전 르네상스'에 뒤로 밀리는 재생에너지 정책
[뉴스버스] 윤석열 정부는 원전에 올인하고 있다. 덕분에 가장 다급해진 것은 산업계다.
전 세계적으로 몰려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장벽의 파고에 국내 기업의 수출이 막히고 금융이 위기에 몰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100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 국제 프로젝트다. 강제성은 없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계약이나 납품 거래 등의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국제 무역 거래 규범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Carbon Free를 뜻하는 CF100을 강조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흐름은 재생에너지 100%를 의미하는 RE100이다. 유독 우리 정부만 독불장군처럼 원전을 앞세운 CF 100을 고집하고 있다. CF100은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공급한다는 의미인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RE100에 대응하여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2022년 국내 태양광 시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는?’이라는 질문에 37.8%의 참여자가 ‘비리 및 사기 등으로 점철된 태양광’을 선택했다. 태양광은 죽이고, 원전을 살리자는 '원전 올인'정책에 RE100은 위기에 빠졌다.
반면 , 유럽연합은 지난 6월, 에너지 안보 강화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2년 32%에서 2030년 45%까지 상향하는 ‘리파워EU(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다. 리파워EU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유럽내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600GW를 포함해 총 1,236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역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2020년 신규설치 10GW에서 2024년 49GW, 2030년 100GW 증가가 예상된다.
중국은 애초 목표했던 2030년까지 1,200GW 이상 재생에너지 보급을 2025년에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태양광은 2030년이면 1,000GW 보급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도는 RE100 박차
정부의 역주행과 달리 지방자치단체는 RE100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자체 가운데 경제 규모가 큰 경기도는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산업단지 RE100' 사업 추진을 위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산업단지 RE100’은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들 지붕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 시설 등을 설치하는 민관 협력사업을 말한다.
경기도는 지난 6월 28일 경기도청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전환&기업RE100 분과 회의를 열어 '산업단지 RE100' 추진계획을 구체화했다.
경기도는 기관간 협의·조정, 인허가 및 행정 절차, 부지 발굴과 홍보 등을 지원하고 공모로 선정된 투자사는 설비 투자·관리를 통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공급 기반 구축을 맡는다. 입주 기업들은 임대료 지급, 태양광 지붕으로의 무상교체, 중소기업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지원 받고, RE100 기업은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구입하게 된다.
경기도는 산업단지 관리 계획에 태양광발전업이 포함된 50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우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193개 전체 산업단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의 도전, 구미 공단의 변신
경기도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경북도 역시 산단RE100프로젝트로 RE100 달성에 앞장서고 있다. 경북도는 에너지 대전환의 지방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공단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확정된 지붕 태양광사업은 경북 산업단지 산업시설면적(8,215ha) 중 30%에 해당해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유휴 공간(지붕 등)에 2.5GW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산단 기업주에게 새로운 소득원 마련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규제(RE100)에 대응한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5월 22일 영천, 구미, 경산 3개 산업단지에서 1,380KW를 동시에 첫 착공했다. 제1호 산단 태양광 프로젝트 기업은 영천 화산농공단지에 소재한 인조잔디 제조·시공업체인 거평그린이다. 공장 지붕(6,745㎡)에 712.8KW의 태양광을 설치하고 경북도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20년 동안 임대료를 받을 예정이다. 최초 10년은 선지급된다. 구미공단에서는 1972년 창사한 플라스틱 사출 성형품 생산업체인 대명산업이 태양광 391KW를, 경산 진량읍에 소재한 문구·완구 도소매업체인 팔팔 온유어완트도 태양광 276KW를 설치하기로 했다.
구미국가산단은 1969년에 조성된 최초의 국가산단으로 50년 이상 우리나라 IT·모바일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으나, 기반시설 노후화, 대기업의 이탈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 경북도는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RE100 저탄소경영기업 지원을 통해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2월 7일 삼성전자·LG이노텍·SK실트론 등 RE100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 저탄소 대표모델 산단 지정 기념식’ 및 저탄소 대표모델 구현을 위한 관계기관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구미형 저탄소 신산업 단지로의 탈바꿈은 이미 시작됐다.
RE100 발걸음 빨라지는 충북과 충남
충북도의 발걸음 역시 빨라지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지원하는 '청주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및 운영사업'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및 운영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국비 200억원을 확보한 충북도도 청주산업단지에 2025년까지 3년간 총 300억을 들여 신재생에너지 기반시설과 통합에너지 관리시스템 및 RE100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충남 당진시는 202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RE100산단' 계획을 발표했다. ‘RE100 산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만 모은 산단이다.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 일대에 50만2,839㎡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고, 산업시설(39만3,000㎡), 공공시설(10만4,000㎡), 지원시설(5,400㎡) 등이 들어선다. 산단에 유치할 주요 업종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전기·가스·증기와 공기조절 공급업, 전기장비 제조업, 자동차·트레일러 부품 제조업 등이다.
당진시는 입주 제안서를 국내 100대 기업에 보내는 한편 지에스(GS)건설, 엘지(LG)화학과 인프라 구축 업무협의를 끝냈다. 2021년 현대그린개발 등과 산단 조성 협약도 맺었다.
지자체와 산단, 'RE100 플랫폼 구축'
다른 대부분의 지자체 역시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RE100 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던 산업단지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산단 15개를 선정했다.
이중 가장 먼저 스마트산단으로 선정된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산단의 스마트그린화를 선도하기 위해 RE100 실증단지를 조성하고, 에너지 신사업 생태계를 만드는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6월 29일 준공된 창원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입주기업의 지붕과 인근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2㎿)을 설치하고 연료전지(1.8㎿), 에너지저장시스템( ESS)(3㎿h), V2G(74KW), 수전해 설비 등 그린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했다. V2G( Vehicle to Grid)는 전기배터리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충전식 친환경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주차 중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또 태양광(2㎿) 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은 창원국가산단 내 RE100 수요기업 4곳(경한코리아, 태림산업, 현대정밀, 한국NSK)과 직접 거래 계약을 맺고, 4개 기업에 공급한다.
이 계약은 국내 처음으로 단일 공급사업자가 한전의 전력망을 이용하여 부지 외부에 위치한 다수의 수요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직접 전력거래(PPA) 계약이다. 지금까지 단일 공급사업자와 단일 사용자 간 직접 전력거래 계약 사례는 있었지만, 이 처럼 1대 다수 기업 간 직접 전력거래 계약 사례는 없었다. 한전 독점 전력 공급시장의 구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스마트 산단으로 지정됐던 부산녹산국가산단 역시 SK C&C와 ‘RE100 플랫폼’을 구축, 신재생에너지 발전부터 공급·사용까지 전력 계약과 거래 내역을 실시간 추적한다. 'RE100 플랫폼'은 에너지소비 피크시간대를 예측해 발전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발전량·공급량·소비량을 실시간 측정·분석·예측해 재생에너지 발전 및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이다.
부산시는 1999년에 조성돼 노후화한 녹산국가산단을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지난해 사업단을 출범시키고 2026년까지 5년간 총 4,082억원 규모의 15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역주행 멈춰야
정부는 더 늦기전에 재생에너지 정책의 역주행을 멈추어야 한다. 원전 르네상스와 RE100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 과정을 범죄시하여 억압할 게 아니라 적극 후원하는 태도로 바뀔 필요가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태양광과 풍력에 부적합 하다는 이유를 대기도 하지만, 천일염을 생산하고 고품질 과일과 수도작이 양질의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그리고 지속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 뉴스버스 이인형 시민기자 ihlee61@gmail.com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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