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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국선 하나마나한 청문회, 미국선 특검보다 더 무섭다

by 뉴스버스1 202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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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하나마나한 청문회, 미국선 특검보다 더 무섭다 < 이상연 애틀랜타 통신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애틀랜타 이상연 기자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3일 진행됐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10일이내 기한을 정해 요청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할 수 있습니다. 앞서 장관급인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습니다. 

방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윤석열 정부들어 모두 17명의 장관급 인사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되는 것입니다. 인사청문법상 장관의 경우 국회 동의가 없어도 임명 가능해서인데, 그럴 바엔 왜 장관 인사청문회를 하는지 무용론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임명 동의가 필요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19~20일 실시될 예정입니다. 또 13일 소폭 개각으로 문체부 국방부 여가부 장관에 각각 내정된 유인촌 신원식 김행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조만간 열릴 것입니다.

인사청문회나 조사청문회를 하더라도, 청문 대상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방패막이 삼아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거나 최대한 피하려 합니다.

입법부인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는 행정부의 권한을 견제하는데 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장관급 인사 등 고위공직자 임명에 앞서 이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와 행정부의 권력 남용이나 부정부패를 다루는 '조사청문회'는 삼권분립을 통한 민주주의 작동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문회는 법률적 한계와 제약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청문회 제도의 개선점은 없는지를 살펴보는 차원에서 삼권분립 제도를 가장 확실하게 갖춘 미국 의회의 인사청문회 및 조사청문회가 시사하는 점을 뉴스버스 객원특파원 이상연 기자가 2회에 걸쳐 짚어봤습니다.  / 이진동 편집인

美 상원 외교위원회의 국무장관 내정자 인준청문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1. 미국, 대법관부터 CIA국장, 연방검사장까지 1,200여명 상원 동의 받아야 임명

양원제인 미국 의회에서 인사청문회는 상원에서 담당한다. 상원의 동의가 필요한 행정부 직책은 무려 1,200개가 넘는다. 우선 장관(Secretary)이라는 명칭이 붙은 내각 구성원은 모두 청문회 대상이다. 행정부 살림을 책임지는 예산관리청(OMB) 청장, 유엔대사, 무역대표부 대표, 중소기업청장, 환경청장,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도 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대법관과 CIA(중앙정보국)국장, FBI(연방수사국) 국장도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방 항소법원 판사와 연방 검사장, 각 군 사령관과 고위장성 등도 청문회 대상이다.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 1명이 국방부의 낙태지원 정책을 문제로 청문회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301명의 군장성 인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상원 통계에 따르면 장관과 내각 구성원을 제외하고도 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행정부 직책은 1,212개에 이른다.

2. 과거 비리 낱낱이 '생중계'..."수사 받는 게 더 낫다"

미국 대통령은 고위직 후보를 내정하면 지체없이 의회에 백악관과 FBI가 자체 조사한 인물 백그라운드 정보를 모두 보내야 한다. 필수 정보에는 재산과 투자 목록 등 개인 재정 리포트와 범죄 기록, 외국 정부와의 연계 조사서 등이 포함된다. 의회는 제출받은 서류를 검토한 뒤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요구한 서류가 제출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지 않는다. 

청문회는 해당 후보의 직책에 맞는 소위원회가 주관한다. 법무장관의 경우 사법위원회가, CIA국장의 경우 정보위원회가 관할하는 방식이다. 소위원회는 후보에 대한 의혹이 있을 경우 여러 증인들을 출석시키며 모든 과정은 국영방송인 C-SPAN과 공중파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지난 2018년 열린 연방대법관 후보 닉 캐버노의 청문회에선 캐버노에게 고교 시절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는 여성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와 그의 비행을 낱낱이 진술했다. 캐버노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다른 여성 피해자도 등장하면서 그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 당시 캐버노는 "검찰 수사에서도 문제가 없던 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청문회의 칼날은 피하지 못했다. 캐버노는 월스트리트저널 특별 기고를 통해 "대법관이 되면 법치 원칙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갖가지 여론전을 펼친 뒤에야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2014년 1월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된 마크 리퍼트(등돌린 인물·2014년 10월~2017년 1월 주한미국대사) 지명자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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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회 인준없으면 임명 못해…소위원회도 임명 막을 수 있어

청문회를 주관한 소위원회는 추천, 비(非)추천, 추천없음 등 3가지 의견으로 해당 후보에 대한 의견을 상원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추천이나 비추천의 경우 상원의원 100명이 모두 모인 전체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비추천의 경우 전체회의에서도 통과될 확률이 낮아진다. 만약 소위원회가 '추천없음' 의견을 낼 경우 해당 후보의 인준은 자동적으로 취소된다. 

전체 회의에서 공직후보 인준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규칙에 따라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2014년 신속한 인준을 위해 이 규칙을 개정, 현재는 과반수만 넘으면 인준이 통과된다. 야당이 상원 의석의 다수를 차지할 경우 대통령의 행정부 구성이 쉽지 않지만 실제 상원이 인준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1989년 조지 H.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존 타워 국방장관 후보가 마지막이다. 

ABC 방송은 정치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 "의회가 청문회를 통해 들이미는 현미경 같은 검증을 고려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인사들을 후보로 지명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야당도 인사청문회를 이용해 여러 가지 정치적 협상을 할 수 있어 청문회가 마냥 정쟁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공직자 후보도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후보의 임명을 밀어부칠 수 없다. 이같은 시도 자체가 삼권분립을 어기는 위헌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은 닉 캐버노 대법관 1명의 의회 인준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 결국 민주당 의원 2명의 찬성표를 이끌어 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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