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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검찰 수사 보다 더 무서운 '의회 청문회'…행정부 견제 수단

by 뉴스버스1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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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보다 더 무서운 '의회 청문회'…행정부 견제 수단 < 이상연 애틀랜타 통신 < 이슈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애틀랜타 이상연 기자 

 

[미국의 청문회2]

미국선 청문회 증언거부·위증 연방 중범죄 기소

의원 1명만 있어도 가능…매일 10건 이상 청문회 가동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에 불복해 나타난 '1월 6일(2021년) 의회 난입 폭동' 과 관련 미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6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공개 청문회를 열어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의 영상 증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로 데이비드 웨이스를 지명했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연계와 탈세 의혹 등을 받으며 야당인 공화당의 집중 타깃이 돼 왔다.

한국이었으면 야당이 당운을 걸고 추진했을 대통령 친인척 비리 특검에 대해 미국 공화당은 오히려 "의회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물타기"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의회만이 권력 부패의 증거를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제임스 코머 하원 정부감독위원장(공화)의 주장은 미국에서 조사 청문회(investigation hearing)가 지닌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건국 이후부터 의회의 권력 감시 권한을 광범위하게 인정해 "상원이나 하원 모두 정부 안이나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을 소환해 증언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27년 연방대법원은 "의회 각 상임위원회가 소환장을 발부해 공식 소환할 경우 이를 거부하는 증인은 모두 의회모독죄로 연방법원에 기소된다"고 판결했다.

미국의 역사를 바꾼 주요 의회 청문회는 1861년 남북전쟁 처리를 위한 진상 조사 청문회와 1871년 인종혐오단체 KKK 조사 청문회, 1912년 타이태닉호 침몰사건 조사 청문회, 1932년 대공황 관련 월스트리트 청문회, 1945년 진주만 공습 진상조사 청문회, 1953년 공산당 영향력 조사 청문회, 19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 1987년 이란-콘트라 청문회, 1998년 클린턴 섹스 스캔들 청문회 등이 있다. 

특히 미국 의회의 청문회는 상원의원 1명, 하원의원 2명이 발의하면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 대신 의원들은 청문회의 목적과 형식, 증인 소환 범위 등을 정확하게 규정해 각 상임위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 1973~1974년 워터게이트 청문회 같은 역사적인 이벤트만 알려져 있지만 미국 의회 곳곳에서는 회기 내내 매일 10건 이상의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의원 1명이 정부 부처 실국장급 1~2명만 불러 예산 남용 등을 따지는 '미니 청문회'는 미국 의회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행정부 관료는 물론 일반 기업 경영자들도 검찰의 수사보다 의회의 청문회를 더 두려워한다. 검찰 수사에는 변호사를 내세우거나 출두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지만 의회는 이같은 사정을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가 소환할 경우 심각한 건강 상의 이유가 아닐 경우 출두를 연기할 수 없으며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 형식에 상관없이 위증을 할 경우 연방 중범죄로 처벌받게 된다. 

지난 2020년 7월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글로벌 빅테크 '빅 4'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최고 경영자들이 미국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가 개최한 '빅테크 독점조사' 청문회에 모두 출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어서 온라인으로 열린 청문회였지만 의원들은 이들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수조 달러의 자산을 가진 전세계 최고 부자들이 하원의원들의 공격에 쩔쩔매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의회 민주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며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했다. 청문회 이후 미국 법무부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섰고, 아마존과 페이스북, 애플 등도 자체적인 반독점 방안을 내놓느라고 홍역을 치렀다. 

미국 의회의 청문회 결과는 모두 인쇄물과 디지털 기록으로 의회 도서관에 소장된다. 의회는 10만권 이상의 청문회 책자를 도서관에 보관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구글과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해 모든 자료를 온라인으로 검색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 의회는 디지털 작업이 1차 완료되면 일반인들도 이용 가능하도록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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