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력전, 결국엔 기존 세력의 당내 패권 유지용
국민의힘, '쇄신' 빠진 채 윤석열과 기존 세력의 결탁
민주당, 혁신은 없고 기존 주류 '검수완박' 강행만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추진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등. 초박빙 대선이 끝나고 나서도 정국은 쉴 틈 없는 급물살이다. 6.1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내달릴 태세고, 중앙정치의 사건들이 지방선거 의제까지 모두 집어삼킨 상황이다. 지난 대선 48.6 대 47.8에 이은 거대양당의 총력전이다. 하지만 거대양당의 총력전의 속내는 바로 ‘당내 패권을 둘러싼 소용돌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윤심’ 논란이 나온다. 하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입을 열고 움직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알아서’ 이뤄지기 충분한 것이 국민의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김태흠 의원에게는 직접 충남 지사 출마를 권유해 뜻을 이뤘고, 김태흠 의원이 손을 뗀 원내대표직에는 권성동 의원이 올라갔다.
이제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남은 관건은 ‘까치밥’이다. 그나마 윤 당선인과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의 몫은 남겨져 있는가?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선 김은혜 의원은 전통보수층의 적잖은 비토를 받는 유 전 의원보다 당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본선경쟁력에서도 세 가지 측면에서 잠재력이 있다. 첫째, ‘대장동 국정감사’ 등 지난 대선에서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둘째,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이후 다시 방송계로 복귀했기 때문에 이미지 훼손이 별로 없었다. 셋째, 한국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을 노린다는 상징성이 있다. 현재 상황으로만 봐도 그는 유 전 의원을 꺾을 공산이 큰데, 만약 그가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조사가 몇 차례 나온다면 유 전 의원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대구시장에 나선 홍준표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보다 더 잘 버티고 있다. 그러나 김재원 최고위원과 유영하 변호사가 단일화 작업에 들어가면서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당선인이 대구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를 만나고 간 이후에 진행되는 일들이다. 홍 의원에게 유리한 맞상대는 유 변호사다. 그는 ‘박근혜의 복심’으로만 비쳐지는 반면,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을 거치며 여러 매체에 출연하며 이미지를 좀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 변호사로 단일화 되더라도 홍 의원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홍 의원은 민심에서는 선두 주자지만 대구 지역 당심에서는 그렇지 않다. 김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유 변호사를 지지하게 된다면 승부는 알 수 없다.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이 광역단체장이 된다고 해도 그들이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되거나 윤 당선인에게 대적할 당내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둘 다 당내 기반이 협소하다. 홍 의원은 1954년생으로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전 대표와 비슷한 연배며, 1958년생인 유승민 전 의원은 김부겸 총리와 같은 세대이며 윤 당선인보다 연상이다. 그런데 그들이 광역단체장 도전에서마저 실패한다면? 민주당의 친문체제를 방불케하는 친윤체제가 국민의힘에 고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것이 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기존 인사 및 세력과 윤석열 리더십의 결탁에 불과하며, 이것을 쇄신하는 힘이 당내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진 민주당도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고 있지는 않다. 대선 막판 결집한 청년 여성을 대변하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검수완박에서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 법안에 집중하자”고 촉구했음에도, 민주당 의원 전원이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했다. 본디 당내 비주류였던 조응천 비대위원도, 검수완박 강행을 우려하던 이소영 의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고, 대선 직후에만 해도 ‘조국의 강’을 건너려고 했던 채이배 비대위원도 어느새 소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민주당은 김용민, 최강욱, 추미애 같은 인사들이 끌고 가던 그 민주당이 되었다.
양당체제 혁파 주장 김동연, 결국 민주당 기존 세력과 영합
공동정부 합의 안철수, 무산되고도 뛰쳐나갈 수 없는 처지
경기지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4월 14일 SNS에 "검찰·언론개혁 법안 민주당 당론 채택 ! 기득권과 이중잣대 깨고 공정한 세상으로!"라는 구호를 올려놓았다. 당내 경선 경쟁자들이 입장을 표명하라고 압박한 지 하루만이다. 양당체제를 혁파하겠다던 김동연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기 위해 아주 빠르게 그 당 극성 지지층에게 스며들었다.
김동연 대표보다 더 굴욕적인 처지가 된 것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겸 국민의당 대표다. 그와 국민의당이 장관 후보로 추천한 인사들이 어떤 인물이든 간에, 단 한 명의 추천 인사도 입각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동정부 무산’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인수위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안 위원장의 현주소다. 그것은 곧 ‘망신’을 의미하며, 동정의 대상이 될지언정 새롭게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동력은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된다 한들, 안 위원장이 내부에서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결국 거대양당은 ‘하던 그대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거대정당다운 당내 다양성은 커지지 않았다. 대선에서 50%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놓고도 25%짜리 정치를 하고 있다. 상대방의 혐오스러움을 이용해 ‘우리가 아니면 누구를 지지할 건데?’라는 협박으로 선거에서 50%를 노리는 정치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둘 중 지는 쪽은 지방선거 이후 혁신의 압박을 받겠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대선 결과와 비슷하다면? 광역 및 특별단체장 17자리를 10 대 7 이내의 차이로 나눠가진다면 사실상 ‘무승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거대양당의 기존 주류가 다음 총선까지는 그대로 주류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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