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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철 지난 이념’ 탓하는 윤석열 정권의 ‘철 없는 이념’

by 뉴스버스1 2023.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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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이념’ 탓하는 윤석열 정권의 ‘철 없는 이념’ < 김수민 정치클리어링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김수민 정치평론가 

 

윤 정권, ‘자유’·‘소수자 존중’은 커녕 다수 여론도 무시
 
말만 혁명가처럼…지출구조조정 3%에 ‘건전재정’ 자찬 

'먹고 사는 문제' 풀 정책과 비전 허술…'서사 창조' 집중 

‘철 지난 신자유주의’로 모자라 ‘철 없는 포퓰리즘’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일 중요한 게 이념입니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 

지난 8월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나타난 윤석열 대통령은 또 한바탕 야당과 전임 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철 지난 이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공격하면서 자주 썼던 단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러는 윤석열 정권의 이념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자유민주주의' 여섯 글자를 즐겨 외쳤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자칭 보수세력이 자유민주주의라도 제대로 추구한다면 그것은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윤 정권은 자유 혹은 자유주의와 별상관이 없다. 단적으로 혈연과 혼인 없이도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프랑스와 캐나다를 포함한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생활동반자제도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 법안이 '동성혼 법제화'라며 뚱딴지 같은 소리를 했다. 혼인하지 않고도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제도가 '결혼제도'라니... 부모-자녀관계가 아닌데도 가족을 형성하려는 사람들까지 '혼인 관계'라고 규정할 텐가. 

그 밖에도 윤 정부에서 시민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는 시도가 있다는 사례를 찾을 수가 없다. 이것 저것 끌어와 '결국 시민 자유가 신장되는 것'이라 우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공산전체주의'에서도 했던 시도다. 

자유주의든 민주주의든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자의 존재를 지키는 것이 그 핵심이다. 허나 윤석열 대통령은 소수자는 물론이고 다수 여론까지 무시한다. 야권을 '공산전체주의'라고 부르며 야권에 투표한 국민들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7~8할 국민도 우습게 본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은 국민들조차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본인들 처지라는 것 부터 숙지할 일이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는 '시장의 자유', '자본의 자유'에 국한된다. 그는 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을 줄여줘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래퍼 곡선', '낙수이론'을 신봉한다. 그렇게 해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가 관철된 결과는 어떤가. 세율 인하가 세수 증가를 부르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재정만 빠듯해졌다. 윤 대통령은 국가 채무에는 손사래치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의 결과도 초라하다.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2024년도 예산 총지출 규모는 656조 9,000억원이고, 윤 대통령이 자랑한 지출구조조정 액수는 23조원이다. 윤 대통령은 고작 3%쯤을 손봐놓고는 "건전재정 전환"이라고 자축했다. 지출구조조정은 어디서 벌어졌을까. 윤 대통령은 복지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일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고, 애꿎은 연구개발(R&D)예산이 31년 만에 감소했다.  

'전체주의'의 양대 조류인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패퇴하고 나서 인류는 교묘하고 치밀해진 새로운 전체주의 앞에 직면했다. 시장과 자본의 원리가 모든 것을 휘감는 '시장전체주의'다. 세련되게 '신자유주의'라 불려지기도 했지만, 이는 낙수효과이론의 파탄과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10년도 더 전에 ’철 지난 이념‘으로 판명났다. 한국민 다수 여론도 이명박 정부 이후 시장주의에 우호적이지 않아 윤 대통령이 이에 의존하기도 힘들다.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철 없는 이념'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의 핵심은 사회 위기의 책임을 특정 세력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전임 정부, 성향이 맞지 않는 노조와 시민단체를 싸잡아 '이권 카르텔'이라고 공격한다. 지난 대선에서 허경영 씨와 이재명 후보가 했던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는 발언과 포개서 보면 더욱 묘미가 있다.  

윤석열 정권이 역사 전투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오늘, 여기의 먹고 사는 문제’에서 펼칠 정책과 그를 뒷받침하는 이념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과학을 기피한 정권은 역사학을 찾는 법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역사학이 아니라 ‘서사 창조’에 해당하는 유사 역사학 내지 저급 문학이다. 

윤석열 정권이 추앙하는 이승만 정권은 초창기에 '일민주의'를 폈다. 일민주의는 자유주의보다 국가주의를 추구했으니, 일면 윤석열 정권과 닮았다. 다만 일민주의는 적어도 '대한민국을 지지한다면 사회주의적인 것도 받아들인다'는 태도로 불평등 타파를 강력하게 추구했다(그 결과 이승만에게 버림받았다). 일민주의 운동의 선두에 선 조선민족청년단(족청) 계열은 제헌국회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와 이익균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착각뿐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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