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동 대표기자
임금피크대상 승급 제한 깨고 맞춤형 '퇴직후 재고용' 신설
윤석열 대통령이 영일만 앞바다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한국석유공사에서 동해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던 간부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가 퇴직 하루 만에 임원으로 재고용된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석유공사에서 은퇴 대상 간부를 ‘승진 재고용’한 것은 전례없는 일로 사실상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공사에서 2015년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퇴직후 재고용은 처음이자 유일했다.
논란의 인물은 한국석유공사 E&P/에너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곽원준 석유공사 상임이사다. 곽 이사는 ‘140억 배럴 석유 매장 가능성’을 평가한 1인기업 액트지오 설립자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6월 7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할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다.
당시 아브레우 박사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곽 이사는 자신을 “동해유전 평가작업을 총괄했다”고 소개했는데, 곽 이사의 당시 직책은 ‘수석위원’이었다.
석유공사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은퇴 대상자들을 정원에서 빼 별도 관리하고 ‘수석위원’ ‘책임위원’ ‘선임위원’ 등 별도 직급으로 부른다. 이들에겐 통상 책임과 권한이 있는 역할은 주어지지 않고 주로 ‘보고서 검토’나 ‘자문’ 등 별도 직무가 부여된다. 곽 이사도 은퇴 준비를 위해 석유공사에서 교육비 등을 지원받아 이미 바리스타 초급 및 중급 자격 취득과정을 이수하고 어학 교육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은퇴 대상으로 정년 퇴직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던 곽 이사에게 반전이 일어났다. 시추공을 뚫어보지도 않았는데 윤 대통령이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등 '뻥튀기 발표'로 ‘근거’ 논란이 커지면서 석유공사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부터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분석·평가를 맡았던 아브레우 박사를 데려왔고, 석유공사에선 곽 이사가 ‘총대’를 멨다. 동해유전 프로젝트는 석유공사 국내개발사업처장이 업무를 총괄하는데, 교체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전 처장인 곽 이사가 나서게 됐다는 게 석유공사 측 설명이었다.
직후 동해유전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6월 14일 석유공사는 수석위원 직급의 곽 이사를 산업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개발 TF’로 파견했다. 그로부터 2개월여 뒤인 8월 18일 곽 이사는 퇴직을 했고, 바로 다음날 상임이사 직급으로 재고용돼 E&P/에너지사업본부장을 맡았다. E&P/에너지사업본부장은 국내유전 개발은 물론이고 아시아 유럽 미주의 해외 자원 개발 업무, 해상 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 개발 업무까지 포괄해 총괄하는 자리다. 곽 이사가 수석위원 직전 맡았던 국내사업개발처를 관장하는 상급 본부이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승급시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조직인 본부장에 앉혔다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9조에 따르면 임금피크 대상자는 승급이나 특별승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곽 이사를 퇴직시킨 뒤 하루 만에 재고용하는 ‘편법과 변칙’을 쓴 것으로 보인다. 또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 곽 이사를 상임이사인 E&P/에너지사업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김 사장은 이미 지난 6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임자 임명이 아직 없어 사장 직무를 연장 수행하는 상태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최근 10개년 임금피크제 대상자 퇴직 후 재취업 내역’ 자료에 따르면 10년 동안 ‘퇴직후 재입사‘는 곽 이사 1명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곽 이사를 상임이사로 재고용하기 직전 기존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에는 없던 ‘퇴직후 재고용’ 규정이 신설됐다. 곽 이사가 수석위원으로 퇴직하기 18일 전인 7월 31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재취업 지원’ 규정인 12조에 부가적으로 ‘파견(12조의2)’과 ‘퇴직후 재고용(12조의 3)’ 이라는 2개의 새 규정을 신설해 끼워 넣었다. ‘퇴직후 재고용’은 곽 이사 재고용을 위한 ‘맞춤형’ 으로 급하게 신설됐을 가능성이 있고, 파견은 곽 이사가 산업부 ‘동해 심해 가스전개발 TF팀’에 파견된 것에 맞춘 ‘사후 개정’으로 해석된다.
곽 이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외교의 실패작으로 꼽힌 캐나다 석유·천연가스 자회사 하베스트(Harvest)사 인수 업무 등에 관여하고, 하베스트사 근무 중 공금의 휴가비 사용등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곽 이사에 대한 사실상 편법적 승진 특혜는 윤 대통령의 '동해유전' 졸속·과장 발표 이후 논란 뒷수습에 나선 데 대한 '보은' 차원이면서 석유공사 내부를 단속하려는 '입막음' 용일 것이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석유공사 관계자 반론]
석유공사 관계자는 “(곽 이사의 경우) 퇴직하고 다시 상임이사를 임명받는 절차를 거친 것이지, 1급으로 된다거나 그런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승급이 아니다”면서 “상임이사로 임명된 것이지 승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상임이사가 맡는 E&P/에너지사업본부장은 곽 이사가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들어가기 직전 보직인 국내사업개발처장(2급)의 직상급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1급이 아니고 상임이사 자리이기 때문에 ‘승급이 아니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 곽 이사의 재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에 ‘퇴직후 재고용’이 맞춤형으로 신설된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면서 “임금피크제 대상 누구나 재고용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곽 이사)건은 퇴직후 재고용이 아니라, 사장이 퇴직후 상임이사로 임명한 것이고, ‘퇴직후 재고용’ 규정이 없어도 가능한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퇴직후 재고용’ 규정을 갑작스레 신설한 배경에 대해선 “임금피크제 직원에 대해 파견도 하고 재고용도 하라는 정부 지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뉴스버스가 실제 정부 지침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2020년 9월 기재부가 임금피크 직원들의 근무의욕 제고를 위해 임금피크 기간 중 탁월한 성과가 있는 경우 퇴직후 2년 이내 계약직 재고용이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다른 공공기관들은 임금피크제 시행 세칙을 2~3년 전에 전부 개정했지만, 석유공사는 가이드라인이 나온지 4년이 지나서 공교롭게도 곽 이사의 재고용 직전에야 이 규정을 신설했다.
출처: [단독] ‘보은이냐, 입막음이냐?’...동해유전 총괄 간부 퇴직 다음날 ‘승진 재고용 특혜’ < 프론트라인(탐사보도)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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